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2014년 정치권 ‘자뻑’ ‘이이제이’ 판쳤다!
[심층취재]2014년 정치권 ‘자뻑’ ‘이이제이’ 판쳤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1-05 09:41
  • 승인 2015.01.05 09:41
  • 호수 107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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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뺄셈의 정치’ ‘반사이익’만 추구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4년 정치권은 ‘자기 정치’를 전혀 발휘하지 못한 무능한 한 해로 평가 받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터진 세월호 참사는 6개월 이상 여야 정쟁의 도구로 변질됐다. 정부는 무능의 아이콘이 됐고 이를 감시할 여야는 ‘무책임’의 전형으로 낙인찍혔다. 세월호 참사는 야당의 최대 호재임에도 부메랑이 돼 오히려 두 번의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여당은 2014년 후반기 국정 운영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박계 김무성 당 대표의 갑작스런 개헌론 발언으로 여권은 급속히 냉랭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 대표적인 ‘자뻑’ 사건인 정윤회 문건 파문이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하면서 집권여당은 ‘정윤회 한파’를 넘길 수 있었다. 2014년은 여야 스스로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보다 상대방의 ‘자뻑(자아도취)’과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그리고 뜻밖의 횡재(?)로 정치적 반사이익만 누린 한 해로 얼룩졌다.

- 與   김현 폭행사건, 통합신당 출현, 통진당 해산 분열 
- 野  ‘개헌’ ‘정윤회 문건 파문’ ‘사자방 국조’ 틈새 벌이기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2014년 한국정치에 불안한 서막을 예고한 것은 4월16일에 터진 세월호 참사였다. 이번 참사로 인해 사망자 및 실종자수 295명에 달했고 그중에서 어린 단원고 학생들이 다수 차지하면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넘쳤다. 특히 6.4 지방선거와 7.30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대형 참사로 야당은 집권 여당에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처지에 놓여있던 여당은 박근혜 정권과 차별화를 걸면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까 전전긍긍했다. 정부는 잘못된 사망자 발표부터 시작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오명 속에서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혔다.

6개월 이상 세월호 정국여야 대표적 ‘자뻑’

야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집권 여당에 총공세를 폈지만 이후 벌어진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여당이 8곳, 야당이 9곳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야당 패배로 끝났다. 다음달에 열린 7.30재보선에서는 15곳 중 11곳을 새누리당이 가져가면서 야당의 명확한 참패로 끝을 맺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두 번의 선거에서 야권이 싹쓸이해도 시원찮을 선거에서 패배는 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인위적인 통합과 계파별 공천 나눠먹기가 자충수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신당 창당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광주 지역 공천 그리고 기동민 동작을 전략공천 파문이다. 이런 악수는 결과적이지만 새누리당으로 입후보한 이정현 후보가 재보선에서 26년 만에 호남에 당선되는 이변을 낳는 발판이 됐다.

특히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6.4 지방선거전 전격적인 통합은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올해 야권에서 일어난 가장 재앙적 사건”이라고 평할 정도로 자뻑이 됐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권 외곽에 존재했다면 야당과 여당을 긴장케 하면서 ‘블루오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호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여당에게 차기 유력한 대권 경쟁 주자와 세력을 사전에 차단해주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안철수 현상이 소멸되고 새정치 세력이 사그라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또 다른 자뻑의 대표적인 예는 새정치민주연합소속 김현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이다. 김 의원은 늦은 저녁까지 가진 유가족과 저녁 술자리 직후 한참 기다리고 있던 대리기사에게 ‘나 국회의원인데…’라는 한 마디로 현실 정치인에서 ‘유령 정치인’이 됐다. 또한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으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이후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중도 사퇴와 함께 ‘미완의 세월호법’ 통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야당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최대의 수혜자가 최악의 가해자로 변신한 야당의 자뻑이었다.

헌재발 통진당 해산 여야 희비쌍곡선

무엇보다 2014년 야당사 최대 분열 사건이자 여당에게 최대 호재 사건은 헌법재판소발로 나왔다.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해산을 결정해 진보당 소속 의원 5명(지역구 3명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비례대표 2명 이석기, 김재연) 전원 의원직을 박탈했다. 통진당은 2011년 12월 5일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가 뭉쳐서 탄생한 지 1103일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특히 2012년 4월11일 야권연대를 통해 13석을 얻어 원내 제3당이 되기도 했다. 이후 심상정.노회찬.유시민.천호선 등이 탈당해 정의당을 창당하면서 분열했다.

무엇보다 통진당 해산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분란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연대로 의석수를 얻은 야당이지만 자칫 ‘종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선긋기’를 하면서 야당 내 진보진영 인사들이 ‘신당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자 2007년 민주당 대선주자가 된 정동영 전 의원이 신당 창당에 앞장서면서 야당을 옭죄고 있다.

또한 올해 있을 4월 재보선에서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권의 심판의 장으로 몰고가야할 재보선이 역으로 통진당 야권연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그리고 여당 후보 3파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아져 패색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안 낼 경우 집권 여당과 보수진영으로부터 ‘종북 세력 옹호’ 집단으로 덧칠될 수 있어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개헌’-‘청와대 문건’ 적전분열 초래

야당이 정치권 핫이슈마다 똥볼을 차는 사이 여당 역시 국정 장악력을 주도하기보다는 이이제이 전략에 ‘자아도취’에 취하면서 익사 직전의 야당을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그 시작은 김무성발 ‘개헌발언’으로 시작됐다. 친박 비박간 한바탕 대회전을 치룬 7.14 전당대회이후 친이계에서는 ‘개헌론’을 설파하면서 정국을 경색되게 만들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사전 차단에 나섰지만 비박계 수장 김무성 당 대표가 ‘연초부터 개헌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폭탄발언하면서 친박 비박간 또 당청간에 갈등을 낳았다. 야당은 여당내 개헌론에 대해 적극 찬성하면서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이이제이 전략을 적극 구사했다. 김 대표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에게 즉각 사과를 했지만 ‘개헌론’은 집권 여당이 쪼개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야당은 ‘사자방 국조’(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주장하면서 전 정권인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이 ‘각’세우기에 돌입했다. 야당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올인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매개로 친박 세력과 손을 잡고 자원외교와 방산비리에 대해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하지만 4대강 국정조사 요구가 무산되면서 친이계는 면을 세울 수 있었고 야당의 분열책은 알맹이 없는 ‘사자방 국조’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야당 한 관계자는 “4대강 국정조사가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갈라서게 할 수 있는 사안인데 지도부에서 제외해 아쉽다”면서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 특히 청와대발 대표적인 ‘자뻑’은 11월29일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문이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찌라시’라고 진압에 나섰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정윤회 전 최태민 목사 사위, 박지만 대통령 친동생, 문고리 3인방, 7인회까지 거론되면서 청와대는 쑥대밭이 됐다. 검찰은 문건을 유출한 박관천 경위에게 모두 죄를 덮어씌우고 일단락한 모습이지만 청와대에 남긴 상처는 매우 컸다.

“2015년 뺄셈 정치 아닌 덧셈정치해야”

특히 비선실세 대표 정씨와 친인척 실세 박씨, 그리고 청와대 공식 실세 김 실장과 숨은 실세 문고리 3인방 등 박 대통령의 측근.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정황이 문건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으로선 2014년 최대의 자뻑으로 기록되게 됐다. 코너에 몰렸던 야당은 청와대발 ‘비선실세 문건 파문’으로 여권에 공세를 높이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30%대로 끌어내리며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관련 야당발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기력한 야당, 정보력 부재의 야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2014년 여의도 정치는 세월호 정국으로 시작해 통합신당 창당, 정윤회 문건 파문, 통진당 해산 등 여야 모두 ‘자뻑’과 ‘뺄셈 정치’ 그리고 ‘이이제이’ 정치가 횡행한 한 해로 점철됐다. 이에 야권의 한 고위 인사는 “야당도 그렇고 여당도 국민을 바라보기보다는 이념과 정파 그리고 청와대 눈치 보기에 바빠 민생이 실종된 한 해였다. 문제는 2015년 역시 야권발 개헌론 조장과 사자방 국조,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 등 여당 흔들기에 올인할 게 뻔하고 여당 역시 통진당 해산으로 인한 종북몰이로 야권 분열 시도가 계속될 공산이 높다”며 “여야가 더 이상 뺄셈 정치를 그만두고 국민들에게 덧셈정치를 보여 정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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