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OK저축은행 고객만 ‘봉’
[소비자 고발] OK저축은행 고객만 ‘봉’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2-15 09:41
  • 승인 2014.12.15 09:41
  • 호수 1076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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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 불법 조회 의혹…쓴소리는 차단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등의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아프로서비스그룹(회장 최윤)이 인수한 ‘OK저축은행’이 계열대부업체 고객신용정보(CB)를 공유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용대출 시 저신용자 구분이 가능한 대부업 CB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업 CB 불법 공유 의혹만으로도 불안감을 보이는 모양새다. 인수 당시 대부업 CB 공유 금지가 이행조건이었던 만큼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OK저축은행을 포함한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특별점검에 나섰다.

이행조건 어겼나…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판촉행사 민망 지적…게시물 중단 조치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등의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아프로서비스그룹에 소속돼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OK저축은행 인수 후 지난 7월 7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최근 OK저축은행은 금융지주법상 금지돼 있는 대부업 CB를 공유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중채무자로 인한 신용대출 부실 위험, 마케팅 강화를 이유로 계열 대부업체를 통해 CB를 조회한다는 것이다. 대부업 CB를 활용하면 신용대출 시 저신용자를 구분할 수 있어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OK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업계는 대부업 CB 공유를 요구해온 바 있어 이번 논란에 대한 의혹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성적으로 대부업 고객신용정보를 계속 조회해 왔다는 의심이 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저축은행이 친밀 관계에 있는 대부업체 직원을 통해 대부업 CB를 조회했던 바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더욱 매섭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계열 대부업체와 한 건물에서 전산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 운영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해 대부업 CB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들은 고객정보를 저축은행·은행·카드 등 다른 금융권과 공유하지 않는다.  또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인가 조건으로 대부업 CB 공유 금지 이행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편법 조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 같은 의혹만으로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치 않는 정보 공개에 대한 우려다.

뿐만 아니라 대부계열 저축은행이 아닌 저축은행들과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대부업 CB를 공유해왔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들도 이 같은 일들에 불만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최근 개인회생신청자가 늘어나면서 부실위험이 커짐에 따라 대부업 CB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저축은행이 대부업과 비슷한 고금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신용정보까지 공유하게 된다면 대부업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특별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들이 계열사 대부업체를 통해 대부업 CB를 편법 조회하고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또 대학생 대상 고금리 대출 등 국정감사 지적사항들도 함께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번 특별점검에는 OK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웰컴론의 웰컴저축은행 등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전반이 대상에 올랐다.

대부사업 못벗어났나

OK저축은행은 사실상 대부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계열 저축은행의 월별 대부실적’ 조사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2300억 원을 신규대출했다. 인수 전과 비교해 142배 증가한 수치다.

또 취급대출의 대부분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조건으로 제한한 최고 금리대에 몰려 있다. 서울지역 저축은행 대출이율별 이용자 분포도는  25~30% 미만에 99.93%가 분포돼 있다고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조건으로 제한한 최고 금리대는 25~29.9%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은 사실상 대부업체 습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 간판만 내걸었을 뿐 대부업체 시절처럼 고금리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OK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전 “저축은행 영업은 중금리 상품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국내 종합금융그룹을 꿈꾸며 현대캐피탈을 롤 모델로 생각한다고 했던 발언과는 다른 행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OK저축은행은 자사 상품에 대한 민망함을 지적한 고객과도 마찰을 겪고 있다. ‘OK끼리끼리 정기적금’ 상품과 판매 판촉행사에 대해 쓴 글이 OK저축은행에 의해 게시중단된 것이다.

‘남극성의 전예협(전국예금자협의회)’이라는 카페 운영자는 “OK끼리끼리 정기적금 상품에서 기본 금리인 3.8%에서 추가 금리를 받기 위해 벌여야 하는 조건들이 낯 뜨겁다”며 “친구, 가족, 연인 등이 함께 손을 잡고 방문해 어깨동무 후 ‘의리’ 외치기, 팔을 이용한 하트 표시하기 등을 해야 0.1~0.5%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는 점에 반감이 든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저축은행 상품 중에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도 비슷한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 존재한다”며 “실제적으로는 별 혜택이 없는 상품으로 고객에게 황당한 조건을 내놓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해당 게시물은 게시 중단된 상태다.

대부업 CB 공유, 고객과의 마찰 등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OK저축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 알게 될 일”이라고 답변하다 전산운영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자 “편법으로 고객 정보를 공유한 일이 없고, 전산도 분리돼 있다”고 말했다.

또 고객과의 마찰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며 “고객 한 사람의 생각을 써 놓은 것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 없다.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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