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인 삼성 계열사 4곳…분납해도 2조원은 부담 백배
백화점·손보는 단호히 부인…생명은 가능성 열어둬
사실 한화 측은 삼성 빅딜과 관련한 재무적 문제에 대해 최대한 태연하려고 애쓰고있다. 얼마 전 있었던 기자간담회나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통해서도 이러한 태도는 쉽게 드러난다.
한화는 공통적으로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한 계열사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막대한 사내 유보금 수치를 제시하며 재무적 어려움이 전혀 없다는 강조도 빠지지 않는다.
일주일간 연속
조회공시 답변
그럼에도 한화를 둘러싼 매각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부터 떠올랐던 갤러리아 매각설은 물론 한화생명·손보 등 그 대상도 다양하다.
특히 갤러리아의 경우 압구정 본점 고메494 등의 성공적인 리뉴얼을 들어 매각설이 잠시 일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삼성과의 빅딜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면서 다시금 매각설이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또 생명의 경우 옛 대한생명 시절부터 규모면에서 업계 빅3인 덩치를 줄여 구조조정과 지분매각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 나왔다. 손해보험 역시 과거 대한생명 인수에서 딸려온 계열사인 만큼 지분매각 등으로 청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번졌다.
한화 측은 재빨리 이를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지난 11일에는 갤러리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이 매각추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했다. 이어 12일에는 한화생명 지분 매각추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 16일에는 한화손보 경영권 매각추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 등에서 입장을 굳혔다.
하지만 같은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를 두고 한화의 답변은 사뭇 달랐다. 한화생명을 두고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다소 유보적인 말을 했던 것에 반해 한화손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한화의 태도를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결국 한화가 한화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신중하게 반응한다. 특히 주가와 기업 이미지에 직결되는 매각설의 경우 정확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한다. 이는 한화가 생명이 아닌 갤러리아나 손보를 두고 공시한 것만 짚어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화가 유독 한화생명에 대해서만 칼같이 부인하지 않은 것은 한화생명의 주주현황과 관련이 깊다.
현재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한화건설, 한화, 갤러리아 등 대부분이 한화 지주사나 계열사로 전체의 절반가량인 48.3%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한화가 보유한 지분 중 절반 이하를 매각한다면 현금이 충족되면서도 여전히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한화손보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대주주가 한화 계열사인 것은 맞지만 최대주주는 한화생명이다. 한화손보 자체가 한화생명을 인수하면서 딸려들어온 자회사였던 탓이다. 또 한화생명과 한화손보의 자산규모나 주식가격을 고려해도 손보보다는 생명을 파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인수자금 부족에
보증금 뺏긴 전례
일각에서는 한화가 지닌 실탄에 관계없이 과거 인수 실패에 대한 우려가 반복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바로 그 예다.
당시 한화는 막판에 6조 원의 인수자금 부족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것도 우선협상대상자 타이틀을 따내고 보증금 3000억 원까지 냈던 차였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모두 몸을 사리던 배드 타이밍도 한몫 했다.
억울했던 한화는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내가며 본전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한화는 소송에 패했고 보증금은 매각 주체였던 산업은행의 손으로 들어갔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성공으로 웃음짓던 한화가 6년 후 겪었던 M&A 악몽이다.
때문에 한화가 추진하던 그간의 M&A에는 인수자금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다. 이번 삼성과의 빅딜은 6조 원이 아닌 2조 원가량으로 3분의 1 수준이지만 한화의 자금사정을 두고 나오는 우려는 사그라들 줄 모르는 현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게 2조 원은 아무리 분납이라 해도 부담이 되는 규모임에 틀림없다”면서 “매각설이 나온 계열사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은 물론 지분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오가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