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단속 또 풍선효과?
성매매단속 또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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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0-14 09:52
  • 승인 2008.10.14 09:52
  • 호수 754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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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紅燈) 꺼지면 성매매 없어지나?
장안동에서 시작된 성매매 집중단속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우려됐던 풍선효과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풍선효과란 특정 테두리 안에 모여 있는 집단에 사정작업을 가하면 이 무리의 구성원들이 더 넓게 퍼져나가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성매매 특별법 발효 이후 성매매 여성들이 주택가까지 진출한 것이 그 예다. 서울에는 장안동과 같은 대규모 유흥가가 몇 군데 있다. 이들 유흥가에 대한 단속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이뤄지자 일부에선 “뒤따를 풍선효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단속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 안마시술소의 욕조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고 업주들을 닥치는 대로 입건하면서 이런 우려를 외면했다. 그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 주변 도시 곳곳으로 업소 아가씨들이 퍼져나가 수도권 도시 곳곳이 갑자기 늘어난 성매매 여성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주변 도시는 경찰 인력이 빠듯해 서울과 같은 집중 단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 외 지방으로 내려가면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이에 지방 자치단체들은 이번 일제단속을 두고 “서울만 깨끗하면 그만이란 식의 단속”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 주변 도시들은 서울의 행정이나 방침을 따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불법 성매매 집중단속의 경우 서울에서 시작하면 다른 도시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하다보면 지방이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 수도권 주변 도시는 부족한 재정과 인력으로 늘 허덕인다.”

수원 권선구청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업주 뇌물미끼 단속 무력화

최근 의왕, 수원, 용인, 안산 등 수도권 도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성매매 여성들로 골치다. 서울의 대대적인 유흥업소 단속으로 업소 아가씨들이 수도권 도시의 유흥가로 흩어졌기 때문. 사정은 이렇지만 수도권 도시는 아직 대대적인 단속을 펴지 못하고 있다. 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또 경찰과 업주의 유착도 단속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중소도시의 경찰-업주 간의 유착은 서울보다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좁은 지역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사건무마를 명목으로 한 경찰의 뇌물수수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이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에게 제출한 '뇌물수수 사법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뇌물 또는 향응 등을 받아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1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은 뇌물수수의 총 금액은 16억5150만원이다. 경찰관들에게 뇌물을 많이 주는 이들은 윤락업소 포주, 불법게임장 업주들로 조사됐다.

지난 5년간 윤락업소·유흥업소 업주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은 22명(18.5%)으로, 총 2억6893만원을 받았다. 불법게임장 업주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은 24명(220.2%)으로, 총 2억3630만원을 받았다.

권 의원은 "장안동 성매매 업주들의 경찰관 명단공개 등 경찰관의 뇌물비리 소식은 '도덕적 불감증'이 경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원 최대 유흥가인 일명 ‘박스’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경찰 단속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이 업주는 “이 지역은 유흥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암묵적으로 지정한 일종의 특구”라며 “왠만해선 이 지역에 대한 단속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또 이뤄진다 해도 형식적인 단속에 그친다. 박스 안에 있는 업소들은 관작업(공무원에 뇌물 상납하는 행위)을 해 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원과 달리 용인은 이렇다 할 큰 규모의 유흥가가 없다. 대신 작은 유흥가들이 곳곳에 있다. 최근 용인 곳곳에 아파트단지와 같은 대규모 거주지역이 형성되고 있어 유흥가들이 점점 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유흥가의 발달이 그나마 덜한 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용인으로 피신하는 서울지역 업소 아가씨들이 적지 않다. 또 특정 유흥가에 대한 집중단속의 걱정도 적다.

용인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용인은 대학가가 많아 성매매가 가능한 유흥가가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이기도 하다”며 “불법 유흥업소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용인지역은 또 대학 자취생들을 노린 출장 성매매 등이 많은 편”이라며 “이번에 서울지역에서 단속이 실시된 이후 불법 안마시술소 여성들이 용인으로 내려와 출장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도 있다.


점조직 형태 단속 어려워

서울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에 다른 업소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다른 업주들과 연계돼 있다.

경찰의 단속으로 한 업소가 문을 닫게 되면 이 업소의 아가씨들과 영업 상무들은 모두 이 업소와 연결된 제2, 제3의 업소로 자리를 옮긴다. 단속을 당한 업소가 작고 열악한 곳이 아니면 대부분 이렇게 생명력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강남지역 유흥업소 단속으로 한참 바쁜 강남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강남지역의 업주들은 대부분 자신의 업소가 2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업주들은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영업을 하고 사정이 급박할 경우엔 임시 휴업으로 대처한다. 경찰이 유흥업소만 365일 지키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점조직 형태의 유흥업소를 뿌리 뽑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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