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독학한 30세 백수… “진짜 미네르바 일까? 거짓일까?’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해 유명해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미네르바는 리만 브라더스 파산을 비롯해 최근의 경제 위기와 관련된 예측을 적중시키며 순식간에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이번 검찰에 체포된 30살의 박대성 씨는 백수로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고, 금융기간 등에 근무한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나간 적도 없어 유학파라는 추측도 빗나갔고, 독학으로 경제 지식을 쌓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학력도 서울 한양공업고등학교와 2년제인 경기도 안성 두원공과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네르바가 체포됐지만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미네르바'가 여러 사람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포된 박 씨가 과연 진짜 미네르바인지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이 미네르바에 왜 관심이 쏠리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인터넷 공간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지난해 말부터 ‘신드롬'을 일으킨 `미네르바'의 정체가 검찰 수사 착수 1주일 만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29일 오후 2시30분 이후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긴급 공문으로 전송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수사를 시작했다.
그가 인터넷에 올렸던 이전의 글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근거 없는 비방, 또는 허위사실로 보기 어려워 수사에 착수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지만 문제의 글은 명백히 허위라고 판단했기 때문.
서울중앙지검은 증권가 사설정보지 등을 통한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유포 사건을 전담해 수사하는 3차장 산하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를 가동해 미네르바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미네르바를 ID로 쓰는 회원이 가입 때 등록한 신상명세와 글을 올린 인터넷 주소 추적을 통해 수사착수 나흘 만에 박 씨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의 경제스승
미네르바는 지난해 미국 주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예견 등의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연달아 올렸다.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설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던 지난해 8월 하순 일부 신문들은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지분 인수를 독려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제발 사지 마세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발 협상 취소하고 그 돈으로 국내 중소기업 살리기를 하거나 투자해 고용 보존이나 할 생각을 하세요”라며 리먼 브라더스 인수 반대론을 펼쳤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해 미네르바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다음은 환율이었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8월 말 원·달러 환율이 9월 중순 최대 1125원, 9월 하순에는 1180~12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수십억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지만 미네르바의 예측대로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미네르바가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300억달러 이상 안 가져오면 환율 1400원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세간을 경악하게 했다.
환율은 그의 발언 이후 수직 상승해 장중 1500원을 넘어섰고, 10월 말에는 실제로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이 체결되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코스피지수가 500선까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대폭락해 집값이 반토막난다”는 미네르바의 예측은 100% 실현되지 않았지만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네르바가 주장한 내용이 일부 현실화되면서 유명세를 타 그의 신원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미네르바가 네티즌들로부터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앙받았다. 그 이유는 이 같은 예측 외에도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애정이 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미네르바에 대해 “국민들의 뛰어난 경제스승”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말 제10회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미네르바를 선정했다.
경찰에 체포된 박씨 경제학·외국근무 경험없어
하지만 미네르바는 지난해 11월 자신에 쏠린 과도한 관심을 이유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 이후에도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쓴 네티즌의 글이 수차례 아고라에 게시돼 진위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검찰에 긴급 체포된 박 씨는 경제학을 공부했거나 외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는 전문대 졸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박 씨에 대해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고교동창 A씨는 “대성이가 미네르바라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다”면서 “통신을 전공해 경제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이 없다. 주변인에게 주식투자에 관한 조언을 해 준 일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씨가 하이닉스 종목에 주식을 투자해 4000~5000만원정도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선물옵션 채권형 펀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으며 총 6000~7000만 원정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교동창 A씨는 “만약 대성이가 미네르바라면 하이닉스 종목에 주식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뒤 본격적으로 경제를 공부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박 씨는 백수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대학졸업 후 건축 자재 유통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는 175cm 정도의 키에 안경을 쓴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로 가족은 모두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선 경제 문제에 전문 지식이 있는 박씨가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대신 인터넷에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공모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는 검찰에서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올린 글 전부를 내가 썼다"며 “경제학을 독학했으며 학위를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혼자서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했고, 인터넷을 통해 외환·선물거래 등 국제 금융을 익혀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또 다른 미네르바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일단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해 글을 올린 사실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사건은 미국발 경제위기로 경제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으로, 정부의 무책임한 경제대책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명찬 프리랜서 기자 pth36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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