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보다 돈 잘 버는 공상銀, 서울에 사옥 사들인 건설銀
국내 시중은행들, 자산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뒤처져
사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을 경시하는 풍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Made in China’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무조건 품질이 낮은 것으로 비하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인식도 조금씩 없어지는 추세다.
이제는 국내 은행권에서도 이 같은 생각을 접어야할 때가 왔다. 중국 공상은행·건설은행·중국은행·농업은행 등 중국 4대 국유은행은 모두 세계 10대 은행 반열에 오른 큰손들이다. 특히 공상은행(ICBC)은 중국 내 1위뿐 아니라 세계 1위를 거머쥐고 있는 대규모 은행이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에 따르면 공상은행은 올해 발표에서도 전년에 이어 1위 자리를 굳혔다. 공상은행은 2007년 이후 기본자본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미국 씨티그룹을 제치고 차지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현재 공상은행은 지난 3분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애플을 순이익으로 제쳤다. 지난 상반기만 봐도 하루에 8억 위안(약 1423억 원)씩을 벌어들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지난해 총자산은 18조9200위안(약 3380조 원)으로 국내 전체은행의 자산을 합친 2000조 원의 1.5배가 넘어간다.
이 공상은행은 위안화 예금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입지를 넓히며 중국자본의 그림자를 키우고 있다. 특히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1일 개장한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세계 10대 은행 중 4곳이 중국銀
함께 거론되는 중국 건설은행(CCB)의 규모도 만만찮다. 건설은행은 지난해 세계 5위에 이어 올해는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게다가 건설은행은 국내에 진출한 중국은행 중 처음으로 서울에 사옥까지 마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은행은 기존 동양생명 빌딩을 510억 원에 매입해 이달까지 잔금을 모두 치르기로 했다. 현재 건설은행은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에 임차한 사무실을 쓰고 있었으나 내년이 되면 새 사옥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은행(BOC)과 농업은행(ABC)도 각각 세계 7위, 9위에 올라 글로벌 10대 은행을 장식했다. 이들 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에 금융투자업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투자를 늘려 중국자본의 유입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게다가 중국은행의 경우 건설은행의 사례와 같이 서울에 새 사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건설은행에 이어 중국은행까지 서울 내 오피스빌딩을 사들인다면 타 중국계 은행들의 매입도 추가적으로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0대 은행에는 들지 못했지만 중국 5대 은행 중 하나인 교통은행(BOCOM)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은행은 한창 몸값이 오르고 있는 위안화의 국내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돼 있다. 근래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국내에서의 교통은행 입지도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에 적을 둔 중국은행 지점들의 자산은 지난해 88%가 넘게 불어났다. 앞서도 중국은행 국내 지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20~30%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것도 올해는 100%가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견제도 심해지는 눈치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도입까지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국내 은행들의 세계 순위는 훨씬 낮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성장세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 중 같은 기간 세계 10대 은행에 속한 은행은 한 곳도 없으며 100위 안에 든 곳이 5곳이다. 이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KB금융지주로 68위이며 신한금융지주 69위, 우리금융지주 75위, 산은금융지주 78위, 하나금융지주 84위 등이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전년 83위에서 올해 104위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자산이 아닌 수익률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중국 은행들은 분기별·연도별로 수익성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 1000개 은행 수익의 31.7%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경우 순이익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그리면서 전년보다도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내 법인들 역시 순이익이 반토막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이 최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장 등을 토대로 국내 은행권 공습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비교가 불가한 자산규모 등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비이자수익 등을 성공적으로 창출해내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