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재판으로 몸과 마음 쇠해져

현대판 화타 논란을 가져왔던 장병두 할아버지의 대법원 선고가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방송사에서 장 할아버지의 최근 근황을 의미 있게 다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할아버지는 오랜 재판으로 인해 지난 해 몸이 많이 편찮았던 것으로 알려져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4년 동안의 재판으로 인해 신체는 물론 심적 고통이 큰 것으로 알려진 장 할아버지의 최근 근황에 대해 알아봤다.
수많은 불치병 환자를 살리고도 현행 의료법 상 무면허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장병두 할아버지.
최초 언론의 보도를 통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의 집 앞에는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방송을 통해 장 할아버지의 의술이 알려지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과 언론보도는 장 할아버지에게 더 큰 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지난 해 5월 모 언론사의 장병두 할아버지 기사는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다.
당시 기사의 맨 마지막 문구에 장 할아버지측 변호사가 “모처에서 현재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단 한 줄의 기사내용 때문이다.
장 할아버지에게 치료를 원하는 많은 환자들은 이 기사를 보고 장 할아버지가 정말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장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 모(27·남)씨에 따르면 “당시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재판 중이고 선고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할아버지가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진료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장 할아버지의 한 측근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인터넷으로 장 할아버지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경숙 씨는 “할아버지가 처음 기소가 됐던 2006년에는 재판 중이었지만 진료를 했었다. 워낙 병세가 깊은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진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의 위험이 따르는 일부 환자들을 자택을 떠나 여관을 전전하면서 돌봐 주셨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되면서 이런 진료도 힘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의술을 펼칠수 없는 것에 대해 큰 자책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 씨는 “당시 할아버지는 모든 환자들을 돌보지 못했다. 그런 환자들 중에 목숨을 잃은 환자들도 있다. 할아버지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안타까워 하셨다”고 말했다.
자택에 머물며 은둔생활
그렇다면 현재 장 할아버지는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것일까. 장 할아버지는 현재 자택과 또 다른 은신처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최근에는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해 할아버지의 몸이 많이 편찮으셨다. 오랜 재판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쇠하셨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장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많은 취재진과 환자들을 매일 같이 돌려보낸다고 한다.
이씨는 “최근에 들어서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 방송사와의 인터뷰도 몇 차례 고사를 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서 인터뷰한 것이다. 아무래도 재판이 길어지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장 할아버지의 일과는 새벽녘부터 시작된다. 3~4시경에 일어나 아침 8시면 식사를 하신다. 일과는 책을 보거나 뉴스 시청이 대부분이다. 가끔 재판에 대해 묻기도 하지만 환자 걱정에 한숨이 늘었다고 한다.
장 할아버지의 측근에 따르면 장 할아버지는 거의 집안에 있으면서 재판 때문에 돌보지 못하는 환자들을 걱정하신다고 한다.
한 측근은 “환자를 돌보는 것이 최고의 낙이신 할아버지가 3년간의 재판과정에서 기력이 많이 쇠하신 것은 사실이다. 본인이 환자를 돌보는 것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계시는데 이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아 힘들어 하신다. 만약 할아버지가 혼자 계셨다면 재판과 상관없이 환자들을 진료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재판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할아버지의 의술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지만 신비한 의술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의술이 할아버지를 통해 전수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할아버지가 자유로운 몸이 되어 많은 환자를 보살피고 자신의 의술을 전수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 변호인단에 선임 된 엄 변호사는 “장 할아버지가 무면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권 의료체계에서 포기한 환자들을 고치신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나도 진료를 받아 완쾌 됐다. 이런 것을 보면 장 할아버지의 의술이 상당부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장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환자를 돌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변론을 맡았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해 5월 29일 오전 10시 장 할아버지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장 할아버지 변호인측에서 선고연기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일단 선고가 연기된 상태다.
이에 앞서 2007년 10월 전주지법 제1형사부(서경환 부장판사)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무면허 의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 할아버지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할아버지는 3년간 3000여 차례에 걸쳐 무면허 진료 행위를 하며 모두 13억98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96년 11월 기소돼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1심 재판에서 같은 형량을 선고받고 항소한 바 있다.
#장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는 조카 장 모씨 인터뷰
“환자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에 괴로워 하신다”
-장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나
▲ 24시간을 함께하고 있지는 않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면 할아버지 자택으로 간다. 저녁 시간엔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요즘에도 자택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은가
▲ 하루 평균 3명 이상은 찾아오신다. 한번은 택배 배달 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모르고 문을 열어 주신적도 있었다. 하지만 진료를 해 드릴 수 없다고 돌려보낸다.
-할아버지의 근황은
▲ 요즘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셨다. 이미 방송된 것도 있고 아직 기사화 되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난 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에 곤욕을 치뤘다고 하던데
▲ 그렇다. 모처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 때문에 자택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환자도 진료를 하지 않았다.
-장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가 있던데
▲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1년 전과 달라 진 것은 사실이다. 연세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이 오래 진행되다 보니 건강보다는 심적 부담이 크신 것으로 보인다.
-환자분들 중에 위급하신 환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 진료를 받던 환자분들 중에 고발이 된 이후 진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분들도 계신다. 환자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할아버지도 상당히 안타까워 하셨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할아버지는 위중한 환자들을 위해 진료를 하고 싶어 하신다. 하지만 주위에서 가족들이 만류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자칫 할아버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만약 할아버지 혼자 계셨다면 지금도 계속 환자들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으면 우리도 괴롭다.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 보통 할아버지는 새벽 3~4시면 기침을 하신다. 아침 8시쯤 식사를 하시고 책을 잠시 보시기도 하신다. 저녁땐 좀 일찍 주무신다. 하루 일과 중에 책을 보시거나 TV뉴스를 보시는 게 전부다. 가끔 재판에 대해서나 바깥얘기에 대해 물어 오시면 대답을 드리거나 한다.
-재판과 관련해서 장 할아버지가 말씀 하시는 게 있었나
▲ 재판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는다.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생각은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장 할아버지가 외국에 나가서 자유롭게 환자들을 보살피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 지금도 간혹 그런 말씀을 하신다. 외국으로 나가셔서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다. 하지만 지금 할아버지 연세가 100세가 넘은 상황에서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향후 할아버지의 계획은
▲ 지금은 최종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재판 결과가 좋던 나쁘던 간에 최선을 다해 재판을 끝마칠 계획이다. 하루라도 빨리 재판이 끝나야 할아버지의 심적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병두 할아버지는 누구?
현대의학에서는 설명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말기암 환자 등을 완치, 신비의 의술을 펼치는 21세기 화타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무면허 시술로 인해 기소된다.
장병두 할아버지는 1906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 102세이나 출생신고를10년 늦게 하여, 호적부에는 1916년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출생하고 두 달 만에 등창이 발병, 곧 사망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등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져서 등 부위에 지름 10㎝ 가량의 구멍이 뚫리고, 이를 통해 내장의 장기가 들여 다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다행이 외조부를 통해 치료를 받게 되고 결국 10세 되던 해에 등창이 완치 되었다.
이후 장 할아버지는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8세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의학 연구에 매진, 십여 년 이상을 지리산 등의 깊은 산속과 초야 에서 도학 및 의학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동물실험과 스스로의 몸을 이용한 인체실험도 했다고 한다.
장 할아버지의 의학원리는 음양의 원리 내지 상대성 원리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절반은 현재의 한의학과 비슷한 면이 있으나, 절반은 완전히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한다. 장 할아버지가 작성한 처방전을 현재 한의학 박사들이 보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 할아버지의 치료방법은 문진 후에 약을 조제하는 것으로 약의 주원료는 진품 웅담, 사향, 녹용, 삼, 꿀 등 자연식품으로 구성되어 인체의 부작용이나 해를 수반하지 않는다.
한의학과 달리 대부분의 원료를 10년 이상 발효, 정제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는 없고 원료를 진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비용이 들어간다.
장 할아버님는 사람의 수명을 예상할 수 있으며 수명이 다해 도저히 치료 할 수 없으면 그대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또 있다. 바로 장 할아버지의 진맥 방법이다. 장 할아버지의 진맥은 등 부위의 경락을 쓰다듬어서 하는 것으로서, 일반 한의사의 방식과는 다르다.
자료제공 = 장병두할아버지생명의술살리기모임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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