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돔’ 된 고척돔구장…운영비 폭탄에 시도, 구단도 갸우뚱
고민돔’ 된 고척돔구장…운영비 폭탄에 시도, 구단도 갸우뚱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12-29 13:41
  • 승인 2014.12.29 13:41
  • 호수 1078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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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5년 하반기면 야구계의 숙원사업이었던 돔야구장이 베일을 벗게 된다. 당초 하프돔으로 설계된 고척돔구장은 수차례 설계 변경을 거쳐 3000억 원짜리의 완전한 돔구장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아직 분양도, 입주 시기도 정해지지 않아 뜨거운 감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평행선을 긋고 있는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의 갈등을 살펴봤다.

▲ 고척돔구장 조감도 <뉴시스>
고척돔구장은 지난 24일 현재 공정률 79%를 나타내며 웅장한 외형을 과시하고 있다. 겨울철을 감안해 물을 사용하지 않는 공사와 실내공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바지 공사에 들어갔지만 사용처를 놓고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목동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넥센에 대해 고척돔구장으로 이전을 요청한 상태다. 넥센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운영권 및 광고수익 등을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9월 대한야구협회(KBA)와 ‘아마야구 발전과 협력을 위한 서울특별시-대한야구협회 협약식’을 갖고 넥센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협약식에서 양측은 “고척돔 완공 후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고 일부 아마추어 대회의 결승전 등 주요 경기를 고척돔에서 개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후 이병석 KBA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도록 서울시와 협정을 맺었다. 2015년 아마추어 대회도 연간 30일 이상 고척돔에서 개최하는 것을 확정했다”며 관련 협약을 재확인 했다.

이에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넥센은 난처한 상황이다.

넥센 관계자는 “우리 쪽에 따로 얘기해준 적은 없다. 다만 이번 협약은 서울시가 대한야구협회 쪽과 맺은 것이라 우리가 뭐라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아마 우리가 고척돔으로 이전한 후에 그렇게 하겠다는 조항이 붙어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에서 빨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넥센은 2008년 창단하면서 목동구장을 임차형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 소음과 교통체증으로 주변 아파트 단지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서울시로부터 임대중단을 통보 받았다. 이에 2016년에는 비워줘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넥센은 고척돔구장으로 이전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구장 운영권과 광고권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우선 넥센은 모기업이 없는 구단으로서 수익을 위해서는 운영권과 광고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돔구장인 만큼 사용료 역시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여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시도 연 100억 원의 운영비가 예상되는 만큼 구단으로부터 사용료를 받아야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운영권과 광고권에 관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광주구장이나 대구신축야구장처럼 구단이 건축비의 일부를 부담할 경우에 한해 25년간 구장 운영권을 주고 있지만 고척돔은 시 예산으로만 지어져 넥센에게 운영권을 주긴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또 잠실을 사용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나 LG 트윈스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두산과 LG는 현재 광고권 없이 사용료로 매년 25억5000만 원을 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잠실에서 매년 103억 원씩의 광고수익을 거둬 재정확충에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척돔의 광고권을 별다른 이유 없이 포기할 경우 특혜의혹으로 불거질 수 있다.

이처럼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현재는 서로 만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타협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는 사이 고척돔은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감에서 “2009년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 책정된 공사비 408억 원이 8번의 예산 변경을 거치면서 무려 2367억 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강 의원은 “고척돔 교통대책으로 진행 중인 고척교 확장공사 비용 212억 원을 포함 하면 처음 책정된 공사비의 5배를 넘어섰다”며 “프로구단과의 협상도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열악한 구단의 재정상황, 타 야구장의 관리운영권이 구단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고척돔은 공사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교통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척돔 주변은 서부간선도로와 경인로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서울 시내에서 야구가 시작되는 저녁시간대 가장 복잡한 지역 중 하나다. 이에 프로구단이 이전을 할 경우 교통체증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여 지역주민들의 큰 불편과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고척돔구장의 위치선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완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쪽짜리 시설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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