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정창호 국제형사재판소 신임 재판관
인물탐구-정창호 국제형사재판소 신임 재판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2-15 09:57
  • 승인 2014.12.15 09:57
  • 호수 1076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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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ICC 재판 진행할 터”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송상현 소장에 이은 또 한명의 한국인 재판관이 탄생했다. 정창호(48)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다. 유엔 한국 대표부는 정창호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 임기 9년의 재판관에 선출됐다고 알려왔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국제 상설 사법기구의 재판관까지 오르게 된 그를 [일요서울]이 탐구해봤다. 
 
김정은 위원장 유엔 안보리 회부 추진 중 당선 ‘이목’
국제법상은 물론, 향후 정치·외교적 창구 역할 기대
 
정창호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재판관은 지난 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2015년~2024년 임기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재판관 선거에서  119개국(유효표 104표) 중 73개국의 지지를 받아 17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18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ICC는 3년마다 국제형사 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당사국 총회에서 6명의 재판관을 선출한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및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범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2003년 창설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1998년 체결된 로마조약에 따라 2002년 7월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식 문을 열었으며 현재 122개국이 가입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와 대부분의 아랍국가 등 상시적으로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국가들은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 돌아오는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정창호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것도 그의 주요 이력이다. 
 
서울 법대를 나온 뒤 판사 생활을 지속하다가 2008년부터 외교부에 파견되면서 국제 무대 경험을 쌓기 시작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국제법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고, 세계의 재판이라고 불린 크메르루즈 캄보디아 학살 사건의 특별재판 재판관으로 파견되면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쌓기 시작했다.
 
나아가 이번 정창호 재판관의 당선에 대해선 높은 평가들이 줄을 잇는다. ICC를 통한 국제형사사법 정의와 법치의 실현에 계속 기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인물로선 2003년 ICC 출범 시부터 송상현 재판관이 진출해 2009년부터 재판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어 정창호 재판관의 당선은 재판관직 수임을 위한 전문성과 자질을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들이 인정한 동시에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성안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국제형사사법 정의 실현과 ICC 발전을 위한 우리나라의 기여를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엄청난 파급력
 
일각에서는 정창호 재판관이 당선됨에 따라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창호 재판관의 ICC 재판관 당선이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가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ICC가 다루는 4대 범죄는 집단살해죄(Genocide)를 비롯해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Crime against Humanity), 전쟁범죄(War Crime),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 등이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는 북한 역시 대상에 포함되며 유엔 조사에서도 사실로 나타났다.
 
실제 유엔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ICC 회부를 포함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돼 이번 달 내에 총회 본회의에서도 통과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호주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0개 이사국은 유엔과 별도로 북한 인권을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지난 5일 안보리 의장에게 발송했다.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폭격 사건을 다시금 떠올려 봤을 땐 북한이 무력 도발할 가능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도 연관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 한다면 ICC 조사라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고, 정창호 재판관이 곧 한국의 외교력 창구 기능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리하자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회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ICC의 재판관에 한국 출신의 정창호 재판관이 선출됐다는 사실은 국제법상에선 물론이고, 정치적 외교적 파장까지 몰고 올 수 있다는 견해다. 
 
다만 정창호 재판관은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선 포부를 밝혔지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그는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치나 인권 차원에서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ICC의 재판이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해 정의가 빨리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총회가 북한을 ICC에 회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선 “현직 재판관으로서 구체적 사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국제 사법 메커니즘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회부하면 비회원국이라도 수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ICC의 수사는 회원국을 대상으로만 진행된다. 북한은 비회원국인 상태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부를 하지 않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회부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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