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셜록홈즈’ 사설탐정의 세계
한국판 ‘셜록홈즈’ 사설탐정의 세계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12-02 11:29
  • 승인 2008.12.02 11:29
  • 호수 76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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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변호사, 경찰처럼… 미제 사건 해결이 주 임무
민간조사원 양성기관의 실제 훈련과정

“사설탐정이라고 불리는 민간조사원(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남의 사생활을 캐고 다니는 사람들이지만 사설탐정들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찰이나 법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을 파헤치는 게 임무죠.”

‘때론 경찰처럼, 때론 변호사처럼’. 전문 수사 영역을 오가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법원·경찰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한 많은 사연들이 이들을 찾는다. 한국판 사설탐정인 민간조사원들은 날카로운 식견과 수사 감각으로 수많은 사건들의 막후 해결사 노릇을 해왔다. 실종자 수색부터 대기업의 기밀 유출자 색출까지, 이들이 활약하는 사건의 범위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다. 때문에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그들의 사건파일도 수두룩하다.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탐정들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판 ‘셜록홈즈’의 세계를 지상중계 한다.

“영화 속에서 활동하는 탐정들의 모습들은 모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최근 18대 국회에 발의된 경비업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CPIA연합회 하금석 회장. 민간조사요원 자격시험을 통해 검증된 인재를 PIA요원으로 양성하고 있는 하 회장은 1999년 특수행정학회를 구성해 전문탐정양성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의 수사를 대신하는 것이 PIA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경찰 등 공공 기관이 나서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사고들이 워낙 많다. 미제 사건들부터 해외로 피의자가 도피한 경우, 보험사기나 고가의 금품 도난 사건 같은 것 들은 경찰이 신고 접수를 받기는 해도 일일이 나서 수사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아나 실종사건 가운데도 미제로 남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증거자료나 목격자가 없으면 사건 접수조차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럴 때 나서는 것이 PIA 요원들 같은 전문 탐정들이다”고 전했다.

경찰이나 변호사를 대신해 사건에 관련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실종자나 도피한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한국판 사설탐정들의 주요 임무인 것이다.

하 회장에 따르면 현재 특수행정학회를 통해 정식으로 ‘민간조사요원 자격증’을 취득하고 활동하고 있는 탐정은 700여명에 이른다. 이 밖에 호주나 미국 등 해외에서 탐정 자격을 얻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컨설팅 업체도 여러 곳이다.

특히 퇴직 경찰이나 관련 공무원들이 사설탐정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 회장은 “요원들 중 기업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전직 경찰과 국정원 서기관 등 수사 유경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퇴직 경찰공무원은 일선에서 활동한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사설탐정 업계에서 자리를 잡기가 훨씬 유리하다.

물론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는 만큼 지켜야할 수칙도 많다. 정보조사를 주로 하지만 국가 안보나 기밀에 관한 정보,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연구개발 정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 등을 수집해서는 안된다.


“퇴직경찰 등 수사 유경험자 많아”

하 회장은 “만약 의뢰인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부탁을 받는다 해도 위법임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등 불법 대행업체가 개인의 사생활을 추적하거나 빚을 받기위해 폭력을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민간조사원이거나 민간조사원이었던 자는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절대 누설해서는 안된다. 이 같은 원칙은 PIA요원들 간의 맹세일 뿐 아니라 처벌 조항까지 마련된 의무사항이다. 하 원장에 따르면 이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물론 민간조사원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가 PIA요원, 또는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활동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무허가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들은 적발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게 보통이다.


“007+CSI 섞어놓은 요원들”

그렇다면 한국에서 사설탐정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필요할까. 이는 탐정을 양성하는 전문양성교육기관의 수료와 검증시험을 거치면 가능하다. 하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특수행정학회에서 주관하는 사설정보관리사 자격증이 그것이다.

하 회장은 “벌써 관련 과정을 이수한 20기 졸업자가 나왔다”며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특별과정으로 교육을 받은 뒤 수료증이 발급된다”라고 설명했다. 수료기간은 10시간 씩 8주간, 80시간을 기본으로 50시간의 심화과정을 거쳐야한다.

수료기간이 끝나면 사단법인민간자격협회의 평가 시험을 거치고 평균 60점 이상을 맞으면 PIA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들은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부터 사격훈련까지 수사관과 비슷한 실전 훈련을 받는다.

초소형 녹음기와 카메라 등 첨단 장비로 무장한 요원들은 마치 영화 속 ‘007’과 미국의 인기 수사물에 등장하는 ‘CSI’ 요원들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호주 등은 이미 사설탐정 제도가 발달해 있어 이들 외국인 탐정과 국내 PIA 요원이 공조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수배된 피의자가 해외도피를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경찰이 먼저 탐정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조사비 500만원부터, 한달 의뢰건수 10여건”

하 회장은 “수배가 내려진 사람을 찾는 일이나 미해결 사건의 증거자료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PIA 요원이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이나 검찰 공무원과 공조하는 일도 최근 늘어났다”고 말했다.

PIA 요원과 같은 민간조사원에게는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이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 공기업의 특채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K씨(37)에 따르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건당 500만원의 조사비를 받고 사건에 뛰어든다.

K씨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인 사람 찾기는 건당 500만~1000만원 정도에 계약한다”며 “해외 도피한 피의자를 찾는 데는 3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등 증거자료 조사업무는 1500만~2000만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사건들은 소송금액보다 조사비가 더 많이 드는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개인보다는 기업단위의 의뢰가 더 많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그는 “가끔 억울하게 누명을 썼거나 가족이 의문사를 당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탐정을 찾기도 한다”면서 “입소문이 난 유명 컨설팅 업체의 경우 한달 평균 10여건의 사건을 의뢰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공인탐정제도인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위해 경비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3000여개 업소가 난립하고 있는 불법 흥신소를 합법적인 민간조사업체로 양성화해 의뢰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민간조사제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하순봉 의원이 ‘공인탐정법’을 제안한 이후 10년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적인 도청이나 몰래카메라 설치 등으로 사생활 침해가 급증할 우려가 높고 비싼 조사비 탓에 민간조사원 고용기회가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 회장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할 수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기관의 치안서비스로 국민의 수요를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PIA의 합법적 도입이 시급하다”며 “외국 사설탐정들의 국내 진출이 늘고있는 연재 국내 고유 요원들의 활동도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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