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노선 후 5년간 인지도·매출 타격
찬스·특가전 이름으로 변화 모습 보여
스킨푸드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할인과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노세일 원칙을 강조해오던 스킨푸드가 ‘더드림 찬스’와 ‘흑석류 특가전’ 등을 연 것이다.
‘할인’이라는 직접적인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사실상 스킨푸드가 할인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드림 찬스’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구매 가격에 따라 할인 금액을 적용하거나 특정 제품 라인의 가격 할인이 적용된 행사다. 또 스테디셀러 블랙슈가 라인 전 제품을 할인하거나 기초부문 베스트셀러 13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대다수 소비자들 역시 “‘찬스’라고 읽고 ‘할인행사’라고 부른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름만 다를 뿐 타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할인행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킨푸드는 2004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노세일을 고수해왔다.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할인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의 할인 열풍 속에서도 스킨푸드는 꿋꿋하게 노세일 신념에 대한 내용을 광고로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스킨푸드의 인지도와 매출에 타격을 불러왔다. 스킨푸드는 2009년부터 매출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할인 행사가 잦은 타 브랜드와 비교해 성장폭이 미미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전년대비 매출까지 줄어들었다. 2009년 205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했다. 2013년에는 30억 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176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또 2010년까지만 해도 스킨푸드는 브랜드숍 매출 3위였지만 2014년에는 6위로 밀려났다. 2013년 5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또 한 계단 내려가게 된 것이다. 매장 개수도 전년대비 30개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점유율 역시 11%에서 9%로 하락했다.
경쟁력 잃었단 지적도
반면 다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외형을 늘려 스킨푸드의 자리를 넘어서거나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특히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로 수익과 성장에서 큰 격차를 벌이며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스킨푸드의 위치 변화를 타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세일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로 보고 있다.
비슷한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유사한 제품이 등장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할인을 하지 않는 스킨푸드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드’라는 컨셉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현재에는 스킨푸드 외에도 먹는 음식을 컨셉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한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한 전문가는 “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노세일은 약점이 됐다”며 “최근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는 상황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타 브랜드들과의 차별성도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당 정책을 고수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가맹점들도 “고객들은 품질보다 가격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시장 상황이 정책에 적절하게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킨푸드 측은 “노세일 정책을 변경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10주년 기념행사는 말 그대로 기념행사이자 고객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이벤트다”며 “할인 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내부 지침상 이벤트 기간 동안의 매출, 수익 공개는 어렵지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며 “노세일 정책 변화 계획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스킨푸드가 노세일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고 업계 순위에서 밀려나는 등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스킨푸드의 단호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행사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스킨푸드는 구매 금액에 따라 또 다른 제품 정품을 주는 1+1 행사나 할인쿠폰을 주는 프로모션을 간간히 실시해 왔다. 간접적인 방식의 할인을 해왔던 만큼 스킨푸드의 노세일 정책이 정말로 계속 유지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또 1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각 매장의 POS 시스템을 할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손본 것으로 알려져 1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할거면 제대로 하고 말거면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처럼 애매한 할인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뿐만 아니라 지속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한 소비자는 “10년 동안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는 스킨푸드만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정기 할인 행사를 여는 것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상황은 고정 고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신규 소비자의 유입은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직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스킨푸드가 노세일을 하는 이유를 광고로까지 제작했던 게 있어서 대놓고 할인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현실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행보를 단숨에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갈수록 업계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스킨푸드가 노세일 신념을 접고, 적극적인 할인행사 참여로 안팎의 위기설을 거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