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할부 수수료 지켜라”… 향후 실적 판가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성카드(사장 원기찬)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복합할부금융 취급액 1위 자리를 실질적으로 삼성카드(약 1조3000억 원)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카드 입장이나, 대립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입장이나 복합할부 금융 수수료율에 따라 향후 실적이 직접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삼성카드는 정기 인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임원이 교체됐다. 시점 상 현안으로 다가온 첫 번째 문제가 복합할부금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수료율 협상이 신임 임원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현대자동차와 계약 만료…업계 시선 ‘집중’
사 측 “소비자 피해 생각해야…경영진 교체와는 무관”
삼성카드가 업계 태풍의 눈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카드사와 현대자동차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갈등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실질적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내년 3월 양사 간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도래한다는 점 역시 이유다.
삼성카드 내부적으로는 복합할부금융이 다양한 잣대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특히 내부 임원진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대거 교체된 뒤 맞는 최대 현안이기 때문에 복합할부금융은 이들 임원진이 맞이할 첫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카드는 리스크관리 임원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격상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기존 신용관리조직도 내·외부 리스크관리 조직을 이관해 리스크관리실로 확대 재편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재의 조직체계를 유지하고 리스크관리를 통합·일원화한다는 차원에서다. 리스크 관리 총괄은 삼성카드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된 정준호 전 삼성화재 기획실 담당 전무가 맡게 됐다.
이 외에는 박상만 전략영업본부장이 전무로 승진했으며 나용대 디지털채널담당, 박원재 경영지원팀장, 권병오 강남마케팅지역단장, 안기홍 인사팀 담당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명단 수만 봐도 대대적인 인사였다.
여기에 벌써부터 현대자동차가 삼성카드와 담판을 짓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는 가운데 재계 맞수의 대결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부담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삼성카드의 취급액이 큰 탓에 수수료율을 조금만 내려도 이익이 상당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상황을 들여다보려면 카드사와 현대자동차가 왜 갈등을 빚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우선 카드사가 판매하는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두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현대자동차를 체크카드로 구입할 수 있고 신용카드 구매도 가능한 것이다.
이때 복합할부금융이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납부하는 상품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는 복합할부금융의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크게 높고, 가맹점 수수료의 대부분이 고객혜택 보다는 판촉수수료에 지급된다는 이유를 들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복합할부의 경우 체크카드와 구조가 유사해 복합할부에도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복합할부금융은 카드 결제 후 캐피털사에서 바로 차 값을 카드사에 넣어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돈을 갚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이나 신한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의 현대자동차에 대한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KB국민카드(1.5%)와 달리 1.3%라는 점이다. 당연히 카드사들과 현대자동차는 각각 자기 쪽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 이익을 취하겠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갈등의 변곡점
그렇다면 많은 카드사들 가운데 왜 삼성카드로 이목이 집중될까. 삼성카드와 현대자동차의 계약 과정에서 현대차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는 삼성카드가 KB국민카드나 신한카드와 달리 복합할부금융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 실적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액수를 복합할부금융으로 취급하고 있는 삼성카드로서는 수수료율 인하가 시장점유율 등의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카드는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터라 다른 카드사들이 모두 삼성카드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움직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카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복합할부 취급액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현대카드가 34.5%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카드 28.0%, 신한카드 14.8%로, KB국민카드 8.0%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현대카드가 1조 9000억 원, 삼성카드가 1조3000억 원 등이다.
현대카드가 올해부터 50%룰에 걸려 복합할부금융 취급이 중단돼 삼성카드의 관련 취급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와 한 식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카드가 실질적인 1위라는 정황도 반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타 카드사들은 버티기 모드로 돌입,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줄다리기를 지켜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C카드는 당초 지난 10월 말 현대차와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복합할부금융 갈등의 변곡점을 삼성카드의 협상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 실적과 내부적인 상황, 주변의 눈초리 등을 모두 고려해 봐도 삼성카드가 기로에 서 있는 눈치다.
한편 삼성카드는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에서 아직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우리 역시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낮아졌을 때 입을 수 있는 타격에 대해서도 “우리의 실적에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실적보다 중소캐피탈이나 소비자가 입을 피해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대자동차가 수수료 1.3%를 내세운다면 확실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다”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다만 임원진들의 경영 능력 평가의 시험대가 되지는 않겠냐는 물음엔 “큰 현안이긴 하지만, 임원진 교체는 정기인사였고 취임하자마자 복합할부금융과 연관을 짓는 것은 절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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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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