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닫은 대기업…무슨 일?
곳간 닫은 대기업…무슨 일?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12-22 13:46
  • 승인 2014.12.2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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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사업 뭐든지 할건데…규제에 ‘발목’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반면 정부는 투자를 독려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 전례에 비쳐보면 정부가 투자 독려를 한다는 것은 그 사업에 관심을 갖고 밀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어 수익이 따라올 법도 한데 왜 대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일까.

기업 특성 상 돈 되는 사업에 몰리는 게 당연한데 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일까. 그 속내를 파헤쳐본다.

 

신성장동력 찾지 못해 현금만 쌓여 R&B 마이너스…“쌓아 둔 돈 풀라” 재계 한 원로는 “투자를 견인할 만한 신(新)성장 산업이 등장하지 않고, 기업도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에 발목잡혀 사업적 숨통이 틔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도 덧붙인다. 정부는 올해를 규제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선언했으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다. 이후엔 ‘기업소득환류세’ 등 규제 성격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란 앞으로 발생할 당기 이익 중 투자와 임금, 배당으로 쓰지 않은 금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투자와 배당, 임금 등 더 많은 돈이 가계로 흐르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나 기업에 대한 압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 신규 투자를 유도한다더니, 사실상 투자를 강요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한 꼴”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반(反)기업정서, 불안한 노사관계, 높은 임금 등 고(高)비용 구조 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도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가 높다’란 응답이 59%로 2013년 63%, 2012년 76%와 비교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탈법·편법 등으로 기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기업 정서의 원인으로는 기업의 탈법·편법(51%), 정경유착(31%), 사회적 인식 미흡(9%), 경제력 집중(8%) 등이 꼽혔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호감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외국에 비해 반기업 정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투자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제 구조가 수출·제조업 중심에서 내수·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산업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경기 자체가 가라앉고 있어 기업들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 부진과 경기 회복 지연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제 악순환 돌파구는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점도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를 독려하지만 그 성과가 미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차원에서 17개 시도별 주요 대기업-창조경제혁신센터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순차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인재와 벤처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지자체 등 지역의 창조경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고, 주요 대기업이 이를 전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지난 17일에는 포스코가 경북 포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것은 대구(삼성), 대전(SK), 전북(효성), 경북(삼성)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지난 10월께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 사업지구에서 열린 LG사이언스파크 기공식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LG 사이언스파크 건설로 향후 9만 명의 고용 유발효과와 연간 24조 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예상된다"며 “박 대통령의 오늘 기공식 참석은 대기업의 국내 투자를 격려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내경기는 악화일로라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이 여파가 기업들 뿐 아니라 서민경제에도 악영향이 이어진다.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를 감축하는 추세다. 지난 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분기보고서 제출기업 254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누적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 & 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91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조5000억원에 비해 5.8% 감소한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투자의 71.2%를 차지하는 설비투자는 65조3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줄어들었다. 일부 서민들은 한숨을 쉬며 내년 경제전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한 트위터리안은 “과거 IMF때는 국가가 힘들어다면 이제는 국가와 국민이 함께 힘들어 하고 있지만 정작 그 해결책 찾기는 속수무책"이라며 “돌파구 찾기가 힘들거나 아니면 경제악순환만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냐"는 글을 리트윗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먹을거리 사업 육성의 시급함과 정부의 제도적 도움이 필요함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so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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