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동업자 이형래씨 알고보니 거물급 무기중개상 아들

‘가수 이현우 재벌 대열에 합류’ ‘가수 이현우 방송사 주인 된다’ 얼마 전 이 같은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한 적 있다. 가수 이현우(42)가 지난달 중순경 백억원대 자본금을 투입, 한 방송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일부 언론사는 그가 방송사를 이미 인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들을 살펴보면 방송사 인수사업은 이현우와 그의 동업자가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이 동업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보도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오라에너지의 대표이사 이형래씨라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한 정보의 전부다. 또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기사를 살펴보면 자금의 대부분을 이현우가 출현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자금 조달과 관련 이형래씨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없다. 이현우의 방송사 인수 계획이 성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 무산되자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개미들과 네티즌들은 연예인을 앞세운 전형적인 주가 띄우기 작전이라며 이현우를 몰아 세웠고, 이현우는 이렇다 할 해명도 못한 채 비난의 화살을 혼자 다 맞아야 했다. 이렇게 이현우가 집중포화를 맞는 사이 이형래씨는 유유히 관심밖으로 사라졌다. 이현우와 사업파트너였던 이형래씨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지금부터 그를 주목해보자.
얼마 전 주식시장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가수 이현우가 코스닥에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109억에 이르는 금액을 쏟아 부어 케이블방송국인 GBS(구 MK픽쳐스) 주식을 인수 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리고 개미들은 이 소문을 주목 했다.
지난 9월 중순경 이현우의 코스닥 진출 계획은 급기야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해당사의 주식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현우 효과는 개미투자자들을 순식간에 몰려들게 했다. 주가는 1100원 대에서 2400원 대까지 치솟아 화제를 모았다.
이현우도 할 말 잃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현우는 중도금 납입을 한차례 연기해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어 이달 23일에는 결국 GBS 인수사업이 전면 백지화 됐다. 이현우의 상장사 인수 계획이 열흘 만에 철회된 것이다. 이현우라는 과자를 보고 몰려든 개미들에게 순식간에 살충제가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이현우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의문을 더하고 있다. 그는 왜 갑자기 인수를 포기한 것일까. 그리고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현우 측은 일단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입장이다.
이현우의 한 측근은 “사정이 어찌됐건 간에 이렇게 파문을 일으킨데 대해 죄송스러울 뿐이다”며 “하지만 분명한 건 이현우가 의도적으로 자의에 의해 사업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이현우를 포함한 소속사)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이렇다 할 해명이 없는 것에 대해 이 측근은 “솔직히 아직 사태파악이 잘 되지 않은데다 비난여론이 너무 거세서 시간을 좀 두고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일은 이현우가 단독으로 한 것도 아니고 이현우 본인의 뜻도 아닌 만큼 어떤 해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사업 중도 포기가 이현우의 결정이 아니라면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알려진 이형래씨가 결정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측근은 이형래씨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형래씨가 이현우와 가까운 관계라는 것 외에 특별이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사업에 있어서 이형래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그가 이번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시중에 떠돌고 있는 것처럼 시세차익을 노린 주자조작이나 그 외 다른 불순한 목적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이현우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라고 덧붙였다.
이 측근은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이현우는 피해자’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 이 측근은 “어디까지나 내 견해”라고 전제한 뒤 “이현우와 가까운 이형래씨가 이현우의 유명세를 내세워 사업을 하려 했던 것 같다. 주가조작 의혹이 많은데, 이현우는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 단 한 푼도 이득을 본 게 없다. 이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형래씨가 이현우를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여러모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현우는 국적문제 때문에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 그는 방송국을 인수할 만큼 많은 자본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점들이 ‘이현우 바지사장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확인결과 이형래씨는 무기중개상인 이영우씨(66)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치헬기 중개업체 대표인 이영우씨는 2003년 12월 국방사업비리로 구속된 바 있다. 또 이영우씨는 국방사업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에선 “GBS방송국 인수자금은 이영우씨에게서 나온 돈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형래씨 무엇을 노렸나
GBS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형래씨가 얼마만큼 이득을 취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 의구심이 가는 부분은 이현우와 이형래씨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형래씨는 미국에서부터 이현우와 친하게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와 GBS인수 철회 내막을 확인하기 위해 이형래씨와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어렵게 전화연결은 됐지만 이형래씨는 상대방의 신분이 기자라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형래씨는 응답이 없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