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2, 3세보다 눈에 띄는 정치인 2, 3세들
- 정대철 ‘구국구당모임’은 아들 살리기인가?

조현아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딸로, 말하자면 재벌 3세다. 재벌 3세쯤 되면 세상물정 알 리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 재벌가의 현실이다. 재벌 1세가 갖은 불법, 탈법, 위법행위를 일삼으면서 기업을 일으켰고, 적당히 권력과도 유착하면서 감옥도 몇 번은 가본 소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라면, 재벌 2세는 그러한 현실을 보고 자란 세대로 나름대로 고생이라는 단어를 알고 자란 세대이다.
그러나 재벌 3세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태어났을 때부터 재력이 넘쳐나는 집안에서 고생 한 번 안하고 귀족학교에 다니며, 귀족처럼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귀족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귀족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북한의 김정은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고, 김정은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보면 상상력의 비약일까? 물론 김정은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이긴 하다.
‘조현아 땅콩 리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조현아에 대한 출금금지 조치도 내려졌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검찰이 국민의 검찰인지 재벌의 검찰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이러한 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현재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대한항공도 어떻게 손 쓸 수도 없는 형국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2세 3세의 문제는 경제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사회가 안정되고 정치도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 3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더군다나 지역주의라는 보호막이 기득권 정치인들을 지켜주다 보니 정치인 2세, 3세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인 2세고, 새누리당의 김무성 당대표도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의 유승민 의원, 부산의 김세연 의원 등도 2세 의원이다. 야당에도 정호준 의원과 같은 3세 의원도 있다. 유 의원을 제외하고 이들의 문제는 단순히 2세, 3세의원이라는 봉건적 의미보다 자신의 아버지 선거구를 세습 받아 지역주의라는 보호막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쉽게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의정활동을 잘하면 이러한 문제점도 상쇄할 수 있지만, 모두가 다 의정활동을 열심히 잘한 것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들어갔다. 소위 빅3라는 정세균, 박지원, 문재인 의원이 모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의원도 여기저기서 나오라는 소리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미래는 고려하지 않은 채, 되지도 않을 일에 발을 담글 기세다. 그를 부추기는 것은 지난 하한정국을 더욱 들끓게 했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추미애, 김동철, 조경태, 박주선, 이인영 의원 등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고, 정동영 전의원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의 훼방꾼이 나타났으니, 다름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문 중 한 명인 정대철 전의원이다.
정대철 전의원. 정호준 의원의 아버지이며, 그의 아버지는 장면내각에서 외무부장관을 지낸 정일형 전의원이다. 어머니 이태영 여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변호사.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내노라 하는 정치인 가계라고 할 수 있다. 정일형 전의원은 서울 중구를 중심으로 한 선거구에서 2대부터 9대까지 무려 8선을 기록했다. 그의 아들인 정대철은 그가 ‘3.1 명동사건’에 연루되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자, 1977년 종로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된 이래 5선을 지낸 야당의 원로가 되었다.
정대철 전 의원은 야당의 당대표 선거에 단골로 나서는 선수였으나 한 번도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했다. 그를 당대표 선거에서 이겼던 사람들은 1993년 이기택, 2002년 한화갑, 2008년 정세균이다. 이렇게 정대철 전의원은 당대표 선거에서의 잔혹사가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도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가만히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보도 등에 의하면 ‘구당구국모임’이라는 마치 유신시대의 친위대와 같은 해괴망측한 조직을 만들어 어떻게든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는 다가오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세력, 즉 문재인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이 분열하여 신당이 만들어 질 것이라면서 협박정치도 서슴지 않는다. 당의 원로로서, 고문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격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있다. 정대철은 도대체 왜 이런 언동을 하는 것일까? 자신의 아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역정치인이고, 더군다나 그는 범 친노계라는 정세균계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말이다.
정대철 전의원은 2004년 탄핵정국 직전 굿모닝시티 비리사건, 노무현 후보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 등으로 구속 수감된다. 따라서 2004년 탄핵 총선에서는 그의 아들 정호준이 대타로 출마하게 되는데, 누구나의 상상을 뒤엎고 졌다. 당시 필자는 서울 중구 유권자의 한 사람이었는데, 정호준의 어머니가 민방위교육장에 가는 필자의 손을 붙잡고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 호준이 좀 살려주세요.” 살려주지 못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정대철도 정호준도 공천을 받지 못해 출마하지 못했다. 그래서 2008년 당대표 선거에 정대철이 직접 출마했지만 정세균에게 졌다.
2012년 총선에서는 정호준이 당내 후보경선에서 호남 3선 출신의 유선호 후보의 거센 도전을 겨우 따돌리고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대철은 정호준을 지켜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분당질을 해대는 것이다. 갸륵한 부성애인지, 우리나라 세습정치의 민낯인지는 독자들의 판단 못이다.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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