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고발 위장결혼-팔려가는 한국남성들
세태고발 위장결혼-팔려가는 한국남성들
  • 서준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9-02-24 13:18
  • 승인 2009.02.24 13:18
  • 호수 774
  • 4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도 받고 뽕도 따는 1석2조 “500만원에 결혼해드려요”

불법체류를 피하기 위해 또 다른 불법 ‘위장결혼’이 각종 범죄 수단에 악용되고 있다. 한국남성들이 돈을 받고 중국여성과 가짜 결혼을 하는 것이다. 위장결혼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에 따르면 중국여성과 결혼하는 대부분의 한국남성은 무직자나 실직자 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돈도 받고 공짜로 중국 여행도 시켜준다니 그들에겐 1석2조나 다름없는 셈. 특히 브로커들은 “중국여성이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2년 정도 걸린다”며 “2년 동안 중국여성이 벌어온 돈으로 먹고살 수 있다”고 꼬득이기도 한다. 물론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중국여성들이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한국남성과의 결혼밖에 없다. 따라서 ‘코리안 드림’이 멈추지 않는 한 위장 결혼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위장 결혼의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한때 내노라하는 일식집 요리사였던 김모(42)씨.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사정은 여의치 않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니던 식당들도 줄줄이 망하면서 김씨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모아둔 돈도 없어 결혼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상황이 좋아지면 하겠다는 것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소망’으로만 남은 것이다. 여기에 카드빚은 점점 불어나 감당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물론 주변에서는 ‘필리핀이나 태국, 혹은 중국여성과 결혼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꾸리기엔 생활이 너무 팍팍했다.


500만원에 중국여성은 덤

그러던 그가 새삼 중국여성과의 결혼생활을 꿈꾸게 된 것은 우연히 본 광고 때문이었다. 중국여성과 결혼만하면 500만원을 바로 통장에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짜 중국여행도 시켜준다고도 했다. 김씨로선 도저히 믿기지 않은 꿈같은 제안인 셈이다.

이에 김씨는 해당업체에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그때서야 김씨는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문제의 500만원은 다름 아닌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중국여성의 돈이었다. 맞선을 위한 무료 중국 여행 또한 중국여성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단돈 500만원에 ‘결혼’이란 중대사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 해당업체는 “결혼을 한 다음에라도 관계당국에 ‘사기결혼을 당했다’고 하면 결혼원천무효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면 중국여성은 즉각 한국에서 쫓겨나고 두 번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 힘들어진다”며 마음을 놓으라고 당부했다. 결국 남성의 입장에서는 500만원을 고스란히 받고 자신이 원하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결국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무리 달콤한 유혹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결혼을 하는 것은 끝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정이라는 건 살면서 서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잘못한 결정은 나중에 더욱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결혼을 포기했다. 뒤돌아 생각하면 당시에 흔들렸던 것은 낯선 여인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돈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비록 김씨는 잘못된 세계에 발을 담그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위장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불법 입국한 여성들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에서 2005년 사이만 하더라도 불법체류는 무려 5만여명이 늘어났다. 이중 상당수가 ‘한국남성과 위장결혼을 통해서’라는 것은 충격을 준다.


범죄의 새수단 위장결혼

중국여성이 위장결혼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상당하다. 배우자가 될 남성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비용이며 중간 브로커에 주어야 할 수수료 등을 전부 따지면 2000만원이나 된다. 이는 중국 근로자 한명이 최소 15년에서 20년간 거의 돈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비용이다.

물론 그녀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겠지만 사실 일단 한국 국적을 안정적으로 취득하면 2~3년 정도면 충분히 갚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중국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거금’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 2000만원은 충분히 가능한 ‘투자’요 위장결혼은 해볼만한 ‘장사’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러한 위장 결혼이 이뤄지는 것일까. 일단 한국에서 위장 결혼 희망자가 있으면 중국 여성이 한국 남성을 중국으로 초청하게 된다. 이때 중국 현지에서 맞선을 보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것. 이렇게 하면 중국결혼증이 발급되고 남성은 바로 100만원 가량의 돈을 받게 된다.

그 후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혼인신고를 하면 또다시 400만원의 돈을 추가로 받는다. 이렇게 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면 결혼생활이 시작되고, 2년 후 중국여성에겐 정식 한국국적이 부여된다.

물론 여성은 결혼생활을 잘 영위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취직을 해서 그때부터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장 결혼이 비록 불법이기는 하지만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성공하면 다행이다. 일부는 돈만 날린 채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에서의 브로커들은 정상적인 남성을 중국 여성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노숙자나 장애인, 무직자나 신용불량자 등 사회적 약자를 소개시켜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이들은 비록 500만원의 돈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장결혼을 하기에 더 할 수 없이 좋은 안성맞춤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 남성들은 또한 주거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결혼 자체가 무산되거나 혹은 결혼을 하자마자 사라지거나 심지어 결혼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러한 경우 중국 여성으로서는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그녀들이 마련한 2000만원이라는 돈은 혼자서 마련하기가 거의 힘든 돈이다. 대부분 자신이 나는 모든 친척들을 총동원해 마련하는 경우다.

따라서 만약 한 명의 중국 여성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했을 때는 모든 친척들이 동시에 망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중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정착할 수도 없는 불법 체류자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설사 중국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평생동안 빚만 갚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국에서의 불법 체류 신세를 견뎌내야 한다. 따라서 그녀들은 당연히 ‘어둠의 세계’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성매매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뿐만 아니다. 때로는 범죄 집단이 조직적으로 위장 결혼을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 남성들과 위장 결혼을 한 몽골 여성들을 퇴폐 이발소에 취직 시켜 돈을 갈취한 사건도 있었고 중국 여성들을 감금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키며 월급을 착취한 경우도 있었다. ‘꿈’을 찾아온 그녀들은 한순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그녀들로부터 받는 돈은 대부분 1000만원 정도. 전체 2000만원 중에서 나머지 1000만원은 경비로 쓰고 나머지 돈을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1인당 1000만원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10명이면 1억, 100명이면 1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된다.

따라서 때로는 조폭들도 이러한 위장 결혼 업계에 발을 담그기도 한다. 경찰은 현재 2003년부터 조폭들이 이러한 위장 결혼에 관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위장 결혼이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여성에게 마약 운반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그녀들은 하루 빨리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혹에도 손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2005년경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단속기관은 한국 남성과의 위장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려던 조선족 여성들로부터 18억여 원 상당의 필로폰을 압수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이러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한동네 모든 남자들이 동서?

조선족 여성들의 국내 유흥업 종사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여성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와 다양한 업종은 물론 특히 유흥가 쪽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녀들의 행보(?)가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다름 아닌 국내 지방의 티켓 다방들에서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물론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여성들이거나 혹은 유학생들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티켓 다방에서 일을 한다.

이들이 티켓 다방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서울 도심의 경우 성매매 단속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지기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속이 없는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의 경우도 비록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크게 부침없는 영업이 가능하다.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들이 거의 다 서울로 올라간 상황에서 시골에서는 ‘젊은 여자 구경하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따라서 그나마 젊은 조선족 여성들은 이곳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얘기다.

작은 시골마을의 경우 대부분 한 다방 아가씨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통에 마을 남자들이 모두 ‘동서’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관할 경찰서에서도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고 또한 지속적인 단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인력이 따라주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준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