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 세방그룹
자기 배만 불린 재벌 - 세방그룹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1-12 10:06
  • 승인 2015.01.12 10:06
  • 호수 1080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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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높이기와 거리 먼 ‘자사주 매입’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세방그룹(회장 이상웅·사진)을 살펴본다.
 
이앤에스글로벌로 활발한 개인 자산 늘리기    
(주)세방 지분매입, 취득원가 대비 9배 이익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배를 불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자사주 매입과 사실상 개인 회사를 활용한 자산 및 지배력 확보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나 총수 및 경영진이 장내·외에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또 자사주 매입은 고배당 정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불린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실제로 사고팔 수 있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자사주 매입을 두고 “주주 친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총수 일가의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이전 혹은 총수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회사 자금을 동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어난 것이다. 
 
일각에선 주주총회 시 반대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주가 폭락 때 주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사주를 매입해도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세방그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웅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방전지 주식을 4820주 매입했다. 세방전지가 앞선 8월 회사 자금으로 3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직후였다. 
 
언제나 그렇듯 세방전지는 자사주 매입 이유를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지만 이상웅 회장과 세방전지가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한 속내는 따로 있지 않겠냐는 의혹은 피할 수 없었다. 
 
이상웅 회장이 2013년 9월 회장이 된 후 지난해 6월 말까지 그가 보유한 세방전지 지분은 불과 0.88% 수준이었다는 점이 근거였다. 지분율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와 본인이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었다는 시각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더불어 이상웅 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계열사를 이용해 많은 이득을 가져갔다. 해당 계열사는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그룹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하다. 지분의 80%가 이상웅 회장의 소유고 남매 지간인 이상희씨가 10%, 나머지 지분 역시 다른 계열사가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지배구조를 살펴봐도 이앤에스글로벌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세방의 최대주주다. 이의순 명예회장이 아들인 이상웅 회장으로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앤에스글로벌은 (주)세방 지분을 매입하는 일을 담당했다. 
 
꿩 먹고 알 먹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앤에스글로벌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세방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1998년 지분 3만 주(2.19%)를 취득하기 시작해 2006년 특수관계자로부터 (주)세방 보통주 51만 8370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이 20%를 넘어섰다. 당시 확보한 20.42%의 지분율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자세히 봐야 하는 것은 (주)세방의 지분 가치다. 이앤에스글로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주)세방 지분 3%의 취득 원가는 6억 원, 2004년 지분율을 19.24%까지 늘리던 때의 취득 원가가 35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주)세방은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를 토대로 육상, 해상 운송과 항만하역, 보관 업무 분야에서 매출성장을 이뤄냈다. 2003년 당시 333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10년에 5411억 원까지 늘었다. 
 
주가 역시 2000년대 초반 2000원 선에도 못 미쳤으나 이제는 2만 원 선을 넘보고 있다. 당연히 저가에 지분을 사 모았던 이앤에스글로벌은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작년 말 기준 (주)세방 보통주 20.42%의 장부가격은 무려 942억 원에 달한다. 
 
취득 원가와 비교해 지분 가치가 9배 이상 높아진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앤에스글로벌은 배당과 자산 매각을 번갈아 하면서 총수 일가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도 수행했다. 
 
2010년 초 사업회사인 세방하이테크와 투자회사 이앤에스글로벌로 인적 분할되는 과정에서 (주)세방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은 이앤에스글로벌로 넘어 갔다. 동시에 총수 일가는 사업회사 세방하이테크를 전지 제조업체 대양전기공업에 매각하면서 8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세방 지분 매입 과정 초기인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앤에스글로벌이 배당한 금액만 봐도 50억 원에 이른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계열사가 투자 성공을 한 게 아니라 이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 즉 이상웅 회장이 지배력도 높이면서 자산 증식을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방그룹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방그룹 관계자는 “총수 일가나 계열사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알고 있다고 해도 대외적으로 할 말 역시 없다”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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