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건에 대한 ‘중재 제도’ 도입 검토해야
가사사건에 대한 ‘중재 제도’ 도입 검토해야
  • 엄경천 변호사
  • 입력 2014-12-15 09:57
  • 승인 2014.12.15 09:57
  • 호수 1076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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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이혼’이 증가함에 따라 ‘재판상 이혼’ 제도의 개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현재 우리 민법상 재판상 이혼 제도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행 민법상 재판상 이혼제도는 유책주의라는 견해도 있고, 현행법의 해석만으로도 파탄주의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민법은 단 하나의 조문을 두고 있고, 나머지는 해석론에 맡겨져 있다.

이와 같은 경우 법원이 해석을 통하여 법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을 넘어 사실상 입법을 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사재판과 관련하여 ‘사법적극주의’라는 이름으로 해석론을 통하여 사실상 입법을 시도하려는 견해도 있지만, 가사재판이 본질적으로는 이론적 정합성과 법적 안정성이 요구되는 민사재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가사재판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사법부와 국민간의 소통이나 신뢰회복에도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자의 견해는 ‘가사재판은 원님재판이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의 침해가 중대하기 때문에 채택할 것이 되지 못된다.

가사재판은 일반 민사재판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지만,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재판이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가사사건에서 조정제도가 반 강제적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사재판이 재판 내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가사재판의 특수성과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본질적인 요소로 하는 법치주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사사건에서도 중재제도 도입은 검토 가치가 있다.

가사소송법 제2조는 ‘재판상 이혼,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한다) 및 원상회복의 청구, 친권자의 지정과 변경,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등’을 ‘가사사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가사사건에 대한 심리와 재판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專屬管轄)’로 정하고 있다.

한편, ‘당사자 간의 합의로 사법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仲裁人)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중재라고 하는데, 중재에 관하여는 중재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가족간의 분쟁은 일반 거래 당사자 사이의 분쟁과는 몇 가지 특수성이 있다. 일반 민사사건을 ‘전투’에 비유한다면 가사사건이나 가족 간 분쟁은 ‘전쟁’에 비유할 수 있다. 이혼사건을 예로 들어보면, 이혼뿐만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과 같이 이혼에 부수되는 여러 가지 청구를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많다.

분쟁이 전면적일 뿐만 아니라 입증해야 할 것이 많은 반면 증거자료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이 함께 개입되다보니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인 비난이 가해지곤 한다.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가사사건’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기 때문에 중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족간 분쟁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조정이 반 강제적으로 운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가사소송법과 중재법의 개정을 통하여 가사사건에 중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가사재판은 원님재판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엄경천 변호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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