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후계 이선호 밀어올리나
CJ, 이재현 후계 이선호 밀어올리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2-15 09:28
  • 승인 2014.12.15 09:28
  • 호수 1076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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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인수로 계열사 승계 ‘착착’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그간 승계 쪽으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CJ그룹이 새 통합 계열사를 만들고 지분을 움직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재현 CJ 회장이 보유했던 CJ시스템즈 지분 절반이 아들 선호씨에게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후계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시스템즈에 올리브영 합쳐SI 새 계열사 탄생
이후 지주사 합병하면 경영권 넘기기 쉬워져

CJ의 새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가 2일 출범했다. 전신은 그룹 내 IT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CJ시스템즈와 유통부문의 CJ올리브영이다. 형태는 시스템즈가 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사실 IT분야와 유통분야의 계열사를 굳이 합병할 만한 대외적인 이유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CJ그룹 측은 이를 유통·물류 분야의 IT 역량을 강화하고 헬스·뷰티점 사업의 투자 재원을 확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근래 올리브영은 시장점유율 1위임에도 유동성이 묶이면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신규출점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한 사업구조상 부채비율이 높아 추가적인 사업확장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부채비율은 300%에 달하는 등 투자금을 확보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올해 올리브영의 신규출점 매장은 24곳으로 지난해 105곳에 비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열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 매출이 나오는 시스템즈는 올리브영의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열사 합쳐 내부거래
비중 30%대로 낮춰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같은 합병이 결국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이유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높다. 시스템즈의 지난해 매출액 3571억 원 중 75.48%는 같은 CJ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현행법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관련 규제가 보다 허술하던 2012년과 2011년에는 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83.4%, 91.9%로 더욱 높았다.

이에 CJ는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올리브영을 시스템즈에 합병함으로써 이러한 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4570억 원 중 단 1.3%만이 같은 CJ 계열사에서 발생했을 뿐이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병한 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33.82%로 급격히 낮아진다. 이 비중은 올해 연말까지 30%대 밑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수준이며 과세 역시 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합병 이후 매출액이 더욱 늘어나면 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시킬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감지되고 있다.앞서 SK C&C나 삼성SDS의 경우처럼 대기업 IT 계열사의 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올리브네트웍스도 물망에 떠오른 셈이다.

올리브네트웍스가 되기 전 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매출액을 합하면 8000억 원이 넘는다. 또 올해 성장률을 더해 합병 이후 매출을 추산하면 약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합병 직전 이재현 회장이 자신이 보유했던 시스템즈 지분 절반을 아들 선호씨에게 넘긴 것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CJ시스템즈 2대주주로서 31.9%에 달하는 298669주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합병 전날인 1일 이 회장은 지분의 절반가량인 15.9%를 선호씨에게 넘겨줬다. 이로 인해 두 계열사의 지분이 전혀 없었던 선호씨는 단번에 통합법인 11.3%의 지분을 쥐며 올리브네트웍스 3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그간 대기업들이 SI 계열사를 활용해 2세 승계를 해온 사례들을 살펴보면 올리브네트웍스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이후 올리브네트웍스가 지주회사인 CJ와 합병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영수업 중인 장남
이제는 지분증여도

이제 만 24세인 선호씨는 지난해 이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될 즈음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섰다. 선호씨는 지난해 지주사인 CJ에 입사해 그룹 미래전략실을 경험하고 이후 CJ제일제당 영업지점과 바이오사업관리팀 등 계열사를 돌며 후계수업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선호씨가 보유한 CJ그룹 지분은 지주회사의 경우 전혀 없고 계열사는 CJ E&M 등 일부를 소수점 단위의 비율로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선호씨가 갑자기 이 회장의 시스템즈 지분을 받은 것은 향후 승계작업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이 회장을 두고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선호씨에게 주식을 증여할 때 발생하는 거액의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후문이 돌곤 했다. CJ가 지주회사인 만큼 승계를 위해서는 지주사 지분을 증여해야 하는데 선호씨는 CJ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을 선호씨 등 자녀들에게 모두 증여한다면 납부해야 할 증여세 비율은 최고 50%까지 치솟는다. 이 회장이 들고 있는 CJ 지분은 지난해 기준 15000억 원가량으로 이에 대한 증여세는 7000~8000억 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CJ가 시스템즈에 올리브영을 합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표면적인 효과 외에도 선호씨의 3대주주 등극과 같은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재 구속집행정지 중인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면서 CJ가 사실상 때이른 승계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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