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세계-19] “ 찌라시와 보좌진 ” (下편)
[국회 보좌진의 세계-19] “ 찌라시와 보좌진 ” (下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12-29 09:29
  • 승인 2014.12.29 09:29
  • 호수 1078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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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주변 동향·인사·성추문 뒷얘기 ‘인기’

- 정보지, 사정기관 > 증권가 > 국회순으로

<국회 본회의 장면>
과거에는 찌라시로 지칭되는 정보지들은 문서와 서류형태로 내밀하게 유포되었다. 의원회관 주변에서도 정보지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른바 정보통이라고 불려지던 일부 보좌진들 정도만 증권가에 나도는 정보지들을 구해 접했다. 당시에는 주로 정무업무를 담당하는 보좌진들이 정보지를 구해 보려고 애태웠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는 찌라시를 접해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도 은밀하게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정보지들은 증권가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각종 정보에 민감한 특성과 속성 때문이다.

증권가 등지에서 유포되던 정보지들이 의원회관 주변까지 전달되기까지는 몇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보를 접하는 시점이 늦었다. 이미 시중에 유포되기 시작할 때 즈음에 보좌진들의 손에 들어온다. 그만큼 각종 정보들은 의원회관 주변이 더 늦은 게 사실이다. 기업정보 등에 민감한 증권가는 물론 언론사, 검찰, 국정원, 경찰 등 정보를 많이 다루는 기관들 주변에 정보가 훨씬 많다.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각자 필요에 의해서 적정한 범위내에서 알고 있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업무특성 때문이다.

추정하건데 기관특성상 정보업무를 다루는 국정원의 직원들이나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정보국 직원, 검찰의 범죄정보기획관실, 공안부, 국세청의 조사국 세원정보과 직원 등도 풍문은 물론 각종 정보수집에 목말라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정보통으로 알려진 지인들과 친분을 쌓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활동반경이나 움직임은 은밀하다.

기관이나 담당자의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 국정원 국내정치 담당직원들은 과거와는 달리 국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여의도 주변에서 주로 지인들을 접촉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정보가 많고 정보수집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국회와 정당, 증권가 등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주변에서 일할 수 밖에 없다. 음지에서 일한다.

이들 정보담장자들을 접촉하거나 친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보좌진들보다는 오히려 재벌기업의 대관담당자들이나 회장실, 미래전략실, 경영지원실, 홍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정보수집이 그들의 주요업무다. 특히 여의도 주변에서는 대관업무담당자나 정보수집 담당자들이 정보수집이 치열하다.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 신청, 입법발의나 동향, 국정조사나 인사청문회, 기타 당 지도부나 대선후보자, 유력 정치인들의 움직임과 발언 등 주요 정보를 수집한다. 특정인사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재차 확인하기도 한다.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원회관 주변보다는 오히려 증권가 주변에서 정보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증권가는 개별기업 정보나 권력주변, 정치권, 행정부 등의 각종 정보들이 돌아다닌다.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구조조정본부라고 이름이 붙여진 재벌의 사령탑에서 정보수집을 총괄했었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회장비서실, 미래전략실, 경영지원실, 홍보실, 대관담당자 등이 각종 정보수집 업무를 맡고 있다. 얼마전 한화그룹 대관담당자가 청와대의 비선실세 동향보고서를 취득했던 사실이 검찰조사로 드러난 바 있다. 그만큼 재벌들의 정보 수집력은 놀랍다.

요즈음 정보지들을 쉽게 구해 볼 수 있다. 이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인사, 친구나 지인 등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소수에게만 은밀하게 전달되던 정보지는 이제는 일반화된 것이다. 과거 일부 사람들이 정보를 독식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인터넷과 블로그, 페이스 북, 카카오톡, 그룹 밴드와 지인들과의 채팅창 등에서도 은밀히 정보들이 돌아다닌다. 이제는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비서들이나 의원회관 생활을 막 시작한 인턴비서들도 찌라시를 쉽게 접하고 있다.

여의도 주변에 나도는 정보지들은 몇가지 유형이 있다. 일일정보나 주간정보 형태로 유통되거나, 어떤 경우는 아예 정기간행물법 등록업체가 만든 정보지가 유통되고 있다. 비록 등록업체가 만들었지만 형태나 내용은 찌라시 정보지에 가깝다. 이런 정보지들은 정기적으로 정치, 재계·금융, 관가의 이야기들 가운데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거나 기사 뒷애기, 기타 미확인 발언과 동향 등을 문서형태로 작성하고 있다. SNS를 통해 유포되기도 한다.

일일정보가 아닌 대외비 형식을 빌어 주간형태로 유포되는 정보지들도 있다. 수록되는 내용들도 많다. 권력주변 인사, 정당의 지도나, 기업과 금융권 정보, 권력기관이나 권력주변 소식, 행정부 동향, 기타 각종 인사정보 등 게개되는 내용들이 광범위하다. 재벌 회장과 자녀들의 움직임, 성추문과 여성편력 등도 게재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구속된 17사단장 성추행 사건 뒷이야기까지 나온다.

최근에 접해 본 일일정보 형태 정보지에는 ‘내일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예정, 이재용 부회장이 각 부문별로 점검을 진행중’이라는 정보까지 유통되고 있다. 아마도 삼성그룹 계열사의 경영전략 등이 개별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오늘 저녁 측근 송년만찬’ 등도 정보로 유통된다. 참석예정자 명단과 만찬 의도나 발언 등도 최근의 정국을 감안하면 정보가 될 수 있다. 시시콜콜한 내용 같지만 유용할 때가 있다.

정보업무를 다루는 기관인사들이 대관담당자들은 정당과 국회 주변의 각종 정보에 목말라 있다. 국회는 속성상 원내교섭단체간 합의를 보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일정이나 안건을 다루지 못한다. 따라서 이같은 특성상 정치권 동향, 전망 등을 다루는 각종 정보지에 민감하게 반응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각 정당의 전당대회나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총선 등 주요 정치일정을 전후해서 대선후보나 당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유력 정치인들의 동향이나 발언, 생각, 활동폭 등이 쓰여진 각종 정보지가 난무한다. 이 가운데는 사실에 입각한 동향도 있는가 하면, 거론되는 당사자나 핵심참모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많다.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인사들의 동향과 각 계파의 움직임, 전당대회 경선진행 경과과 판세 등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는 각 정당의 유력 대선후보의 움직임과 발언, 캠프 참여인사 동향과 대선판세와 전망 등이 많이 적시된다.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서는 특정계파의 움직임과 물갈이 대상 정치인도 명단이 돌아다닌다. 공천경쟁 상황이나 전략공천자나 비례대표 영입대상자 동향도 주요 수집대상 정보다. 정치인과 보좌진들이 이런저런 정보에 애타고 있을 때다. 계파와 줄서기 경쟁이 치열한 정치판에서는 정보가 중요하다.

대부문 보좌진들은 찌라시 정보는 대충 훑어보고 참고만 한다. 하지만 만약 모시는 정치인이 거명되는 경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찌라시의 전파력이 빠르게 때문이다. 말없는 소문이 천리를 간다고 했지만,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 한번 언급된 내용은 이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따라서 차기 대선후보 예상자, 당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들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을 모시는 보좌진들은 이런 정보들도 유심히 살펴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통되는 정보를 막을 수는 없다. 기자들의 취재와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를 대비할 뿐이다. 여의도에는 정보지가 많이 돌아다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유통되고 있는 여의도는 대관담당자들과 정보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의 무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들간의 정보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그들과 수시로 접촉하는 보좌진들은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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