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낀 ‘강남 귀족 계’ 사기사건 전모
톱스타 낀 ‘강남 귀족 계’ 사기사건 전모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11-04 11:37
  • 승인 2008.11.04 11:37
  • 호수 758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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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1000억, 신분노출 우려 신고도 안 해
1000억원대에 이르는 강남의 귀족 계모임이 실체를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계모임이 대형사기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강남 도곡동에서 유명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계주 윤모(52·여)씨다. 윤씨는 현재 식당 문을 닫고 잠적한 상태다. ‘다복회’로 알려진 이 계모임에는 유명 여가수 K씨, 개그우먼 K, P, S 등 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변호사, 의사 등 다수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계원들의 반응이다. 계원들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백억원이 넘는 돈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보안유지’를 위해 신고를 꺼리고 있다. 신분이 탈로 날까 우려해 외부에 말도 못하고 속병을 앓고 있는 계원들을 통해 이번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봤다.

윤씨가 잠적한 것은 지난달 27일 부터다. 이 사실을 안 계원들은 윤씨를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윤씨는 어디로 갔으며 왜 잠적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윤씨는 주변인들을 통해 개인적인 채무관계로 잠시 몸을 피한 것일 뿐 곗돈을 갖고 도망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계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지 사실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원들 사이에선 일단 윤씨를 믿어보자는 분위기다.


유명 연예인들 신분노출 불안

이 사건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다복회’의 구성원이다.

이 모임에는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강남의 부유층 사모님들 8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려진 귀족계모임 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귀족계모임답게 피해규모도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복회의 실체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세간에선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윤씨가 ‘생각 없는 부자들’을 골탕 먹여 오히려 고소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계모임에 참여한 연예인들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에 관련 연예인들은 돈을 찾기보다 신분노출을 더 걱정하는 눈치다. 만약 신분이 노출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예인으로서 활동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다복회의 계원인 한 여성은 “연예인들은 생각보다 큰돈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나도 들은 이야기라서 구체적인 액수는 모르지만 1인당 피해액이 1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돈을 찾기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 됐으면 하는 생각뿐인 것 같다. 그들은 피해자 모임에 나서는 것도 매우 소극적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연예인은 가수 K씨다. 다복회에 돈을 부은 연예인들 대부분이 K씨를 통해 이 모임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K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재테크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에선 K씨가 100억원대 땅 부자로 소문나 있다. 그런 그가 다복회를 적극 추천했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솔깃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씨의 주변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K씨는 현재 계모임에 참여한 동료연예인들에게 이렇다할 말도 못한 채 윤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연예인 가운데는 K씨보다 더 많은 곗돈을 부은 이도 있어 윤씨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K씨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귀부인들의 긴급 대책회의

윤씨의 잠적 사실이 알려지자 귀부인계원들은 같은 달 30일 오후 3시경 윤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곡동의 ○○식당에서 긴급모임을 가졌다. 이날 최고급 세단승용차를 탄 귀부인 100여명이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했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귀부인들은 3층 식당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같은 계모임의 일원이긴 하지만 평소 서로 잘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서로 서먹한 분위기였다.

대책회의 때도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하게 나서서 속 시원히 말하는 이가 없었다. 이들이 다복회에 가입한 이유는 윤씨가 ‘신분 노출 방지’와 함께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에 나온 한 계원은 “지금 현재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을 게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떤 회원은 피해액이 너무 커서 나중에 윤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라도 사람을 동원해 윤씨를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대책회의가 계속되면서 계원들은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윤씨가 ‘해외에 투자한 돈이 많다’고 평소 말하고 다닌 걸 보아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을 수도 있다”는 불안 섞인 추측도 나왔다.

어떤 계원은 “혹시 윤씨가 주식에 손을 댄 게 아니냐. 증시 폭락으로 갚을 길이 없자 잠적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불안한 목소리를 내자 한 계원은 “윤씨와 최근 연락이 닿았는데, 곧 나타나 일을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현재 다른 채무문제로 잠시 몸을 피해 있는 것일 뿐이고 다복회 사태는 곧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모두 반색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 계원에 따르면 윤씨는 이달 7일경 돌아와 다복회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대책회의는 일단 “경찰에 고소하기 전에 일단 윤씨를 믿고 기다리자”는 쪽으로 결론 났다.

한편 다복회는 지난 2001년 결성, 최소 1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 계원들의 곗돈을 받는 모임으로 알려졌다. 다복회에는 특히 의사 변호사 등 고수익자의 부인들이 많이 가입돼 있으며, 계원으로 가입하려면 철저한 신분 조회가 필요할 정도로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수익률이 알려지며 기존 계원이 주변 사람들을 다단계로 끌어들였고, 계원에 따라서는 수십억 원의 곗돈을 부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예인들 역시 주변의 권유를 통해 다단계 방식으로 가입해 상당액을 귀족계모임에 부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만약 윤씨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피해를 입은 계원들은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인 절차를 밝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계모임 자체가 구두 계약과 다름없어 보상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주 윤모씨 행방 둘러싼 소문난무

윤씨가 잠적하자 그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달 30일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윤씨가 이달 7일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사태를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한 계원은 "윤씨로부터 오는 7일까지 돌아와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계원들은 일단 그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계원들 사이에선 더 늦기 전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계원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계원은 이날 회의에서 경찰에 신고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다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또 일부 계원들은 윤씨의 이력과 행적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며 윤씨가 7일 이후에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윤씨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계원은 “윤씨가 잠적한 이후 곳곳에서 이상한 소문들이 들리고 있다”며 “윤씨가 곗돈 이외에도 다른 사람의 돈을 여러 번 때 먹은 전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가 잠적하자 ‘윤씨는 남편과 함께 다른 이의 돈을 빌리고도 이를 갚지 않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투자건이 있다고 속이고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또 ‘이미 남편을 통해 곗돈을 해외 등 다른 곳으로 모두 빼돌리고 잠적했다’거나 ‘곗돈을 도박과 주식 투자 등으로 날렸기 때문에 돌아오더라도 곗돈의 상당액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도 들린다.

계원 일부는 “그동안 식당영업도 잘됐고 곗돈을 굴리면서 얻은 수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빚 때문에 잠적한 것이라면 곗돈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크다. 윤씨는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돌아온다고 안심시켰을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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