물러설 곳 없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전쟁’ 시작됐다
물러설 곳 없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전쟁’ 시작됐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1-12 12:53
  • 승인 2015.01.12 12:53
  • 호수 1080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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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5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들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가운데 3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도약을 위한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시무식을 취소한 데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캠프를 꾸려 오직 훈련을 통한 필승을 다지고 있다. 야신 김 감독의 리더십이 팀을 구원할 수 있을지 그 긴박한 현장을 살펴본다.

 팬들이 추대한 최초의 감독, 팀 재건 위한 마지막 승부수
 형식 아닌 내용으로 승부…구단 최대 캠프로 해법 찾기

그간 명장들이 한화의 재건을 위해 뛰어들었지만 지난 시즌 3년째 꼴찌를 기록하며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이에 한화 팬들은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야신으로 추앙받는 김성근 감독 영입을 주장했고 결국 팀은 이에 화답하듯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 감독은 한화가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 받는다. 한화는 김응룡 전 감독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내부 인사 승격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 영입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응답하면서 팬심을 엮어 팀의 재건 동력을 마련했다. 이에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팬들이 추대한 감독’이라는 근사한 수식어를 얻게 됐다.

김 감독 역시 한화와 처지는 비슷했다. 지난 시즌까지 몸 담았던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확정하면서 더 이상 프로야구 현장 복귀는 불가능해 보였다. 야신으로 추대받긴 했지만 김 감독은 구단과의 잦은 마찰로 인한 강성 이미지 때문에 구단들로부터 제대로 된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의 한화행은 스스로에게도 큰 도전이었고 무려 74세의 노장이 프로야구 1군 현장으로 돌아오면서 야구계 전체를 긴장하게 했다.

김 감독의 복귀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비활동 기간 합동훈련 금지를 재확인하면서 비활동 기간 훈련을 전격 취소했던 김성근 감독과 한화를 거론했던 사실만으로도 그 여파를 감지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김 감독은 이번 복귀를 통해 사실상 야구인상 마지막 1군 감독직이라는 점 때문에 젊은 감독들 속에서 노장과 연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감을 떠안게 됐다.

이와 더불어 과거에 그가 맡았던 쌍방울과 LG, SK와 달리 한화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의 리빌딩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부담감 또한 커졌다.

기존에 맡았던 쌍방울은 신생팀에 가까워 김 감독의 의지대로 바닥부터 팀을 차근 차근 재건할 수 있었고 LG와 SK는 기본적인 선수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은 팀이었다.

반면 한화는 모든 것이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앞서 2시즌 동안 해태왕조를 이룩했던 김응룡 감독 역시 실패에 돌아간 만큼 녹록치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가 있다.

파격 행보,
훈련만이 강팀 승부수

김 감독 스스로도 이를 의식한 듯 파격 행보를 이어가면서 2015시즌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우선 김 감독은 강팀을 위한 방법만 있다면 그 외에 다른 것은 과감히 버리며 오로지 팀의 전력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다. 실례로 12일에 예정됐던 선수단 시무식을 취소했다. 한화 구단은 지난 6일 공식적으로 시무식 취소 결정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그 전날 김 감독이 서산 훈련장을 방문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12일에 하려던 선수단 시무식은 안 할 생각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김 감독이 서산 훈련장에서 재활군 및 2군 선수들을 살펴보니 시무식보다 훈련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시무식 날짜를 잡기 어려운 일정 때문에 스프링캠프 출발(15)일 사흘 전인 12일에 잡힌 이유도 있지만 김 감독은 선수와 팀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올해 구단 사상 최대 규모의 스프링캠프를 구성키로 해 김 감독의 올해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오는 15일 일본 고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은 아직 캠프 명단을 최종 확정짓지 못했지만 최소 60명 이상이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가운데 선수만 50명 이상을 구성하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한화는 통상 54명 정도가 스프링 캠프에 참여했고 2013년 김응룡 감독 첫해 60명이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SK시절에도 코치 18명, 선수 55명으로 최대 73명까지 스프링캠프를 꾸린 적이 있어 한화에서도 변함없이 가능한 최대의 인원으로 꾸려갈 계획이다.

여기에는 김 감독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 어떻게든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 담겨 있다. 또 아직 구성이 완성되지 않은 데는 다른 팀에서 풀린 방출 선수들까지 가세하며 캠프 명단에 변화가 불가피해 지면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칭스태프들도 마찬 가지다. 최대한 많은 코치를 필요로 하는 김 감독에게 현재 한화 코치진은 공백 상태다. 김 감독이 부임한 후 13명의 코치들이 새롭게 영입됐지만 기존의 11명의 코치진이 빠져나갔다.

이에 김 감독은 아직 새로운 코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감독은 1군 못지 않게 2군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코치들의 보직에 있어서도 최상의 조합을 모색하고 있다.

선수와 상생,
재활용 전략 등장

김 감독의 이 모든 노력에는 충분한 자원이 확보되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에 김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한화는 자유계약(FA)을 통해 투수 배영수, 송은범, 권혁과 계약한데 이어 다른 팀에서 방출된 투수 임경완, 내야수 권용관, 외야수 오윤도 데려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지나치게 너무 많이 모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투타의 핵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FA는 물론 방출 선수들까지 데려와야 그나마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박정진, 윤규진, 이태양, 유창식, 내야수 송광민, 외야수 이용규, 최진행은 고치 대신 오키나와로 먼저 갔다. 이용규와 최진행은 각각 어깨, 무릎 재활을 진행하고 있고 송광민과 유창식은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당장 연습보다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박정진 윤규진, 이태양은 조금 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아직 몸이 안 되어있으니까 안 데려간다고 했다”면서 “오키나와에서 몸이 제대로 돼야 고치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치 캠프 시작부터 강훈련 및 실전을 준비하고 있어 몸 상태가 안 되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김 감독이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지난해처럼 부상 선수를 당겨쓰며 초래한 후유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몸이 될 때까지는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즌 초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한화로서는 주축 선수 7명이 캠프 시작을 함께 못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차질이 많이 생긴 게 아니라 모든 게 차질”이라면서도 “지금 이런 상황을 보면 내가 왜 재활용을 고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대신 했다.

이는 당초 구상이 흔들려 답답함이 크지만 급할수록 돌아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올 시즌 한화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부 팬들과 언론에서 한화를 다음 시즌 다크호스로 지목할 정도로 김 감독의 명성에 기대고 있는 부작용이 있지만 김 감독 역시 이를 인식한 듯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 역시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만큼 10구단 시대를 맞이해 더욱 치열해진 경쟁과 김성근 야구에 대한 타 구단들의 견제를 극복하는 것이 한화가 재건을 위한 첫 관문이다. 결국 야신 스스로 지혜와 경험을 총동원해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한화 행을 결심하면서 올해 시즌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부에서 다소 무리한 공약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과거 SK를 맡자마자 중위권에 머물던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저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김 감독의 매직일 것이다. 그런 야신의 매직은 운이 아닌 철저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올 시즌 한화의 코칭스태프와 프론트, 선수들 모두 팀의 재건을 위해 합심한다면 그들 모두 올 시즌 이변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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