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차기 회장 선임 ‘오리무중’
전경련 차기 회장 선임 ‘오리무중’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1-12 09:27
  • 승인 2015.01.12 09:27
  • 호수 108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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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마음을 비웠다” …대안부재 ‘심각’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차기 회장 인선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현 회장인 허창수 GS회장이 연임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마땅한 후임 인사가 없다는 점에서 세 번째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경련 위상이 예전만 못 한 데다 대부분의 유력 총수들도 건강 문제, 사법 처리, 경영난으로 인해 누구 한 명 발 벗고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전경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말도 회자된다.


2월 임기만료 … 3연임 가능성 높아
후임 인사들 건강·도덕성 문제로 고사


원래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의 수장’이라고 불리면서 유력 총수 간 경쟁이 있던 자리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초대회장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쟁쟁한 재계 1세대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0년대 들어 전경련 회장은 회장단에서 희망자가 없어 사실상 강제로 추대하고 있다. 2년 전 허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시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재임을 권유할 때도 “회장직을 다시 맡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하지만 당시 대안이 마땅치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임을 수락한 바 있다.이번에도 허 회장 본인은 3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전경련 내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대웅 기자>
허 회장은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전경련 회장을 연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에 앞선 2일 전경련 시무식에서는 연임 여부와 관련해 “마음을 비웠다. (전경련 회장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허 회장의 3연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허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은 무엇보다 현재로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마평 인사는 누구

전경련의 한 고위 임원은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아서 회장직을 선뜻 수락하는 재계 총수들을 찾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라며 “회장 후보군의 윤곽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고 귀띔한다.

여기에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잇단 악재로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도 전경련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조 회장은 최근 불거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땅콩 회항’사건으로 사실상 멀어진 분위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도 다소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뒤 지난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아직은 집행유예 기간이라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최근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고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륜이나 경륜에서 모 회장이 유력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안팎의 시련이 겹치면서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아쉬워했다.
또 ‘마땅한 후보가 없을 경우 21명의 회장단 중 연장자가 맡는다’는 원칙도 적용하기 힘들다.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77),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74)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고령 때문에 현실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전경련회장 추대방식은 독특하다. 만장일치로 뽑는다. 누가 되고 싶다고 해도 되는 게 아니다. 본인이 하고 싶지 않다고 고사해도 그만둘 수 없는 게 전경련 회장 자리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오는 2월 10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임기 2년의 회장을 선출한다. 만약 허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 1961년 전경련 창립 이후 고 정주영 회장(5연임)과 고 김용완 회장(4연임), 고 홍재선 회장(3연임)에 이어 역대 4번째가 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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