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뿐인 K리거, 슈틸리케호 해답 될까
6명뿐인 K리거, 슈틸리케호 해답 될까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1-12 12:48
  • 승인 2015.01.12 12:48
  • 호수 1080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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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협 선수, 한교원 선수(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10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의 해답을 ‘K리그’에서 찾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첫 중간고사인 아시안컵에서 최종 엔트리 23명 중 K리거는 단 6명에 불과할 정도로 K리그의 비중은 초라하다. 하지만 슈틸리케의 신데렐라인 이정협이 사우디 평가전에 첫 데뷔골을 장식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축구의 기틀이 될 K리거들의 가능성을 만나본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K리그를 대표하는 이동국(전북현대), 김신욱(울산현대), 김승대(포항스틸러스) 등이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이정협(상주상무)이 깜짝 발탁돼 관심을 끌었다.

일명 슈틸리케의 신데렐라로 평가 받은 이정협은 지난 4일 ‘2014 호주 아시안컵’ 본선 개막 전 호주 시드니의 퍼텍 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트리며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정협은 186cm의 큰 키에 100m를 12초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2013년 프로에 직행한 그는 프로 첫 리그 27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제2의 축구인생을 위해 이름을 이정기에서 이정협으로 개명한 이후 상주 상무에 입대해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서 4골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지난달 제주 전지훈련 명단에 들기 전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축구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현재 대표팀에는 비슷한 성향의 공격들이 많다. 이정협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선수를 찾았다. 이정협은 우리가 찾던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정협은 제주 전훈에서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대방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활동량도 엄청났다.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도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적극성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정협에 대해 매우 배 고픈 선수라고 평가한다. 이 차이가 고배를 마신 박주영과 이정협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정협과 함께 제주 전훈에서 살아남은 한교원(전북현대)도 대표팀 공격진의 새바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격 2선을 맡게 될 한교원은 슈틸리케호 신데렐라의 또 다른 한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구자철(마인츠)의 부상으로 대체 자원으로 발탁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교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요르단 원정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며 미드필더 부분에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현재까지 A매치 출전 기록은 4경기에 불가하지만 기량은 이미 검증됐고 외부에 크게 노출되지 않은 자원이어서 슈틸리케호의 비밀병기로 평가 받는다.

한교원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전지훈련 때 좋은 평가를 내렸다.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선수다. 전지훈련에 앞서 열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한교원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때로는 열정이 너무 넘쳐 가끔 냉정함을 유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야 분위기를 살린다”면서 독일 대표 공격수 토마스 뮐러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교원도 제주 전훈 때 “지금 누구보다 배고프고 절실하다”고 말할 정도로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던 ‘배고픈 선수’라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깜짝 발탁의 공격진을 추구했다면 수비에서는 무엇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FC서울에서 물 오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주영과 차두리가 수비수로 합류했다.

김주영은 비록 2015시즌 중국 상하이 둥야로 이적하게 됐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명실상부 K리그의 대표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김주영은 지난해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여 중앙 수비수 자원중 가장 발탁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힘, 위치 선정, 커팅 능력 면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한 안정된 수비력이 인상적이어서 대표팀에 안정감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호의 고참인 차두리는 경험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번 최종엔트리에는 곽태휘(알 힐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이 필요했다. 결국 은퇴를 고심하던 차두리를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발탁했다.

차두리는 오버래핑 능력도 출중하고 수비의 안정감과 공격 지원 둘 다 완벽히 해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사우디전에서 이정협의 맹활약 등 K리거들이 기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축구대표팀에서의 K리그의 존재감은 위축되어 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 됐고 현재 축구대표팀 엔트리의 대부분은 해외파가 차지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의 경우 김승규(울산현대), 정성룡(수원삼성), 차두리, 김주영, 한교원, 이정협 등 6명만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겼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말한 K리그에서 해답을 찾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슈틸리케의 깜짝 발탁은 스타선수 발굴에 목말라 있던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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