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정부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이 새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검·경이 국고보조금 관련 비리를 집중단속해 부정수급자 5552명을 적발하고 이 중 253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또한 수사를 통해 밝혀진 부당지급·유용된 국고보조금 3119억 원은 관리기관에 환수토록 했다. 이 중에는 주택금융공사의 서민 전세자금 보조금 편취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수사해 비리를 밝혀낸 사건이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수사로 20여 명 구속
자금 회수 불가 때 90% 보존하는 제도 악용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공조체계를 구축해 각각 고액 보조금사업자와 소액 부정수급자를 수사해왔다. 그 결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재직증명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들에게 대출하는 전세자금 약 77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113명을 적발, 20명을 구속하고 3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전세자금 대출금의 경우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 국민주택기금으로 은행 대출금의 90%를 보전해 주는 제도에 눈독을 들여 1년에 4차례나 허위로 전세계약을 하는 방법으로 사기대출에 성공했다. 결국 ‘눈먼 돈’을 도둑질한 셈이다.
이외에도 보건·복지, 고용, 농수축산, 연구·개발, 교통·에너지, 문화·체육·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보조금 편취 또는 보조금 횡령이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편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과 자격을 거짓으로 꾸며 보조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보조금 횡령은 일단 받은 보조금을 지정된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수급 비리는 지속적으로 단속하는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부정행위 재발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부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이번 적발이 빙산의 일각이란 점에 이목이 쏠린다.
제도 개선 추진
vs 말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2년 이후 2010년까지 정부보조금 관련 부패 신고사건 709건을 분석한 결과 보조금 부패사건의 연 평균 증가율은 33.6%. 전체 부패신고 증가율 5.3%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조금 규모는 2006년 30조 원에서 2010년에는 42조 원으로 4년 사이 40%나 증가했다. 더구나 최근 무상복지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무상 국고보조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눈먼돈’으로 전락한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총 50조5000억 원이었다. 전체 국가예산의 14%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국고보조금 편취를 막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의 책임 강화와 비리가 자주 발생하는 기관에는 보조금 삭감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만약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와 관련 유사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고,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공조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구조적 비리에 대해 유관기관은 물론 총리실 산하 부채척결추진단에도 근본적인 문제점과 제도개선을 건의했다"며 “국고보조금 관리·감독기관 및 관계부처의 전수 조사와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조치를 취하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고보조금, 1년간 3119억 원 샜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국가 보조금 관련 범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지난 3일 ‘검·경 국고보조금 비리 공조수사 중간 결과’발표를 통해“지난해 12월부터 검경이 공조해 국가보조금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부정수급자 5552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253명을 구속했다”며 “찾아낸 부정수급액은 3119억원으로 모두 환수되도록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복지, 고용, 농수축산, 연구·개발, 교통·에너지, 문화·체육·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보조금 편취 또는 보조금 횡령이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병원 소속 영양사·조리사를 고용하지 않고 허위 등재한 뒤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식대가산금을 속여서 가로챈 위탁급식업체 임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병원장과 직원 등 2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초저상 시내버스’ 구입보조금을 지급받아 버스구입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정산 처리한 뒤 다른 용도로 보조금 13억 9000만원을 횡령한 버스업체 대표 1명을 적발했다.
관련 비리는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도 적발됐다. 교육청이 지원하는 씨름대회를 개최하며 정산서를 이중 제출한 뒤 7200만원을 부정 수급한 씨름협회 직원 4명이 충북경찰청에 적발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교재 구입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대안학교 보조금 6900만원을 부당 수령하고, 강사료를 허위 지급하는 방법으로 4100만원을 횡령한 대안학교 교장 등 2명을 기소했다.
이에 따라 대검과 경찰청은 총리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에 제도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