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보수 단체, “신·황 콘서트” 규탄하는 이유는…
탈북·보수 단체, “신·황 콘서트” 규탄하는 이유는…
  • 서승만 편집위원
  • 입력 2014-12-22 17:02
  • 승인 2014.12.22 17:02
  • 호수 1077
  • 6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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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위원이 뛴다

신은미 ‘재미동포 아줌마 …’우수 도서 선정 논란
당사자들 유엔 안보리에 호소 서한 보내기도


5개 탈북ㆍ보수 단체와 탈북 방송인들은 지난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은미와 황선이 전국을 돌며 순회 종북콘서트를 가졌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는 이들의 반민족적, 반국가적 행위에 크나큰 분노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바른마음갖기회’를 비롯해 ‘탈북동포회’, ‘대한민국미래연합’, ‘선민네트워크’, ‘뉴코리아여성연합’ 등과 이소연, 김정아 등 탈북방송인들은 ‘순회종북토크쇼’(통일토크콘서트) 논란을 빚은 신은미, 황선 씨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차피득 바른마음갖기회 회장은 개별 인터뷰에서 “이제 종북들이 대놓고 활개를 치는 이런 반국가적 행동은 과거 우리의 애국철학과도 걸맞지 않는 것이다”라면서 “미꾸라지가 용된 나라의 근본적인 철학이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지 이제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신은미, 황선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주의의 체제를 부정했다”면서 “북한 김씨 3세 세습 독재정권 아래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다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들이 있음에도, 북한 동포들의 인권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독재자를 추종하는 세력에 인권만을 강조하는 이들의 망동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 씨와 황 씨에게 “순국선열과 대한민국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신 씨의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네잎클로바)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돼 심사부터 책값까지 예산으로 39억 원의 국민혈세를 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상반기 각 출판사가 우수도서(수필 분야)로 신청한 136종 가운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 19종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우수도서로 선정된 뒤 선정이 취소된 사례는 없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씨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자연인에 대한 판단과 책에 대한 판단은 별건이고 이적성 판정 등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책까지 문제가 된다면 선정 취소를 비롯해 이미 배포된 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북 논란을 불러일으킨 신 씨의 책을 관계 부처가 왜 우수도서로 선정하고 도서관 등에 배포했는지, 선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고 있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표지우수도서사업은 출판사에서 먼저 개요서를 보내야 후보에 오를 수 있다. 개요서와 책은 각 분야 심사위원들이 검토한다. 1차로 거른 책을 가지고 예심·본심을 통해 토의한다. 최종적으로는 만장일치로 선정된다. 2013년 상반기에 뽑혀서 국고를 지원받은 책은 총 151종이다.

문체부는 우수도서를 구매해 지역 도서관과 아동청소년센터, 복지시설 등에 배포한다. 시·소설·희곡·문학평론·수필·어린이 등 문학 분야의 경우 1000~1200권씩 사들여 전국으로 보냈다. 통상 초판 인쇄분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당시 수필 심사는 10여명이 진행했다. 위원장은 문학평론가 황광수씨였다. 계간 ‘민족지평’ ‘실천문학’ 주간,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국민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있다.

우수문학도서 선정 사업은 2009년부터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해오다 지난해에만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맡았다. 올해부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넘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책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사업주관기관을 바꿨다”며 “신 씨의 책은 2013년 10월에 탈북 인터넷 매체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북한을 너무 미화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 씨와 황 씨는 자신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유엔안보리에 호소하는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이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토크콘서트로 논란에 휘말린 신 씨와 황 씨는 자신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황 씨는 “우리사회에서 자유는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까. 토크콘서트에도 표현의 자유는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면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서도 마치 중세기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는 소동으로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깊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유엔인권위나 앰네스티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현 상황을 적극 알릴 뜻을 전한 바 있다.

북한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전한 것뿐이라는 이들의 행동이 종북 논란에서 나아가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까지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ilyo@ilyoseoul.co.kr
 

서승만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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