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금괴 사기 사건’ 또 터졌다
정권 실세 ‘금괴 사기 사건’ 또 터졌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12-15 09:36
  • 승인 2014.12.15 09:36
  • 호수 1076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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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으로 모아둔 금괴 가져다 주겠다”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금괴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히 금괴 한두 개가 거래되는 사건들이 아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기 사건의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전 정권 실세들이 비자금으로 숨겨놓은 금괴가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왔다는 점이다. 2009년에는 “잘 아는 분이 전 정권의 실세였는데 ‘IMF 인수위원’을 할 때 모아둔 금을 파는 것”이라며 “순금 30kg을 시가보다 2억 원 싼 10억 원에 팔겠다”며 접근했다 2명이 구속된 사례가 있다. 지난 10월에는 “전 정권 실세들의 비자금인 금괴와 구권 화폐를 처분하겠다”고 속여 5억 원을 가로챈 1명이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인을 대상으로 금괴 사기를 저지른 사건이 서초경찰서에 접수됐다.

박철언 전 의원 등 과거 정권 실세 거론하며 사기행각
“나도 사기 당했다” “일본·캄보디아 돈 끌어 오겠다” 주장

최근 일본인 하마 마사키 씨가 서초경찰서에 이모 씨를 피고소인으로 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하마 씨는 지난해 2월경 일본인 고이케 다쓰오씨 소개로 이 씨를 만났다.
이들은 만남 직후 골드바 거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 씨는 하마 씨에게 골드바를 구매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2억엔(약 20억)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고 하마 씨는 신한은행 코엑스 무역센터 지점의 공동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하마 씨 측에 따르면 당시 이 씨는 자신을 ‘비자금을 관리하는 지하 총책’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또 “전 정권의 실세들이 비자금으로 갖고 있던 금괴를 갖고 있다”며 “이를 반값에 넘겨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 말을 하면서 ‘6공화국 황태자’라고 불리는 박철언 전 장관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이후 이 씨는 금을 취급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A 회사 계좌로 돈을 입금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이 씨는 “비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청와대 등에서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단다.

하마 씨는 결국 신한은행으로 최초 입금한 20엔을 인출해 환금한 후 10월 22일 영등포구청역 인근의 신한은행에서 A 회사 대표 명의의 계좌에 송금한 후 이를 다시 수표로 환금했다. 이후 이 씨는 같은날 금을 갖고 있다는 판매자 김모 씨가 수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하니 수표를 자신에게 건네 달라고 권유해 하마 씨는 당시 통역이었던 또다른 이모 씨를 통해 총 9억 원을 이 씨에게 건네줬다.

금괴도 못 보고
거래도 안 되고

문제는 이 이후 발생했다. 이 씨는 9억 원을 전달 받은 뒤 “판매될 금을 보았다” “금의 거래가 내일 이뤄질 것이다”라고 둘러대며 약속일인 10월 24일이 지나도 물품거래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하마 씨는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 같자 김 씨에게 수표 반환을 요청하도록 이 씨에게 부탁했으나 이 씨는 “곧 수표가 반환될 것이다” “곧 반환될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수차례 부탁해 왔지만 지금까지 수표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하마 씨는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씨로부터 금을 갖고 있는 김 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기로 확약서를 쓴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씨는 하마 씨에게 김 씨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하마 씨와 만남을 주선해 주지도 않았다. 결국 하마 씨는 김 씨의 존재도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씨가 소개해 준 A 회사는 금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IT 기업이었다. 대신 A 회사의 대표는 금거래를 위한 B컨설팅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마 씨는 이 씨가 A회사를 언급하고 이 회사의 대표 통장으로 거래를 한 것이 돈세탁 용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A 회사 대표는 측은 이러한 과정이 돈세탁용도가 아니라 단순히 금거래를 위한 최근 날자 수표 발행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하마 씨가 지속적으로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이 씨는 본인도 김 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현재 서초경찰서는 지난 11일 고소인과 피고소인들을 불러 3차 조사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속영장 청구나 출국금지조치 등은 취해지지 않은 상태다.

르네상스호텔
매각 사업 뛰어 들기도

하마 씨가 사기혐의로 이 씨를 고소하는 동안에도 이 씨는 하마 씨 측의 연락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하마 씨 측에 따르면 대부분 전화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간혹 문자에만 응답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하마 씨 측은 이 씨 측이 또 다른 사기를 기획한 사실을 알아냈다. 바로 르네상스호텔 매각에 이 씨 측이 관여하고 있던 사실을 밝혀낸 것 것이다. 현재 르네상스 호텔은 삼부토건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삼부토건은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삼부토건은 채권단으로부터 법정관리 철회 조건으로 르네상스호텔 담보로 7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삼부토건은 호텔을 매각해 7500억 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텔을 사겠다고 나선 기업이 없는 상태다.
하마 씨 측에 따르면 이렇게 위기를 겪고 있는 르네상스호텔 매각 사업에 이 씨 측이 끼어들어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씨 측은 일본과 캄보디아의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며 르네상스호텔 매각 사업을 진행해 보겠다고 제안했고 삼부토건은 이를 허락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삼부토건은 이 씨 측에 업무 편의를 봐 줬다. 르네상스호텔 뒤편의 삼부빌딩 20층의 임원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 실제 이 씨 측은 이 사무실에서 4번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르네상스호텔 매각 사업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은 하마 씨 측 관계자가 이 씨의 사기 행각을 알려주기 전까지 이 씨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하마터면 더 큰 화를 입을 뻔 했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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