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형·인기없는 단말기로 시선 끌어
합법적 차별에 통신비 부담 높아져
이동통신 3사가 주요 스마트폰의 구매 보조금을 늘려 대대적인 새해맞이 판촉전에 돌입했다. 사실상 ‘공짜폰’으로 시장에 나온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2, LG전자의 뷰3, G2 등이다.
우선 SK텔레콤은 지난 1일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 보조금을 7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갤럭시노트3의 할부원금은 10만 원대로 낮아지고, 유통점 지원금을 더하면 4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갤럭시S4 LTE-A, LG전자의 뷰3 등 4개 기종의 지원금도 출고가 수준으로 높였다. 갤럭시노트2의 경우 역대 최고가 수준인 84만7천 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됐다.
KT 역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엣지, 갤럭시 알파 등 12개 제품에 최고 84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신년맞이 올레 빅 세일’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갤럭시노트3 보조금을 65만 원으로 올렸고, 대리점 보조금을 포함하면 13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LG전자의 G PRO2도 공시지원금을 종전 대비 절반으로 하향했다.
이 같은 이동통신사들의 행보로 단통법 시행 후 움츠러든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상향 조정된 것에 대해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혜택에는 ‘요금제에 따라서’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10만 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해야 사실상 공짜폰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0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의 경우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길거나 p2p 등을 사용해 대용량 파일을 생업으로 다운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기기의 할부원금이 저렴해져도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게 되면 실제 월납입금에서 저렴해졌다고 느끼기는 어려운 셈이다.
또 약정기간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게 되면 70만 원대의 보조금은 한순간에 위약금으로 변한다. 만약 휴대전화를 분실해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반드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의 혜택 적용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 소비자는 “단말기 지원금을 늘려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그게 그거인 셈”이라며 “조삼모사식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 유리하지만, 대다수 고가 요금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페이백 먹튀 골치
또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단말기 대부분이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단말기이거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불만 요소로 지적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따라 보조금지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출시 15개월이 지난 제품에만 보조금을 상향 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통법의 제한을 받는 제품은 보조금 상한이 30만 원선이지만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으로 내놓은 수준은 10만 원 안팎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출시된 지 오래 된 제품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점이나 유통점에서 해당 단말기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출고가가 인하된 삼성전자 갤럭시 알파의 경우 단종이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대리점들 간의 재고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구형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이 출고가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손님들이 늘기는 했지만 재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단통법에 대한 불만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보조금으로 차별받는 소비자들을 없애겠다던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더 많은 호갱 소비자를 양산하고, 통신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두 달 후 고가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두 달째인 2014년 11월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 비중에서 월 6만 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18.3%로 나타났다. 전월인 10월은 13%였다.
반면 3만 원 미만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전월 64.4%에서 49.9%로 떨어졌다. 비싼 요금제를 쓸수록 단말기 보조금이나 요금 할인이 늘어나는 합법적인 차별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저가 요금제는 혜택이 거의 없다”며 고가 요금제를 권유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단통법으로 파생된 신종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페이백 먹튀’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급증했다.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폐업으로 먹튀를 하는 판매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페이백은 단통법 실시 이후 불법 보조금 지급 단속으로 성행한 보조금 지급 방식이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 지원금이 줄면서 성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이백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법적 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