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품질 경영”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가 박병일 자동차 명장(사진)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박병일 명장은 언론을 통해 자동차 전문가라는 지위를 가지고 허위사실이나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퍼뜨려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동차 판매 업무를 방해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박병일 명장은 “자동차 명장으로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냐”면서 “파노라마선루프 등 확실한 결함이 속속 밝혀지자 현대자동차가 괜히 겁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요서울]은 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소의 본질이 무엇인지 각각의 입장을 들어봤다.
아반떼 엔진룸 누수·에어백 미작동 등 의견 엇갈려
갑의 횡포·내수부진 분풀이 여론 두고도 갑론을박

박병일 명장과 현대자동차는 고소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차이가 났다. 박병일 명장은 “갑의 횡포, 갑질을 하는 것이 맞다. 시점을 보더라도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는 잠자코 있다가 이제 더 이상 사건과 관련된 물품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특히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엔진룸 누수, 아반떼 에어백 센서 미작동, 투싼ix 에어백 미작동 사고, 송파 버스 사고,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등 총 5건과 관련된 인터뷰를 문제로 삼고 있는데, 이 때 작동하지 않았던 센서 등의 증거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고소를 한 것이 왜 문제냐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억울한 일을 당했고, 명장에게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없으니 합법적으로 법원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다만 증거와 같은 경우에는 “법무팀에서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서 “명장이 억울하다면 법원에서 말하고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공영방송에서 이야기 했으니 우리가 억울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또 다른 쟁점은 해당 고소가 진행 중인 차량 결함에 대한 사실 관계다. 박병일 명장은 “방수를 예로 들면 30대~40대를 실험에 동원했다. 또 물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스며든 물이 엔진의 배선으로 직접 떨어지는 것이 더 심각하다. 인도나 중국에서 만든 차도 배선에 물은 안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서로 주장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기준으로 방수처리를 했다고 했는데, 명장의 입장에서 보면 방수처리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내가 왜 현대자동차 기준에 맞춰 실험을 진행해야 하는가.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다고 해야 맞는 대응 아니냐”고 되물었다.
레이디스코드 사고 차량도 “주행 중에 차량 바퀴가 빠진 것이라면 차량 결함이고, 사고 충격에 의해 부러진 것은 운전 부주의로 보는 게 맞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현대자동차는 전자를 설명한 부분만 가지고 고소를 했다”면서 “차량결함이라는 것은 제조 및 정비를 포괄한다. 현대자동차가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더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 역시 전적으로 반박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연구나 실험 분야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명장의 주장은 우리의 연구 결과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사실이 아닌 주장을 가지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그는 또 “명장은 자동차 정비 명장일 뿐, 제조 명장이 아니다. 공식적인 방송에서 잘못된 사실을 말한 것이 문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분쟁이 있다면 상대가 대통령이라도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계속되는 치킨싸움

이번 고소 사건을 놓고 “대기업이 개인을 향해 벌이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든가 “내수부진의 분풀이를 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박병일 명장은 “기본적으로 나는 명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생산대수 5위라고 하는데, 이제는 품질도 5위 수준으로 올라가야 할 때”라면서 “대기업이라면 이런 품질 문제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맞는 것이지 고소나 고발 같은 겁주기로 해결할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자신을 옹호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내 말이 누가 보기에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옹호하는 이들도 생겨나는 것 아니겠나. 아무쪼록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한 명씩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항상 감사를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현대자동차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인데 “어떻게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그럴 수 있냐고 하는 말들은 모두 원시적인 발언”이라고 의아해 했다. 더불어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하든지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하든지 법은 법이다. 법원이 원래 그런 일 하라고 존재하는 곳이지 않나. 억울하니까 법원에 물어보자. 그것뿐이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내수부진의 원인을 명장에게서 찾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대해선 “어느 나라에서도 단일 브랜드가 30~4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내수부진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한 흑백논리이며, 근시안적 사고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그는 대기업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부각했는데 “모두 어떻게든 대기업을 흠집내려고 하는 생각이다. 정비 명장이라고는 하나 사람 한 명 때문에 판매가 저조해지는 경우는 없다. 대기업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고 가늠하는 것 보다 훨씬 대기업이다. 명장사건 같은 경우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병일 명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대자동차의 아킬레스건인 파노라마선루프 파손 문제를 덮기 위해 나를 음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파노라마선루프의 결함이 심각해지는 와중에 자신이 실험 결과로 문제점을 입증했고, 현대자동차가 이는 고소를 할 수가 없어 여타 사건들로 시비를 걸어 무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국토교통부가 이미 판매된 약 65만 대의 자동차 파노라마 썬루프가 제작결함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국제기구를 통해 의제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파노라마 썬루프 불량 문제가 불거진 차종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 브랜드 3개와 벤츠, 아우디, 포드 등 수입 브랜드 9개의 총 41종이었다.
다만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 파노라마 선루프와 상관관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고소가 취하되지 않겠나. 다른 것으로 뒤집어 씌웠는지도 법원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품질에 대해선 “우리는 문제가 있다면 사고가 있기 전에 무조건 리콜을 한다. 리콜 기사 많이 받아 보지 않냐”고 주장했고, 이번 고소에서 파노라마선루프 인터뷰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중심 사건은 아이돌 레이디스코드의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는 중점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판단할 뿐, 모든 내용을 고소 할지 안 할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박병일 명장이 사실이 아닌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 현대자동차가 정확한 실험을 가지고 결함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에게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인지는 앞으로의 법적 공방의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판단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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