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면 예뻐야된다? 취업성형백태

최근 심각한 실업난으로 인해 취업을 하기위한 청년들의 눈물겨운 몸부림이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취약한 얼굴부위에 칼을대는 ‘취업성형’이 그 대표적 사례. 국회교육위원회가 교육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생 가운데 단지 60%만이 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리는 요즘 ‘외모가 취업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전제하에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취업성형의 붐이 일고 있다.
취업성형 열기 후끈
최근 한국여성개발원이 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미취업 대학졸업생들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가 취업을 위해 성형(다이어트 포함)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비율은 남성 5.5%, 여성 17.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강남에 위치한 H치과, Y성형외과, P피부과가 병원을 찾은 20~30대 300명(남 91명, 여 208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가 취업을 위한 성형에 찬성한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특히 응답자의 51%는 이미 취업에서 외모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당분간 취업성형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형이라도 할걸 그랬어요”
“학점도 우수한데다가 토익도 900점이 넘고 일상회화도 가능한데…”
서울소재 명문대 인기학과를 졸업한 최인경씨(가명·27·여)는 현재 종로에 위치한 유학원에서 MBA 유학준비를 하고 있다. 최씨는 대학을 졸업한 2002년 이후 한 번도 정규직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협력업체 홍보팀에서 1년간 계약직으로 일했다는 그는 “말이 홍보팀이지 완전 책장사하는 텔레마케터였다”고 말하며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경씨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10 여 차례 원서를 냈으나 매번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작년에 이미 포기했다. 이젠 나이 때문에 신입사원 지원도 불가능하다”며 그는 이미 국내 대기업 취직을 포기한 듯 보였다. 최씨는 남들보다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매번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 원인으로 자신의 작은 키와 외모를 꼽았다.
실제로 그는 150센티가 조금 넘을까 싶은 작은 키에 아래턱이 돌출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최씨는 면접시마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사람들을 많이 대해야하는 홍보팀의 경우 외모를 많이 보는 눈치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여기서 취직은 접었다. 올 3월에 떠난다. 현지 적응 좀 한 후에 MBA밟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면서도 “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진작 성형이라도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는 게 사실”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외모가 경쟁력이죠”
“이것 좀 봐 달라. 제 얼굴이 이랬다.” 서울소재 모 대학 4년 전미영씨(가명·23·여)는 대뜸 자신의 학생증 사진을 보여줬다. 실제로 학생증의 사진속의 전씨와 현재의 전씨는 이미지 자체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전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받은 수술은 이른바 광대뼈 제거술.
강남에 위치한 한 안면성형 전문 병원에서 최소절개를 이용한 광대뼈 절개술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전씨는 “요즘 취업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 하지 않나. 이런 시대엔 외모도 경쟁력아닌가”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프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는 “의술이 좋아져서 생각보단 괜찮았다. 인생이 걸린 문젠데 이게 대수겠나”라고 말했다.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
“주변에서 나의 첫 인상이 완전 달라졌다고 말한다”며 그는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층 들떠 있었다.
입사 2년째로 모 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고 있는 박혜미씨(가명·29·여)는 입사를 준비하면서 ‘박피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부터 심한 여드름으로 인해 피부가 엉망이었다는 그는 “수술 받길 잘했다”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미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혐오감은 주지 않아야 하지 않나. 특히 면접에서는 첫 인상이 크게 좌우하는데, 깨끗한 얼굴을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예전 얼굴로도 입사할 수 있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말하며 웃었다.
불황에도 취업성형 문의증가
“겨울방학 때는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봅니다.”
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성형외과에는 성형을 희망하는 이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강남 일대 몇몇 성형외과에 알아본 결과에 따르면 특히 취업을 위해 성형을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사동에 위치한 모 성형외과에 따르면 취업성형을 문의하는 대학 4년생이나 미취업자들의 문의가 하루에도 3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단순히 쌍꺼풀이나 코 세우기에 국한되어 있던 기존의 성형수술 범위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안면 윤곽술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동양인의 특성상 광대뼈 축소나 돌출된 입 부분의 교정, 사각턱 절골술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상당수”라며 “돌출된 어느 부위만 교정해줘도 전체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윤곽술 선호도 높다”
강남역에 위치한 모 성형외과. 병원 로비에는 20대로 보이는 여성 4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소 절개로 안면윤곽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전문의는 “외모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 취업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가.
▲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예비 취업생의 경우 이번 겨울방학이 적기다.
- 취업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은 주로 어떤 수술을 원하는가.
▲ 전체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안면윤곽술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광대뼈가 지나치게 돌출되어 있거나 사각턱인 분들이 선호한다.
-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 모든 절차는 일단 환자와 신중하고 정확한 상담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술에 들어가기전에 실측 방사선 사진인 ‘세팔로메트리’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수술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에 따라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최소 절개 윤곽술의 장점이라면? 위험하지는 않은가.
▲ 수술시간을 단축시킴과 동시에 출혈을 최소화한다. 위험성통증이나 붓기도 적고 빠른 시일 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그만큼 낮다고 할 수 있다.
- 시술하는 입장에서 취업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예전엔 기형으로 인해 필수적으로 성형을 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구직난이 심각하다는 말 아니겠나.
언젠가 모 대기업 채용 담당자가 면접 시 외모를 비중 있게 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은 확실히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던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
조민성 기자 cho@dailys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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