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 흔들리는 대한항공
‘땅콩 리턴’ 흔들리는 대한항공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2-15 09:36
  • 승인 2014.12.15 09:36
  • 호수 1076
  • 2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아 후폭풍…‘금수저 물고 태어나 갑질’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사진)의 ‘땅콩 리턴’ 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반납했고,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대한항공 본사에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 같은 후폭풍은 한진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공들이던 호텔사업도 위태롭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오너일가의 행실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일왕 생일파티 행사와 관련돼 눈총을 받고 있다. ‘땅콩 리턴’ 파장이 곳곳에서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는 것이다.

父는 일왕 생일 축하…딸은 인성 구설수
직책 반납·사과 뜻 밝혀도 비난 여전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미국 뉴욕 출발 대한항공 항공기를 되돌리게 한 후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땅콩을 접시에 담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당시 승객들은 비행기가 왜 되돌아가는지 알지 못했으며 해당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출발했다. 이륙 기준으로는 46분 늦어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은 후폭풍을 맞았다. “오너일가가 회사를 개인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난과 함께 재벌가의 갑질이란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이며,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와 지적은 당연한 일이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문제의 책임을 기장과 사무장에게 전가시켰다는 비난이 들끓은 것이다. 더욱이 승무원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조 전 부사장이 고성과 욕설을 하며 매뉴얼을 집어던졌다는 사무장의 증언도 나왔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 대표이사는 유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퇴라는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에도 질타가 계속되자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결국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대한항공이 해당 사실을 유출한 직원을 찾기 위해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열하고, 해당 사무장과 면담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명을 하고,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더 큰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참여연대는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강요 등의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증거 인멸을 이유로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여객 서비스지점을 압수수색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했다.

이 같은 후폭풍은 모기업인 한진그룹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이 ‘불가 방침’으로 내려졌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공을 들이던 조 전 사장이 논란이 된 만큼 호텔 건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선이 많다.

그룹 전체 ‘휘청’

앞서 경복궁 옆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주변 환경과 학교 옆 건립 문제 등으로 논란이 계속돼 왔다.

뿐만 아니라 오너일가 전체의 행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지난 4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일왕 생일파티 사전 축하행사에 화환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조 회장은 2010년에도 일왕 생일파티에 축하 화환을 보낸 바 있다.

또한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2년 인하대학교 운영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과 막말을 한 사건도 회자되고 있다. 2005년에는 승용차를 운전하다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한 방송에서 “나는 낙하산이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김도균 트래블메이트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진에어 승무원 유니폼 상의 길이를 지적하는 글을 남기자 해당 내용은 ‘명의회손’ 감이라고 글을 올려 맞춤법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 전 부사장은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도 국토부의 출두 명령을 거부하다 출석한 자리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수습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건이 잠잠해지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다”고 말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다 할지라도 조양호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