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욕망의 배출구’로 전락한 대학가
밀착취재-‘욕망의 배출구’로 전락한 대학가
  • 서준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12-30 22:41
  • 승인 2008.12.30 22:41
  • 호수 76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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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흥문화의 ‘흥청망청’ 분위기가 끝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경기가 불황이라고는 해도 젊은이들의 유흥문화까지 불황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다. 홍대와 신촌 등 대학가는 이미 대학가의 이미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고 ‘욕망의 배출구’로 전락했다. 서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만 유흥가 간판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트클럽에서는 부킹과 원나잇 스탠드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모텔에 들어가는 일도 이제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청춘들의 무분별한 유흥문화를 집중 취재했다.

지난 12월 중순 서울 신촌 거리는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남녀로 넘쳐났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의 등에 업혀가기도 했고 모텔 앞은 방이 없어 발길을 되돌리는 커플들이 부지기수였다. 이곳의 밤 문화는 또래 젊은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한 복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술집은 계속 늘어나고…

“군대와 휴학기간을 합쳐 4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 후 깜짝 놀랐다. 그 중에서도 신촌 대학가의 풍경이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물론 4년 전이라고 유흥업소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술은 안 먹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가라기보다는 완전히 유흥가가 된 듯 한 모습이다. 대학생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합세해 본격적인 유흥가와 비슷한 모습을 띄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 젊은이들까지 합세하면서 신촌의 밤은 어지럽기만 했다. 만일 이곳을 외국인이 봤다면 대학가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박모씨·27)

통계상에서도 신촌 지역은 유흥가로서의 면모가 더욱 강해졌다. 신촌에 위치한 일반음식점 중 무려 80%가 술을 파는 호프집이거나 주점이다. 2000년도에 비해 이런 술집들은 무려 600개 이상 늘어났다. ‘대학가’라기 보다는 ‘유흥가’라고 말하는 편이 더욱 낫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모텔의 성장세는 이곳 신촌가를 유흥가로 바꿔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곳에 있는 모텔들은 거의 매일 밤 빈방을 찾기가 힘들다. 8시부터 서서히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10시경만 되도 방 회전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12시부터 방을 잡기 위해서는 대기를 하거나 혹은 대기를 하더라도 방을 얻기가 힘들다.

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이 모텔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대학가의 모텔이라고 해도 대학생들만 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이든 불륜 커플들도 있고,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대학 신입생들도 온다. 우리 입장에서야 성인이면 상관없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수 없다. 어쨌든 이곳에는 오는 부류로만 봤을 때는 대학가라는 인상을 느낄 수 없다.”(K모텔 관계자)

뿐만 아니라 특이한 형태의 업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에게 모텔의 역할을 하는 DVD방이 있는가 하면 페티쉬 전문 업체도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DVD방의 경우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청소년들도 출입이 가능하고 내부 시설은 모텔을 연상케 한다. 샤워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이 있고 소파를 뒤로 펴면 거의 침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텔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신촌 지역은 무분별한 유흥과 성문화가 양산되고 있으며 때로는 폭력으로 얼룩지기도 한다. 신촌 일대에는 거의 매일 밤 5~6건 정도의 폭력 사건이 벌어진다. 특히 주말에는 취객들의 싸움이 새벽과 동이 틀 무렵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 지역에 근무하는 경관들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 조용할 것 같은 지식의 전당, 대학가의 이미지를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거리에서 진한 스킨쉽과 키스

인근 지역인 홍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주말이 되면 이곳으로 향하는 발길은 폭증한다. 상인들에 따르면 주말의 경우 무려 2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유흥문화를 즐긴다.

특히 홍대 클럽의 ‘부비부비 춤’이 모 케이블 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원나잇을 즐기려는 성인남성들이 나이트클럽보다는 홍대 클럽으로 몰리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개성 넘치는 홍대 문화를 완전한 유흥문화로 바꾸어 놓는데 일조했다.

홍대 역시 모텔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본격적인 유흥가의 상징인 룸살롱과 단란주점도 점차 늘고 있다. 학생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업종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홍대 문화가 본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성인들의 놀이터’가 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 또 홍대 인근에 있는 한 안마업소는 불황을 모른 채 영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곳 업소에는 밤에는 직장인들로 넘쳐나지만 낮에는 일부 대학생들도 자주 이곳을 이용한다.

안마와 룸살롱, 유흥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곳을 대학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곳은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모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외국인과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몸을 허락하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은 꼴사납기 그지 않다. 이곳 홍대에서 10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최모씨(51)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0년 전과 지금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때만 해도 순수했던 대학가의 모습이 남아 있었고 특히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대학의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은 홍대 근처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피카소 거리의 개성적인 모습은 일반 성인들의 유흥공간으로 바뀌어 버렸고, 외국인들의 성적 욕망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예전같이 학생운동이 살아있을 때라며 이런 것에도 어느 정도 제제가 가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운동권 학생들은 문화와 사회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운동권은 그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대학가 문화는 끝간데 없이 질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홍대의 밤은 그 자유로운 만큼이나 더욱 진하고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새벽녘이 가까워지면 한 몸이 된 남녀가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고 심지어 거리에서 프렌치 키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원이며 거리 곳곳의 한적한 곳에서 서로의 몸을 더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볼 수 있다. 물론 홍대 지역의 모텔 역시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대학가의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화관련 시민단체들에서는 우리 나라의 근본적인 문화적 척박함, 퇴폐적이고 소비적인 문화가 대학가마저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젊은이들이 그러한 향락적인 문화를 원하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대학생들마저 취업 경쟁에 시달리면서 건강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대학가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고 업주들에게 일방적으로 이곳의 문화를 바꾸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어떤 점에서 업주들은 지금의 문화가 지속되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지 않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의 주체인 소비자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과 취업난을 앞두고 대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변화를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 바로 그 점이 지금의 향락문화보다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홍대 4학년 김모씨)

김씨의 말처럼 대학가의 변화는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은 대학생들을 주체로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종속자로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마사지걸, 미국에서 추방위기

한때 ‘러시’를 이루듯 많은 한국 성매매 여성들이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했었다. 특히 최근까지도 ‘성매매와의 전쟁’을 피해 많은 여성들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한국 여자들이 너무 많이 와 벅찬 실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먼저 진출했던 여성들은 오히려 한국으로 적극적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더욱 큰 불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한국 여성들은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여성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는 촌극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해외 진출 여성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미국 연방 정부가 한국계 성매매 업자와 성매매 여성들을 대규모로 검거, 이들에 대한 재판과 추방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정부 역시 더 이상 한국 업자들과 여성들의 성매매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된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미국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체류자 신세를 감안하고서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만 언제 단속에 걸릴지 몰라 불안한 마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상적인 노동허가증을 받을 수 없으니 언제든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그들의 처지다. 따라서 이들은 불안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국행을 택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생계가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준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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