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수족관에서 물 새는 것이 흔한 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 논란에 끝이 없다. 이번엔 아쿠아리움 지하 2층 메인 수조의 수중터널 구간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이 지난 9일 발견됐다. 특히 아쿠아리움에서 누수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데, 조사단의 조사 결과 최소 세 곳 이상에서 물이 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내놓은 해명 중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이라는 말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 이르렀다. [일요서울]은 이번 사태를 국내 대규모 아쿠아리움 관계자들과 시민 단체들을 통해 진단해 봤다.
타사 아쿠아리움·시민단체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오히려 역효과 낸 해명…시공사 선정 파문 가능성도
서울 송파구 일대 싱크홀 의혹과 에비뉴엘동 사람·화물 겸용 엘리베이터 중단 사건, 천장 마감재 추락사고와 두 차례에 걸친 균열 발견, 이 모든 것이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더 이상 제2롯데월드는 안전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말의 신빙성을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수 사태다. 그것도 제2롯데월드가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다.
아울러 이를 다 막기도 전에 곳곳에서 추가 누수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잠실역 주차장 부근과 제2롯데월드의 지하 1층 천장에서도 연달아 누수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지하 1층 중앙 교차로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롯데 측은 즉시 주변에 펜스를 치고 물을 닦아냈다. 누수는 20여분 만에 멈췄지만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는 데는 약 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수족터널이 벽면과 천장을 휘감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때문에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또 아쿠아리움의 대규모 누수로 인해 바로 아래 위치한 15만볼트가 넘는 규모의 송파변전소에도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해당 변전소는 수족관 바로 아래인 지하 3층부터 지하 5층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지역 2만여 가구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다.
혹시라도 물이 흘러들어간다면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더 큰 문제는 롯데그룹 측이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 있다.
누수 사실이 알려지기 전 관람객들을 상대로 환경 개선 작업을 위해 수중터널 구간 출입을 통제한다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시민연대의 관계자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누수가 전문적인 부분의 문제라면, 정확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 의식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롯데건설 측이 “시공사 레이놀즈에 따르면 미세한 누수현상은 국내외 아쿠아리움 개관 초기에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명한 부분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레이놀즈사는 “1500개 프로젝트를 시공했고, 그 중에서 한 번이라도 물 안 샜던 수족관은 없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수족관에서 물이 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해서 또 다른 대형 아쿠아리움 관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국내 유명 아쿠아리움의 관계자는 “우리는 누수가 진행된 적이 전혀 없다”면서 “흔한 일이라고 하는데, 흔하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더욱이 지난 2010년 2월 25일 레이놀즈사가 시공을 맡은 두바이 아쿠아리움에서도 누수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자칫 시공사 선정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파문까지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누수현상이 일어난 뒤 집안 욕실 누수도 아니고 실리콘으로 되겠느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결국 누수를 숨기려는 은폐 의혹을 시작으로 안전불감증, 도덕적 해이 논란 등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없다”
다만 제2롯데월드 측은 여전히 “안전은 확실하다” 혹은 “구조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벽 쪽에 7㎝ 이상 균열이 생겼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누수는 한 시간에 종이컵 한 잔 수준으로 물방울이 떨어진 정도”라고 말했다.
수족관 누수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직접 한 말이 아니고 시공사에서 한 말”이라며 “시공사가 가장 잘 알지 않겠냐”고 한 발 뺐다. 이어 “토니 박이라는 현장 소장이 한 말인데 실리콘에 의한 누수는 안 일어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흔함의 기준을 전했다.
시공사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엔 “전 세계 수족관 점유율이 50%가 넘고 국내 수족관 중에서도 제주나 여수 등을 시공한 곳으로, 세계 1위의 업체를 선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변전소 문제나 미흡한 대처라는 지적은 “변전소는 국정감사 때도 밝혔는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고, 국민들의 정서상의 문제”라고 말했고 “기술적인 부분을 일반인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차이가 있다. 실리콘이 그냥 일반 실리콘도 아니고 오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누수 현상이 발견된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향후 정밀안전진단이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 합동안전점검단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초로 누수가 발견된 중앙수조 이외에 추가로 2곳에서 누수가 발견됐고, 조금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누수현상 원인에 대해선 ‘수조의 아크릴과 콘크리트 벽을 접착시키는 시공 과정상의 하자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수족관 벽 등 구조체의 결함은 없음’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찬오 점검단장은 수족관 누수로 인한 대량 방류사태 가능성이 낮고, 수족관 지하에 위치한 변전소의 안정성 문제도 점검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긴급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피통로에 대한 안내도가 없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위기관리 매뉴얼, 재해경감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국민안전처는 서울시 관리감독을 통해 롯데 측의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 전면 재시공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12일 제2롯데월드 영화관에서는 누수 사태에 이은 영화관 진동·소음이 발생해 더욱 큰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7시 50분께 월드타워점 14관에서 스크린이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해 잠정 폐쇄됐다.
영화 상영 도중에 일부 관객이 영화관 측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롯데시네마는 해당 영화를 끝까지 상영해 물의를 빚었다. 이곳은 지난달 9일에도 비슷한 진동을 느낀 한 관객이 119에 신고해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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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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