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전무, 의정활동 지원 뒷전, 의원실에선 ‘무소불위’
야당 일각 “움직이는 중소기업으로 통한다” 말도 나돌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 5일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의 아들이 차명으로 보좌관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 여파로 정치권에선 친인척을 채용한 의원들의 명단이 은밀히 돌고 있다. 이 중 새정치민주연합 A의원실에 대한 얘기가 여의도에 돌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A의원실은 일명 ‘움직이는 중소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채용 시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성보다 친인척 관계를 더 우선시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이 친인척은 의원실 내에서 A의원 못지 않은 파워(?)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친인척 채용으로 구설에 올랐던 이들까지 ‘박윤옥 아들 사태’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의 아들이 입법보조원임에도 보좌관 행세를 했다는 것이 드러난 당시 국회 의원회관은 떠들썩했다. 내용은 이렇다. 박 의원실 소속 4급 보좌관으로 문창준씨가 등록돼 있었으나, 박 의원의 차남인 이모씨가 문씨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보좌관을 한 경력도 있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그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욱이 친인척 채용에 대한 비판여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의원실에서는 채용공고를 통해 입법보조원 또는 무급인턴을 선발하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채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의원 아들 사건이 보도된 후 ‘친인척을 채용한 의원실 리스트’가 구두를 통해 돌고 있다. 박 의원 말고도 친인척을 채용한 의원들이 더 있다는 얘기다. 의원회관 내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들에 대한 신상이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친인척 채용을 둘러싸고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회자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의원 빽 믿고…
지역구를 둔 새정치민주연합 A의원실은 친인척 채용으로 인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친인척들이 채용돼 A의원의 의정활동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주된 골자다. 이 얘기는 과거 A의원실 주변에서 회자되었고, 최근 박의원 문제가 붉어지면서 의원회관 내에서 은밀하게 얘기가 나돌다 [일요서울] 취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A의원실에는 A의원 친인척 2명이 채용됐다. 한 명은 A의원의 사촌동생, 또 다른 보좌진은 A의원 매제(아내 동생의 남편)다. 또 여비서는 A의원 지역구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사의 자녀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성보다는 친인척 및 A의원의 이해관계에 얽혀 이들을 채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A의원의 친인척 2명은 의원실 내에서 ‘의원급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의원실 내부 체계가 무너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의견충돌이 발생했던 이들은 ‘친인척 보좌진들의 영향력’에 못 이겨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나친 행태에 대해 일부 보좌진들이 문제를 삼았지만 그들의 ‘입지’는 변함이 없었다.
그로 인해 A의원실에선 ‘갑 중의 갑’,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절대 권력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의원의 친인척들은 국정감사나 입법활동 과정에서 상관의 지시에 불응하는 등 다른 보좌진과 불협화음을 냈고, 출퇴근 등도 엉망이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의원회관 내 일부에선 ‘친인척 채용으로 인한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원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 친인척 채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접한 한 인사는 “친인척으로 채용된 만큼 모범이 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A의원의 의정활동에 방해만 되고 있다”면서도 “이 때문에 ‘국회 내 움직이는 중소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A의원은 억울하겠지만 대외적으로 봤을 땐 자신의 지위를 악용, 친인척을 고용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친인척 채용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회자됐던 이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자녀를 보좌진으로 채용해 곤욕을 치렀다. 송 의원의 장녀인 C는 송 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9급 비서로 채용됐다. 이후 7급 비서, 5급 비서관을 거치는 등 8년간 보좌진으로 근무했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국회의원 시절 친형의 자녀를 비서로 둬 논란이 됐다. 안경률 전 의원은 조카를 보좌진으로 채용했고, 서종표 전 의원은 딸이 국회에 출근하지 않은 채 4급 보좌관 보수를 받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친인척 채용 금지 법안 ‘쿨쿨’
이처럼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만연한 상태지만 법적 규정이 없다. 다만 의정활동을 하는 데 전문성 등이 결여된 채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인척을 채용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탓에 국회에서는 친인척 채용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지책도 마련했다. 2012년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이 ‘국회의원 친인척은 해당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에 있다. 그래서인지 국회 내에서는 이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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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