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하나 안 하나
홈플러스, 매각 하나 안 하나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2-15 09:45
  • 승인 2014.12.15 09:45
  • 호수 1076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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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노코멘트” vs 업계 “쪼개기 추진”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홈플러스(사장 도성환) 매각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품사기 논란에 이은 영국 본사의 경영난이 겹치면서 각종 ‘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번엔 지방 점포 분할 매각 가능성이 나오며 구체적인 인수 후보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홈플러스 전반을 맴도는 매각설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이번에도 ‘설’에만 그칠지 들여다봤다.

농심·현대·농협 인수 타진 정황
또 소문만?…직원들 불안감 커

홈플러스 매각설은 올해만 벌써 몇 차례 불거져 나온 ‘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이 흘러나와 그동안의 소문과는 중량감이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매각 기초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는 여러 유통업체에 점포 매각과 관련된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또 본사인 영국 테스코가 아시아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자문사로 내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일괄 매각이 아닌 ‘점포별 매각’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 가격이 5조~7조 원대의 대규모이기 때문에 점포별로 나눠서 매각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설에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곳은 농심 계열 메가마트와 현대백화점, 농협의 하나로마트 등이다.

메가마트는 홈플러스 영남지역 5~6개별 점포 인수자로 거론된다. 메가마트는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13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메가마트가 홈플러스 점포를 인수할 경우 영남권에서 더욱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메가마트, 현대백화점, 하나로마트 모두 홈플러스 인수설에 대해서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심 측은 “홈플러스 인수 제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협상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바 있지만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형마트 사업이 없다는 게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2월 김포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선보이는 등 아울렛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매입 후보들의 선긋기가 계속되자 농협 하나로마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다. “하나로마트가 없는 지역에 매물이 나오면 관심을 갖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 하지만 하나로마트도 홈플러스 매입은 관심에서 그친 듯하다. 농협 측은 “공식적인 제안이 온 것이 없다”며 “부분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최근 농협법 개정으로 2015년 2월까지 유통사업을 경제지주로 이전해야 해서 인수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매입을 할 만한 업체들의 분명한 선긋기가 계속되자 “당분간 홈플러스는 매각설만 무성한 상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설 배경은

이처럼 인수자 없는 매각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이유는 최근 홈플러스의 경영 상태 영향이 크다. 국내 상황은 물론 영국 본사까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는 분식회계, 주가 폭락, 실적 악화 등으로 사상 최악의 부진 상태에 빠져 있다. 테스코는 납품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외상 대금을 빠트리고, 상품을 손실 처리하는 등 올해 상반기 이윤을 2억5천만 파운드(약 4천270억 원)가량 부풀렸다. 또 상반기 실적 결과가 4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주가가 하락하자 최고경영자(CEO) 필립 클라크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데이브 루이스 신임 회장이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또 한번의 매각설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매각설은 국내 홈플러스의 위상이 휘청거리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올해 홈플러스는 경품 조작과 횡령,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홍역을 치뤘다. 담당 직원이 경품 당첨 결과를 조작하다 적발됐으며 고객 개인 정보 판매 혐의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논란으로 전·현직 경영진인 이승한 전 회장과 도성환 사장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들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도 사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직문화 변화에 나섰다. 우선 임직원의 사내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야근과 종이보고서를 없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서로를 칭찬하는 ‘화목데이’, 월 2회 점포 근무 등을 지침으로 세웠다.

하지만 매각설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시선도 있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매각설에 관련된 내용을 답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 그대로 ‘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설이 불거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홈플러스가 입는 타격이 크다”며 “그동안 매각설이 계속 제기돼 왔고, 그에 따른 내용을 말하는 과정에서 와전도 많아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계속되는 매각설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과거 까르푸에서 이랜드, 홈에버에서부터 이어온 만큼 회사가 매각되는 것에는 익숙하다”면서도 “이번 매각설은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되고 있지만 사측은 매각에 관련된 내용을 단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사측에 매각설의 사실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며 “만약 쪼개는 방식으로의 매각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면 노동조합은 이 같은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분할 매각에 따라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흩어진 상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불안감이다. 또한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매각설인 만큼 사측의 책임 있는 발표와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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