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신 풍속도] 담배 난민들, 이젠 직접 만들어 피운다
[담뱃값 인상 신 풍속도] 담배 난민들, 이젠 직접 만들어 피운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1-12 10:24
  • 승인 2015.01.12 10:24
  • 호수 1080
  • 4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담뱃값 인상으로 연초부터 색다른 풍경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 첫 사흘 동안 담배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통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흡연자들은 확 오른 담뱃값 때문에 담배 한 개비조차 빌리기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사라졌던 봉초담배, 개비담배도 다시 등장했다. 담배 한 값을 사기 아까운 주머니가 가벼운 흡연자들은 공원 등지에서 담배 한 개비에 시름을 달래고 있다. 덩달아 전자담배도 인기다. [일요서울]에서는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자들의 변화된 모습을 취재해 봤다.

개비담배 불법…영업정지·2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금연 대신 롤링타바코·전자담배 찾는 흡연자 늘어

개비담배는 신림동 고시촌이나 종로 탑골공원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고시생들이나 직업 없이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주로 개비담배를 핀다. 주로 고시원 구멍가게나 공원 주변 가게들에서 판매하고 있다.

고시촌·공원 주변
개비담배 등장

한 개비에 300원하는 개비담배는 한 갑을 기준으로 하면 6000원으로 가격이 오른 담배 한 갑보다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 한 갑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한 대 두 대 피우는 것이다.

하지만 개비담배는 엄연한 불법이다. 담배사업법 제20조에는 ‘누구든지 담배의 포장 및 내용물을 바꾸어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정지나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음지에서는 개비담배 판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도 쉽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개비담배를 파는 곳들이 대부분 영세 판매업자들인데다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밀수·면세담배는
구경하기 힘들어

일부 애연가들은 밀수·짝퉁·면세담배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과거 밀수·짝퉁 담배는 주로 인천에서 거래가 많았다. 중국을 드나드는 보따리장사들을 통해 물건이 들어와 동인천역 북광장 인근의 양키시장과 차이나타운 등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소리가 나온 뒤부터 거래가 뚝 끊겼다. 상인들도 “이젠 그런 담배가 안 들어온다”며 손사래 칠 정도다. 과거에는 인근의 당구장이나 유흥업소에서 면세담배나 밀수담배를 저렴하게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보따리상들이 풀어 놓은 밀수담배들을 노점상들이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인근의 연안부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보따리상도 많이 줄어 누가 보따리상인지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도 한몫하고 있다. 관세청이나 관할 당국이 검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따리상들이 무리해 가며 불법으로 담배를 갖고 들어올 리 만무하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3000만 갑에 이르는 면세 담배를 불법 유통한 일당이 적발됐었다. 이를 계기로 관세청이 종합 대책을 내놓고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은 현재 “보따리상이 숨겨 놓은 소량만 유통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코틴 용액 섞는
‘자작’ 인기

담뱃값 인상으로 웃음 짓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전자담배 판매업자와 온라인에서 봉초 일명 롤링타바코를 파는 사람들이다.

전자담배의 경우 금연을 위한 보조용품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전자담배 판매량이 이달 들어 15배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그냥 전자담배를 사서 사용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니코틴 용액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니코틴 원액은 전자담배 판매점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니코틴 원액과 니코틴이 없는 용액을 따로 사서 적당한 비율로 조합을 하면 나만의 니코틴 용액 맛을 낼 수 있다. 전문 용어로 ‘자작’이라는 표현을 쓴다.

니코틴 용액을 판매업자가 아예 섞어 주는 경우도 다. 이런 자작이 늘어난 이유는 흡연자는 싼 가격에 담배를 피울 수 있고, 판매업자는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이 탈세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세법 조세부과 규정 등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1㎖당 세금을 매긴다. 지난 1일부터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용액 1㎖당 담배소비세 628원, 지방교육세 276원, 개별소비세 37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25원 등 총 1799원의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폐기물부담금(20카트리지당 24원)과 부가가치세(공급가액의 10%)가 더해진다.

연초·종이 골라
직접 담배 만들기도

과세 대상은 니코틴 원액이 아닌 용액이 기준이다. 니코틴이 들어간 용액에는 1㎖당 1799원의 세금이 매겨지는 반면 니코틴이 없고 담배나 민트 등의 향만 나는 희석용 용액에는 세금이 한 푼도 붙지 않는다.

롤링타바코는 흡연자들이 직접 담배를 만드는 방식이다. ‘각련’이라고도 불리는데 담배를 말아 피우는 것을 말한다. 완제품인 일반 담배와 달리 가공된 연초, 담배 종이, 필터 등을 각각 따로 구매해 만들어 피운다.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담배를 만들 때 필요한 롤링기와 각종 연초, 필터, 담배종이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롤링타바코의 국내 가격대는 연초 40g당 80~100개비 정도를 만들 수 있으며 6,000~8,000원 선이다. 담배종이를 말아주는 기계는 3,000원 선부터다.

롤링타바코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에는 롤링타바코 만드는 법을 자세히 소개해주는 영상이나 글이 폭발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일반 담배보다는 피우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만든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롤링타바코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담배와 함께 미성년자들이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전자담배 등을 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자담배는 흡연을 하더라도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이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