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관련 이슈들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재벌가 3~4세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마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재벌가 자제의 비뚤어진 오너십과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재벌 3~4세 중 일부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서 특권의식만 강화하다 보니 제대로 된 현실감각을 기르지 못하고 심지어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부족하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우리나라 50대 기업의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수성가형보다 상속형 CEO들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모르고 회사를 경영하다보니 불미스러운 일에도 이름이 거론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이에 [일요서울]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내놓은 자료를 통해 한국·미국·일본·대만 재벌가의 창업/상속비율 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조명한다.
대만은 31명이 자수성가형 부자로 조사됐으며, 미국은 35명이 자수성가형으로 조사됐다. 비교대상 국가 중 한국만 유독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위권 이내의 부자들 전부가 상속형 부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50위권 기업 중엔 12명을 제외한 38명이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아 부자가 됐다.
반면 미국은 50대 부자 중 15명, 일본 10명, 대만 19명만이 상속형부자로 알려졌으며 범위를 좁혀 10위 권 기업을 들여다보면 미국 4명, 일본 2명, 대만 1명만이 상속형 부자였다.
한국의 경우 1위부터 15위까지 상위권을 상속형 부호가 거의 싹쓸이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29억 달러로 국내 1위이자 한·일 전체에서 4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71억 달러로 국내 2위를 달렸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50억 달러로 3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41억 달러로 4위에 올랐다.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30억 달러로 5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억 달러로 6위를 차지했으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회장이 7~10위에 올랐다. ‘톱 10'을 상속형 부자들이 장악한 데 이어 11~14위도 정몽준 의원, 이 재현 CJ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물림을 한 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무턱 댄 승계는 잘못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포브스 발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표에는 국내 50대 부호들의 평균 연령이 56.6세로 일본(66.9세)에 비해 10세 이상 젊고 중국(54.2세)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늦은 산업화로 인해 젊은 창업 부호들이 재벌 1세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부호가 많은 국내 부호들의 평균연령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는 국내 상속 부호들의 3세 승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전한다. 그동안 재계를 쥐고 있던 2세대들이 물러나고 40대에서 50대 초반의 재벌 3세들이 자산을 물려받아 순위권에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부호 50위 내에 이름을 올린 부호 중 재벌 3세로 분류되는 인물이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 11명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7세에 불과하지만 이들 가운데 7명이 상위 20위 안에 몰려 있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한편 처음 이 보고서가 인터넷에 유포됐을때는 출처불명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흘겨봤었다.
그러면서 “다들 아는 내용을 굳이 정리했다"며 국내 오너일가의 부의 대물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가 사람들 중 1·2세대를 제외하고 3·4세대 중 자수성가형이 누가 있느냐"며 “오죽하면 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다. 재계 로또 인물 등이라는 별명까지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보고서 대부분의 내용이 자수성가형보다 상속으로 돈을 벌었다는 게 골자이다 보니 어려움 없이 생활한 황태자의 행태도 함께 꼬집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기업 상속 형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라며 “재력과 권력 그리고 나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 운영까지 단순히 혈연으로 물려준다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가업을 잇는다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자질검증이 되지 않은 황태자의 무턱댄 승계는 잘못이다"라는 부연설명 덧붙이기도 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