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더 인터뷰>가 화제다. 북한은 영화 개봉 전부터 “우리의 주권과 최고지도자의 존엄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조롱”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해당 영화는 배급사 소니픽쳐스가 해킹당하고, 해킹 단체에서 영화 관람객에 대한 테러를 예고하면서 개봉이 취소됐다. 이에 영화 <더 인터뷰>는 미국 독립 극장을 위주로 개봉됐으며, 소니픽쳐스는 온라인에 영화 무료배포를 계획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장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화제의 영화 <더 인터뷰>를 [일요서울]이 직접 봤다.
일본해·개고기·가수 윤미래 음원 무단 사용 문제점 발견
일부 관람객들 “한국인을 비하하는 장면 있다” 비판
미국에서 만든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암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북한은 지난 6월 해당 영화의 예고 영상이 공개되자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백악관에 영화 상영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유엔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영화 <더 인터뷰>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북한은 “주권국가의 현직 수장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 배급되도록 허가하는 것은 가장 적나라한 테러 지원이자 전쟁행위”라며 “미국 당국이 즉각 해당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금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테러를 조장, 지원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미 쫓는 사람들은
쓰라린 운명 맞이할 것”
지난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전후로 영화 <더 인터뷰>의 배급사 소니픽쳐스가 해킹 공격을 당했다. 소니와 미국 측은 해킹 사태의 배후를 북한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소니픽쳐스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영화 관람객에게 테러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12월25일 영화 <더 인터뷰>의 개봉을 앞두고 악재가 겹친 것이다. 해커집단 자칭 ‘GOP'(평화의 수호자)는 “조만간 전 세계가 소니영화사가 제작한 끔찍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재미를 쫓는 사람들이 테러 속에 얼마나 쓰라린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소니픽쳐스는 개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니픽쳐스는 영화 <더 인터뷰>의 온라인 무료 배포를 계획함과 동시에 소규모 독립 극장 300곳에서 제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극장에는 영화를 보기 위한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우려했던 바와 달리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형극장에서도 지난 2일부터 영화 <더 인터뷰>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영화 <더 인터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어떤 영화이기에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을까. 궁금증을 안고 영화 <더 인터뷰>를 직접 관람했다.
평양서 호랑이 만나 격투
주석궁 근처 핵시설 ‘과장’
인기 토크쇼 ‘스카일라크 쇼’를 진행하는 사회자 ‘데이브 스카일라크’와 감독 ‘애런 래퍼포트’는 오랜 친구사이다. 두 사람은 토크쇼를 10년 동안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때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화제다. 애런은 동료 감독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이 연예계 가십만 다룬다는 비판을 듣고 고민에 빠지고, 이때 데이브는 김정은이 미국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특히 자신들의 쇼를 제일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이에 애런은 북한에 김정은 인터뷰를 요청하고 북한은 요청을 받아들인다. 물론 자신들이 준비한 질문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두 사람은 최고의 화제 인물인 김정은을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이때 CIA요원이 두 사람을 찾아와 김정은 암살을 제안한다. 이들이 제안한 방법은 독극물 테이프를 이용한 암살방법이었다. 독극물 테이프를 손에 붙이고 김정은과 악수를 하면 12시간 내 몸에 독이 퍼져 사망한다는 계획이다. 애런과 데이브는 이 방법에 동의하고 CIA에서 훈련을 받는다. CIA요원은 두 사람에게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을 신으로 숭배하며 김정은이 하는 말은 뭐든지 믿는다고 조언한다. 김정은이 돌고래와 말을 하고, 대소변을 보지 않는다는 것도 믿는다는 것이다. 이에 두 사람은 믿지 않는다.
평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차를 타고 김정은의 거처로 이동한다. 이때 북한 요원 박숙영에게 데이브는 김정은이 정말 대소변을 보지 않느냐고 묻고 박숙영은 “령도자님은 내부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셔서 대소변을 볼 필요가 없다. 항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북한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는 데이브에 말에 박숙영은 커다란 식료품 가게와 그 앞에 서 있는 뚱뚱한 소년을 보여주며 “다들 오해하고 있다. 우리는 충분한 음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김정은의 거처에 들어온 두 사람은 소지품 검사에서 독극물 테이프를 빼앗기게 된다. 이에 CIA는 이들에게 다시 독극물 테이프를 전달하는데 이때 애런이 김정은 처소에서 빠져나와 낙하 예정지점으로 이동한다. 김정은 처소 주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은 나무와 풀밖에 없으며 설상가상 애런은 호랑이와 마주치게 된다.
우열곡절 끝에 애런은 독극물 테이프를 입수한다 다음날 데이브는 김정은과 시간을 보내면서 김정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데이브가 만난 김정은은 유쾌한 청년이었다. 김정은은 데이브를 위해 직접 탱크를 몰고, 즐겁게 농구를 한다. 이때 김정은은 데이브에게 “북한에는 굶주린 사람이 없다. 모두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명한다. 김정은의 인간적 면모에 푹 빠진 데이브는 김정은 암살계획에서 빠지기로 결심한다.
다음날 식사 자리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던 북한 군인이 독극물로 인해 사망하자 김정은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오열을 한다. 그리고 저녁 회의자리에서 김정은은 “남한은 물론이고 내가 아버지를 잇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존엄성은 필요 없다”며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어 김정은은 “국내외로 나를 무시하는 놈들을 짓밟는 방법은 내 힘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이 나라를 포함한 수십억의 인구를 모두 불태워야 증명할 수 있다면 김씨의 힘을 아낌없이 보여줄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이 자리에 있던 데이브는 밖으로 나와 첫날 봤던 식료품 가게에 들린다. 그러나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음료는 모두 판넬이었고, 과일은 가짜였다. 자신이 본 평양의 모습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데이브는 분노한다. 그리고 김정은을 암살해야 한다며 날뛰는데 이때 이 대화를 박숙영이 듣게 된다. 박숙영 또한 인민을 생각하지 않는 잔혹한 김정은을 증오하고 있었다. 박숙영은 두 사람에게 김정은을 죽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인민들에게 김정은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세 사람은 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다음날 예정된 인터뷰에서 데이브는 “인민들에게 왜 밥은 안 주나” “내가 평양에서 본 것은 가짜 음식이 가득한 식료품점” “대답하기 싫으면 나가라 도망가는 걸 말릴 수 없다” 등의 질문으로 김정은을 당황시킨다. 결국 김정은은 울음을 터트리고 바지에 용변을 보는 등 추태를 보인다. 이 모습을 본 북한 인민들은 당혹해하고 어느 북한 병사는 “우리가 저런 똥개싸개를”이라며 분노했다. 한편 김정은은 방송과 상관없이 데이브에게 총을 쏘고 미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라고 명령한다. 방탄조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데이브는 탱크를 타고 김정은 거처를 빠져나오고 헬기를 타고 쫓아오는 김정은에게 포를 쏴 죽이는 데 성공한다.
북한의 노이즈 마케팅?
주민들 반응 엇갈릴 듯
영화 <더 인터뷰>는 미국식 개그와 욕설로 가득한 B급 코미디 영화다. 애런과 데이브, 김정은의 대화 반 이상이 욕설로 가득 차 있고 성적 표현도 많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손가락을 물어뜯거나 탱크로 군인을 압사시키는 등 잔인한 장면도 많다. 때문에 해킹, 개봉 취소 등의 이슈가 아니었다면 영화 자체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현재 영화 <더 인터뷰>는 내용과 상관없이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영화 <더 인터뷰>는 한국 비하 발언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정은 암살 후 도주 과정을 고민하던 데이브와 애런은 “일본해를 건너가면 된다”고 말한다. 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데이브는 김정은에게 선물 받은 개를 앉고 “개고기를 먹지 않는 미국으로 가자”고 말한다. 해당 대사로 인해 영화를 보는 한국인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이 영화는 가수 윤미래의 노래 ‘Pay Day’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미국 영화지만 한반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김정은 거처 근처에 호랑이가 나오는 장면이나, 북한 장교가 사망하자 김정은이 오열하는 장면 등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장면이다. 오히려 김정은을 ‘인정 있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느낌이다.
영화 <더 인터뷰>는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산만하고 잔인하며 재미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이 영화의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밀수꾼들의 CD, UBS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일부 북한 주민들이 영화 <더 인터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북한 주민들이 영화를 보고 “모욕감을 느꼈다”는 반응과 “‘왜 주민에게 식량을 주지 않느냐’고 묻는 장면을 보고 가슴을 죄는 것은 느꼈다. 누군가 반드시 말을 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미 북한에 유입된 이상 북한 주민들의 대다수가 영화를 보는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