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해임의 진실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해임의 진실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1-12 09:46
  • 승인 2015.01.12 09:46
  • 호수 108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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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안개속…신동빈 체제에 관심 쏠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 임원자리에서 해임된 것이 그 배경이다. 그동안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한국을,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이라는 점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동안 후계구도를 두고 잡음을 내다 아버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물러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현 상황을 짚어봤다.

임시 이사회 열어 자회사 이사 연이은 해임
후계전쟁 준비 중 부친 눈 밖에 났을 가능성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롯데 이사, 롯데상사 대표이사,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어 지난 8일에는 롯데홀딩스 이사 자리도 임시주총을 통해 해임이 결정됐다.

그런데 신 부회장의 해임 이유로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각종 설과 진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우선 해임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와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경영권 승계 방향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재계에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갖춘 기업으로 분류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신동빈 회장, 일본은 신동주 전 부회장 구도로 이변 없이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게 재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주력 자회사 이사직 해임으로 이변이 생기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이 어려워졌다.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이라는 점은 후계구도 변화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고 있다. 임시로 열린 이사회에서 해임이 결정돼 사태의 급박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후계구도와 관련해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는 점도 해임 배경으로 거론된다.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 사업에 욕심을 내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1년 동안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기 시작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을 사들인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등 식음료 계열사를 갖고 있다. 또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부문이며 그룹의 지주사 격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7.86%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한다. 어떤 지분을 사들이냐에 따라서 후계 경쟁 구도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셈이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96%다. 신동빈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 5.34% 보다는 적은 지분이지만 1.38%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즉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원화 조직
한국으로 통일?

이 같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는 해임 이전부터 후계 구도 변화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계열사로 손꼽히는 만큼 형제간의 후계 경쟁으로 비쳐진 것이다.

롯데제과 지분뿐만 아니라 롯데쇼핑 지분율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쇼핑 지분율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를 보유중이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1% 포인트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전체 주식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44.5%를 보유, 신동주 전 부회장은 39.7%를 보유해 4.8%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롯데그룹의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역을 나눠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일부 지역의 경우 시장이 겹쳐 경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더욱이 롯데그룹이 지난해 7월 계열사 사이의 지분거래를 통해 사업부문별로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총 거래금액 2507억 원에 이르는 계열사 간 지분거래를 “순환출자 해소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따라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일본롯데의 핵심 자회사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 중 하나로 보고, 그룹 전체 경영권의 무게중심이 신동빈 회장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이는 일들이 있는 만큼 후계구도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94세의 고령이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현재 한국과 일본으로 나눠둔 사업부문을 하나로 통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여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나눈 체제로 경영해왔지만,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된 만큼 신동빈 회장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국내 입지도 탄탄하지만은 않아 이 같은 ‘설’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어 이를 총괄지휘한 신동빈 회장의 어깨가 무겁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롯데그룹 측은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일본 쪽과도 교류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롯데 역시 “이사회 결정사안”이라고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갖은 추측만 나오는 상황에서 오리무중에 빠진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방향에 대한 재계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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