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열악한 환경에도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며 한숨을 돌린 인천유나이티드가 코칭스태프를 잇달아 벼랑끝으로 몰아낸 데 이어 주전 선수들까지 타 구단으로 이적을 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FC 서울은 지난 2일 구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013년 K리그에 데뷔했던 인천유나이티드의 이석현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석현은 데뷔 첫해인 지난 2013년 33경기 7골 3도움으로 맹활약을 했던 인천유나이티드의 주전 멤버로 손꼽힌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이석현의 이적이 인천의 구단 해체를 알리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인천은 최종환과 안재준, 배승진 등이 군에 입대했고 이천수를 비롯해 박태민, 이윤표, 남재준 등 계약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재계약을 미루고 있다. 이에 주전급 선수들의 절반가량이 이탈한 상태다.
또 지난해 인천의 중원을 지켰던 구본상이 전남드래곤즈로 이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공격수 진성욱, 미드필더 문상윤, 골키퍼 유현 등 지난해 핵심 선수들도 이미 타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천은 선수들과 직원들의 임금까지 체불될 만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선수들의 이적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시즌 다른 선수들이 인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져 인천은 강등을 염려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와 함께 지난 19일 김봉길 전 감독을 경질한 데 이어 일부 코칭스테프들까지도 전화 한 통 또는 이메일로 계약만료를 알리면서 인천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봉길 감독의 경우 지난해 연이은 주축 선수들의 이적에도 팀을 잘 이끌어 ‘봉길매직’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하지만 구단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고 더욱이 전화 한 통으로 경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거세지자 인천은 후임 감독을 선임했다고 알렸지만 이임생 전 홈유나이티드(싱가포르) 감독이 인천과의 계약을 거절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축구팬들의 원성은 빗발쳤다. 인천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을 비롯해 구단 공식 SNS계정에 경영진의 운영 행태를 비판하는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지만 구단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아무런 공식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길어지고 있지만 구단은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한 마디,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는 한 마디 조차 하지 않고 있어 불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구단주가 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의 태도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7월 새롭게 구단주로 취임하면서 팬들 앞에서 “축구는 축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인천이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도록 구단주로서의 역할을 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유 시장은 “송영길 전 시장이 인천 구단의 경영난을 악화시켰다”면서 ‘전문경영인의 대표이사 선임’ 등의 다양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 사장 취임 이후 인천의 새 대표이사 자리에는 김광성 당시 경제수도추진본부장이 앉으면서 또 다시 공무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인천의 상황은 더욱 추락해 시즌 막바지에 이르는 동안 선수와 직원들의 임금 체불에 시달리며 코칭스테프와 선수들을 거리로 내모는 셈이 됐다. 이에 구단 외부에서는 내년 예산의 삭감, 구단 해체설이 나돌면서 인천의 존폐 위기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을 비롯해 구단주는 그저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 인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감독 자리를 놓고 국내외 감독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어 인천은 감독 없이 시즌을 시작할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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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