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파문②]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들
[청와대 문건 파문②]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들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12-08 11:38
  • 승인 2014.12.08 11:38
  • 호수 107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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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계 ‘휴! 살았다~’ 김무성은 ‘표정관리 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모든 이슈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을 들썩였던 이슈들까지 청와대가 삼키고 있다.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보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비토론’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정치권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청와대 문건 유출’에 집중되면서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쑥대밭이 되어 ‘울상’이다. 반면 웃는 이들도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정국을 덮친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웃는 사람들을 찾아봤다.

# 이재오 의원 등 MB계

‘최대 수혜자.’ MB계를 두고 자주 나오는 말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인해 가장 득을 봤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사자방 국조 빅딜’ 여론이 높았지만 문건 유출로 인해 일각에선 “천운을 타고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사자방이 뒷전으로 밀렸다. 당초 MB 정권을 발목잡고, 정권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청와대 문건 파문이 터지면서 여기에 화력을 쏟고 있다. 현 정권에 초점을 잡았다. MB계로서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숨죽이고 있다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고 분석했다.  

야권 한 인사도 “사자방 대신 ‘정원의 게이트’에 화력을 집중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MB계 이재오 의원 등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자방 국조로 인해 몸을 사렸던 그가 ‘개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의원은 “만일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지 않고 대통령 권한과 내각의 권한이 나뉘어 있다면 대통령에게 목을 매고 접근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돼야 뭐가 돌아가는 세상이 됐지 않았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소위 집권여당이라는 사람들도 딱 엎드려버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정치권 호사가들은 만약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MB계가 검찰의 주 타깃이 될 것이라 말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 개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개헌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청와대 문건 파문은 정치적 시험대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과 경제살리기 법안들을 연내 처리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다. 사자방 국조와 빅딜을 해서라도 이 문제를 풀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비박(비박근혜)’과 ‘친박(친박근혜)’간의 신경전이 한창이고, 당초 계획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안-사자방 국조’ 빅딜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선 ‘악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이번 정국이 ‘짙은 안개 속 맑음’으로 볼 수 있다. 악재도 있지만 호재로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발 개헌 발언으로 인해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말할 정도로 체면을 구겼다. 이후 청와대의 관계 회복에 주력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가 들어섰을 당시 수평적 당·청 관계 형성을 내심 기대했지만 오히려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 발언으로 인해 김 대표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면서도 “청와대 문건 파문 이후 당·청 관계에 있어서는 ‘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수평적 당·청 관계에 대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지만 언제 그 목소리를 낼 것이냐는 물음이 끊임없이 나왔다. 따라서 청와대 문건 파문을 계기로 김 대표가 당·청 관계에서 할 말은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파문으로 인해 당내에서 가장 큰 수혜자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차기 대권 행보에도 ‘파란불’인 셈이다.

# 비박계 차기 원내대표군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이후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TK(대구·경북)소외론이 불거져, 일각에선 ‘TK원내대표 대표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비박계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평을 들어보자.

“이번 사태로 친박계의 입지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원내대표를 손아귀에 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문종, 윤상현, 이주영 의원 등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영남권이 독식하다보니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여론이 높아 비주류, 수도권 인사들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나경원, 원유철, 정병국 의원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비박계, 수도권 후보론’이 크게 회자하는 것은 청와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파문으로 인해 ‘김무성 대표 중심으로 당이 움직일 것’이라며 당·청 간 변화에서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제 당은 있어도 청와대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박 대통령의 리모콘이 앞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례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번 사태를 두고 당에 SOS를 청했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3인방에 밀려난 세력들

박근혜 정권 초반 ‘논공행상은 없다’며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당내 인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이유는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한 것이지 무료 봉사를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주된 불만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문건 파문 이후 ‘문고리 3인방 퇴진론’ 등이 일면서 3인방에 밀려났던 세력들이 웃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이번 파문으로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연말, 연초 개각을 통해 한자리 꿰찰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캠프에서 일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줄 알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변이 없고, 캠프에서 같이 활동했던 인사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라’는 말뿐이다. 더 이상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들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청와대가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기회가 생겼다”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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