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주항공 UAE에 T-50수출 실패 ‘15억 달러 날렸다’
한국우주항공 UAE에 T-50수출 실패 ‘15억 달러 날렸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3-03 16:21
  • 승인 2009.03.03 16:21
  • 호수 77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아랍에미리트(UAE)수출 계획이 좌초됐다.

지난달 26일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1월 UAE가 고등훈련기 수입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기종이 최종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고 대신 이탈리아의 M-346기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T-50은 KAI가 자본을 대고 미국 록히드마틴사(社)가 기술을 제공하여 1990년부터 공동개발에 착수, 2005년 양산에 성공한 세계 유일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전투기다.


참여정부가 공들인 T-50 수출 MB정부서 실패

공군 조종사 대부분은 일단 속도가 음속 이하(아음속)의 훈련기로 비행훈련을 마친 뒤 초음속 전투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본격적인 훈련을 받고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초음속 훈련기 T-50은 이 두 번의 교육과정을 한 번으로 통합했다. 또한 포탄과 기총으로 무장 시키면 경공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T-50의 성능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 방위산업(방산)계의 ‘걸작’으로 평가한 바 있다.

T-50 수출 프로젝트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무총리, 산업자원부 장관, 공군참모총장 등은 UAE를 방문할 때마다 UAE 정부에 T-50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2006년 6월, UAE의 군 부총사령관인 모하메드 왕세자가 방한해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T-50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뒤 T-50의 성능을 호평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007년 11월, T-50은 다른 기종들을 제치고 이탈리아 아에르마치사의 M-346과 함께 최종후보로 낙점이 됐다.

예상 수출 가격은 대당 2500만 달러, 수출 규모는 약 40~60대로 예상됐다. 최대 15억 달러의 대규모 수출 사업이었다.

당시 국방부와 KAI 측은 “UAE가 T-50 3기를 비행시험 평가에 참여한다”며 1조 2000억 규모의 수출 전망을 발표했다.

이후 2007년 11월 경 T-50기는 UAE 고등훈련기 수출 사업에서 경쟁 모델 M-346(이탈리아)에 비해 기기개발 수준 및 안정성, 초음속과 아음속의 성능차이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선점했다. 또한‘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30여개 산업 분야 협력 제안 등으로 UAE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UAE가 우선 협상 대상인 이탈리아의 M-346은 개발이 끝나지 않아 T-50에 비해 점수가 밀렸다. 현재도 시험비행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만 보면 T-50의 수출은 기정사실화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UAE는 T-50수출을 거부했다.

이번 수출실패에 대해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고등 훈련기 수출사업의 실패를 두고 그 원인이 무엇보다 참여정부에서 심도 있게 추진해 왔던 핵심 방산수출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방기했기 때문이다. 담당자들마저 무성의하게 대처해 실패했다”고 지적해 파문이 일 전망이다.

T-50 수출의 길은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치밀하지 못하고 미온적인 대처가 비판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프가니스탄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UAE에 군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UAE 군 고위층을 공략했다.

광범위한 산업협력 방안은 물론 관광객 증대를 위해 사막에 자동차경기인 포뮬러 원(F-1) 경기장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제안, 관광 수입 증대에 역점을 두고 있던 UAE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UAE측이 고등훈련기 선정 때 기종의 성능은 물론 해당 국가와의 산업협력 프로젝트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따지겠다고 밝혔지만, UAE의 이목을 끌만한 산업협력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실무차원에서만 ‘30개 프로젝트’라는 각종 협력 사업들을 제안했지만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참여 정부 때 신설된 청와대의 'T-50수출’TF팀마저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또 정부가 임명한 KAI의 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UAE와 대화를 단절했다.

결국 정부와 관계자들의 무성한 대처로 한국산 T-50수출은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싱가포르와 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고등훈련기 수출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