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家, 한라공조 M&A의 득과 실
범 현대家, 한라공조 M&A의 득과 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1-09 09:18
  • 승인 2015.01.09 09:18
  • 호수 108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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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자존심 싸움…결국 떠나보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라비스테온공조를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범 현대가()의 자존심이 상한 모양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최대 납품처는 현대차로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폭스바겐 등 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비율도 상당히 높아지는 추세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옛 한라그룹에서 탄생했고 한라그룹은 범 현대가라는 점에서 이 같은 억울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타 기업에 납품업체 인수되자 긴장감 형성
사모펀드에 대한 강한 반발감 어디까지

당초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을 깨고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간 전문가나 관계자들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후보자로 한라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을 가장 먼저 꼽아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라그룹은 이미 옛 핵심계열사 되찾기를 못박고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물심양면으로 알아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모기업인 비스테온 공조 부문을 합쳐 덩치를 불린 탓에 쉽게 시도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깜짝선언한 것이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70%39000억 원에 사들였다. 매입 비율은 각각 50.5%, 19.5%로 대금은 28000억 원, 11000억 원 수준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옛 한라공조로 만도의 전신 만도기계가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해 1986년 설립된 회사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한라그룹이 해체되면서 미국 비스테온이 지분을 인수했고 이후 포드의 지분까지 넘겨받으며 1999년 비스테온이 최대주주로 등장했다.

이처럼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한라그룹의 계열사였던 탓에 범 현대가 중에서도 특히 현대차의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를 두고 사모펀드가 이를 인수하게 되면 수익 실현에 주력해 발전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에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 대신 타 거래선의 비율을 높이거나 직접 공조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대주주였던 비스테온 역시 헤지펀드를 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이와 상관없이 비스테온과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제 역할을 해온 것을 보면 현대차의 주장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다.

또 이전과 달리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현대차에만 납품을 의존하지 않고 타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는 비율이 날로 높아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현대차를 비롯한 범 현대가가 감정을 내세워 한라비스테온공조와의 거래를 줄이면 이는 현대가에도 타격이 된다는 의미다.

깜짝 인수로 웃는 한국타이어

한편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이를 인수한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에 대한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KB투자증권은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대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주가와 향후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중국으로의 재매각 가능성, 현대·기아차의 의존도 축소 가능성, 분할매각 가능성 등이 제기됐지만, 한앤컴퍼니는 중국으로의 재매각가능성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비스테온 사모펀드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고 한국타이어가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라비스테온공조 매출액은 주요 고객의 세계 자동차 시장 내 입지가 확고하고 친환경차 밸류체인에서 공조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까지 5년간 성장해 7조 원에 근접하리라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더불어 KTB투자증권은 한라비스테온공조 매각으로 향후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배당성향이 4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앤컴퍼니의 예상 차입자금은 17000억 원이고 이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이 약 680억 원임을 감안할 때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배당성향이 앞으로 40%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배당수익률은 2.8%로 자동차 업종 내에서는 최고 수준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한앤컴퍼니로 넘어가면 달라지는 환경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비스테온의 대주주도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나 비스테온은 포드에서 분사된 자동차 부품회사이기 때문에 공조시장과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해외공장에서는 점진적으로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한국타이어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KDB대우증권은 한국타이어에 대해 사업다각화 효과와 장기적 비전을 감안할 때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라비스테온공조는 내연기관과 친환경 차량을 포괄하는 핵심 부품군인 공조시스템과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또 파워트레인 연비개선과 관련한 핵심 분야와 고객군 확대를 위해 사업확장을 계획 중인데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사업다각화 효과와 장기적 성장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우 장기적으로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타이어 중심의 인수대금 지불로 인해 자체적인 재무여력 내지 투자여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상표권 수입 등을 더 많이 수취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될 경우, 한국타이워월드와이드는 연간 500~600억 원의 추가 브랜드 로열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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