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갚지 못해 몸으로 때우는 아가씨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를 상대로 한 부동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특히 ‘선수촌’이라고 불리는 논현동 인근에는 수십여개의 부동산 업자들이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부동산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사채업’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또한 논현동 인근의 사채 업자들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연 66%를 넘지 못하게 하는 대부업법은 아랑곳 하지 않는 듯이 연 200%가 넘는 고리의 이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가씨들은 당장 급한 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동산업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사채의 악순환’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한 연예인의 자살이 사채와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악성 사채업자’들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사채 앞에서는 그 어떤 이들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공인이라고 불리는 연예인의 가정을 파탄내고, 한 건장한 남성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부동산 빌미로 불법 나가요걸 상대 사채업 극성
물론 일반인들도 사채의 피해를 많이 당하고 있지만 룸살롱에 다니는 나가요 아가씨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IMF와 성매매특별법은 대한민국 유흥가의 지도 자체를 완전하게 바꿔버렸다고 할 정도다.
사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유흥가에는 ‘마이낑’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아가씨들을 자신의 업소로 데려오기 전에 선불금을 주는 것이다.
적게는 1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돈이 오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MF 이후 이런 제도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성매매 특별법의 여파가 밀어닥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강남 ‘최고급’ 텐프로 룸살롱의 ‘초특급 에이스’가 아니면 마이낑은 구경조차 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기존에 멀쩡하게 잘 일을 하던 나가요 아가씨들마저 빚에 허덕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최악의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른바 ‘나가요 부동산업’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 기존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이곳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신규 아가씨들이 속속 진입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가씨들은 초기에 방을 얻을 돈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논현동 인근의 원룸 가격은 보증금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 월세는 50~8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생활고 끝에 나가요를 선택하는 아가씨들의 경우 이 돈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결국 그들이 향하는 곳은 논현동에 있는 부동산 업소들이다.
그러니까 이들 업소에서 부동산을 빌미로 사채업을 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아가씨들은 돈 한푼 없이 방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가 바로 사채가 되어 일수를 찍어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500만 원 짜리 일수방이라고 하면 1백일 동안에 15~20%에 가까운 이율을 지급하게 되고 이는 하루에 약 6만원 정도의 돈이다. 나가요 아가씨들의 일의 특성상 매일 매일 테이블 차지를 지급받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이와 같은 형태에 맞춰서 일수방이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일푼 아가씨에 방 주고 보증금과 월세 일수로 찍어
특히 나가요 아가씨들은 싼 방을 원하기 보다는 도로 인근의 예쁘고 깔끔한 집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의 특성상 고급스러움을 선호하는 그녀들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성향들이 그녀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고 만다.
특히 논현동 인근의 원룸들은 거의 대부분 화류계 아가씨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도 한다. 전체의 80%가 룸살롱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나머지 20%가 그 밖에 안마시술소에 근무하는 여성, 그리고 또 나머지는 휴게텔 등지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예 부동산 업자들이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일수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월 이자율은 7%. 한 달에 20% 정도라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 계산 방식이고 실제 이자율은 연 200%를 넘어서게 된다. 실로 엄청난 이자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업소들은 아예 ‘여성 전용’, ‘여성만 우대’ 등의 홍보를 하고 있다. 아예 나가요 아가씨만을 전문적으로 받겠다는 이야기다.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타킷 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녀들이 이렇게 불법 사채를 쓰게 되는 이유는 뻔하다. 정상적인 직업이 아니고, 밤에 일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정식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녀들 역시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류계에서는 이를 두고 ‘나가요 전용 은행’이라고 부른다.
특히 나가요 아가씨들의 경우 이러한 ‘전용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단 상당수의 아가씨들이 이미 이곳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등 그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근무하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사채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감이 비교적 적다는 이야기다. 강북 G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H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사채를 쓰기 시작한지는 1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사채가 무서워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마이낑이라는 것이 있어 초반에 일을 시작할 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할 경우에는 여기에도 돈이 한 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이며, 메이크업 비용이며, 옷 비용 등 여기 저기 돈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채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학생증 목에 거는 대학생 나가요
하지만 처음 사채를 쓸 때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의 ‘악순환’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한다.
“사채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어느덧 돈을 다 갚아 나갈 때가 되면 또다시 목돈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또다시 사채를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버는 돈의 상당수가 사채업자를 배불리는 일에 불과했다.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뼈빠지게 일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주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사채를 많이 쓰게 되면 결국에는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그 어느 연예인처럼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일수 사채를 연체했을 때는 보다 ‘놀라운 결과’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룸살롱 영업이 잘되지 않아 몇 일간 일수를 밀리게 되면 원금과 이자는 또다시 복리가 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따라서 애초에는 ‘몇 년만 일하다가 그만 둬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사채의 함정에 빠져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야기다.
논현동 인근에서 10년이 넘게 슈퍼마켓을 했다는 L모씨는 사채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사채를 쓰지는 않지만 이곳에 오는 아가씨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기가 막힌 이야기들도 많다. 어떤 아가씨들은 사채를 갚지 못해 강간을 당하거나 혹은 업주에게 성매매를 하면서 이자의 일부를 갚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아가씨는 심할 경우 진짜 섬으로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무슨 섬으로 팔려가냐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신체 포기 각서를 쓴 여자들의 경우 사채업자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해야 하니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진짜 섬으로 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게 팔려가는 것 아니고 뭔가.”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알지 못한 채 아직도 나가요를 꿈꾸는 여대생들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전체 화류계 여성의 10%가 대학생들이라는 추정도 있다. 때로 어떤 업소에는 아가씨들이 손님이 기다리는 룸에 초이스 들어갈 때 아예 대학 학생증을 목에 걸고 들어가는 진풍경도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 이에 대해서 일부 남자 대학생들은 ‘부끄러운지 모르고 학생증 걸고 들어 가냐?’는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돈에 대한 열망은 그런 부끄러움도 잊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매춘, 법으로 허용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불법 성매매’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한국인들은 성매매에 대해서 어느 정도 허용을 해야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 여성관련 단체에서 길거리의 시민들 500여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법으로 매매춘을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41.6%,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17.7%로 총 60% 가까운 시민들이 매매춘의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상당히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언론과 정부는 매매춘에 대해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와 같은 생각과 다르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시민들의 생각을 좀 더 심층적으로 알 수가 있다.
동일한 설문 조사에서 이어 ‘매춘 행위를 직업으로 인정해야 하는가’는 질문에는 8.5%가 ‘매우 그렇다’, 32.9%가 ‘그렇다’, 22.8%가 ‘보통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4.2%가 직업적인 매춘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 ‘성을 사고 팔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은 20.8%인데 반해 ‘그렇지 않다’는 답은 56.5%나 돼 성매매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으로 보면 이런 설문 조사 결과는 꽤 이율배반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성매매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성매매에 대한 인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름 아닌 ‘이상과 현실’이라는 말로 압축해볼 수도 있다. 이상적으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 다른 설문 조사 항복에서 시민들은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성은 군대에 가기 전 성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16.5%, ‘그렇지 않다’가 56.7%로 조사됐으며 또 ‘직장 동료와 술자리를 갖다보면 매매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19.2%가 ‘그렇다’, 58.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일상적인 성매매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은밀화, 변태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경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제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성매매는 훨씬 줄어든 반면에 안마시술소나 룸살롱과 같은 곳의 성매매가 훨씬 늘어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애인대행이나 조건만남 등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조사한 바에 따라면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성매수자가 선택한 성매매 장소는 성매매 업소 집결지가 964명(2006년은 1020명), 다방 263명(436명), 숙박업소 341명(964명)으로 지난해 보다 줄었다. 하지만 2007년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는 각각 924명(739명)과 9204명(9024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성매수자는 2006년 4486명에서 2007년 9994명으로 절반 이상이 늘어났으며 2006년에는 아예 분류에 조차 없었던 휴게텔이나 스포츠 맛사지는 4109명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풍선효과’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조사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상당수의 국민들은 현실적으로 성매매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성매매는 이제 점점 주택가로 침투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더불어 점점 더 정교하게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는 변태 업소로 변할 가능성이 더욱 많아진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서준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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