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관리 입방아 오른 KG옐로우캡
지점관리 입방아 오른 KG옐로우캡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2-22 09:54
  • 승인 2014.12.22 09:54
  • 호수 1077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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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처 같은 곳이 택배 사무소?…이용자들 ‘충격’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KG옐로우캡(대표 고규영)이 부실한 지점관리로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분당지점은 피난처를 방불케 하는 운영 실태가 공개돼 KG옐로우캡 택배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배송지연, 막말 등 고객응대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불만을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게시할 경우 게시중단 조치를 내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단가 경쟁이 낳은 폐단…업계 고질병 지적
항의 고객에 “겨우 4000원 주면서” 막말도

논란이 된 KG옐로우캡 분당지점은 산 바로 밑 공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분당지점을 알리는 표시는 ‘KG옐로우캡 분당지점’이라는 플래카드가 전부다.

분당지점을 방문한 A씨는 “배송지연에 지쳐 산골짜기 바로 밑까지 직접 다녀왔다”며 “모르고 지냈으면 좋았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지점에 들어선 첫 느낌은 “전쟁터 피난민들의 짐을 모아놓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자칫 쓰레기처럼 보일 수 있는 택배 짐들이 한가득이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짐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눈,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조차 없는 공간에 놓여있는 것이다. 배송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물건들은 지붕이 있는 장소에 놓여 있지만 눈과 비를 제대로 막아주기는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또 산 아래에 위치해 산 벌레들이 택배에 들어갈 수 있는 보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연결되지 않는 전화에 지쳐 찾아온 고객들이 간간히 있었다”면서 “알고 보니 직접 찾아온 이들의 물건을 찾느라 사무실을 거의 비우고 있고, 전화연결이 안 되니 고객들은 또 찾아오게 되고 그렇게 또 전화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장을 보고나니 오히려 KG옐로우캡 택배기사들이 안타깝기도 했다”면서도 “항의 전화에 ‘겨우 4000원 주면서 XX은’ 등의 막말을 하는 직원도 있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분당지점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한 포털사이트에는 KG옐로우캡을 검색했을 때 ‘배송지연’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또 배송지연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다수 지점에 대한 문의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KG옐로우캡은 고객의 항의를 대응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항의를 한 내용에 대한 답변을 제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내용을 개인 블로그 등에 게시했을 때 명예훼손 신고로 게시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KG옐로우캡 택배 이용자 B씨는 “택배와 관련한 불만 메일을 보냈을 때 확인은 바로 하던데 답장이 없었던 적이 있다”면서 “이후 배송이 지연돼 찾아갔던 지점을 직접 찾아갔을 때 느낀 바를 적었는데 그제야 사과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블로그 등에 글을 올려야 사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지 않다”며 “현재 그 글은 게시중단 조치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만을 적은 글이 게시중단된 것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은 수해 전 실제로 욕설 등의 막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던 글을 올렸는데, 최근에 와서 게시중단 조치를 받은 황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고객 감동과 서비스품질 가치를 실현해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KG옐로우캡의 경영방침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열악한 운영 환경은 KG옐로우캡 택배기사들도 버텨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택배기사도 버티기 힘들어

화제가 된 분당지점은 “택배기사가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듯 그만둔다”는 확인이 어려운 얘기도 전해진다. 타 지점에서도 “너무 무리다”며 일을 그만두는 택배기사들의 얘기가 전해진다.

지점을 찾아간 고객들에 따르면 “KG옐로우캡은 쌀처럼 주로 크고 무거운 물건을 취급해 택배기사들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면서 “무게에 따라 돈을 더 받거나 아예 일정 무게 이상의 물건을 받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물으니 그거라도 받아야 운영이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한다.

또 이 같은 문제를 업계 전반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시선도 있다. KG옐로우캡만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업계 전반의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며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수요는 생겼는데 지점이 없는 경우 급하게 지점을 개설하면 KG옐로우캡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자체의 업무 환경이 어려운데다 후발주자들의 경우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후발업체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은 대리점 환경이 열악해도 그 시설을 보완할 여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2000년 이후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업무 강도에 비해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열악한 지점 환경, 배송지연 등의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복수의 관계자는 “임대료나 물건 분류를 위해 산간지방에 지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방수시설이라든지 물건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이 지속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노력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이 같은 환경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KG옐로우캡과 같은 중소형 업체들의 위치가 더욱 위태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와 택배기사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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