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성매매 여전, 지방 변종업소 ‘꿈틀’

정부가 성매매와의 ‘2차 성전(性戰)’을 시작했다. 4년 전 성매매 특별법이 개시된 이후 한동안 단속을 통해서 집창촌을 뿌리 뽑았던 정부가 사실 그간은 잠잠했던 것이 사실. 이 사이에 새로운 변종 업소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남성들은 오히려 이러한 변종 업소들을 반긴 것이 사실이었다. 또 일부에서는 ‘풍선 효과가 입증되었다’며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고 실제 그러한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었다. 물론 정부는 그간 지속적인 단속을 하긴 했지만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동대문 경찰서의 장안동 집중 단속을 시작으로 다시 성매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과연 이번은 정부가 완승을 할 수 있을까. 일단 현재까지는 ‘판정승’이라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성매매 산업이 끝장 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현재 성매매업소들의 분위기를 집중 취재했다.
4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것은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 9월과 2002년 1월 잇달아 발생한 군산 집창촌 화재 참사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어두운 방에 감금된 여성이 폭력과 감시 하에서 성매매를 해왔기 때문이다.
서릿발 같은 단속 의지
총 19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냈고 결국 정부는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져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고 집창촌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간 뿌리 뽑히지 않은 업소들이 새로운 변종 업소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오히려 그간 숨겨왔던 자신들의 변태적인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오히려 성매매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업소들은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며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일부 사람들은 ‘전반적인 경기의 위축’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성특법 시행 뒤 전반적인 유흥주점업의 매출이 12%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이야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시 단속을 시작했다. 동대문 경찰서에서 장안동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당시 업주들은 ‘성매매를 묵인해 온 경찰관들을 공개하겠다’며 조직적인 반발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반기는 일이다’, ‘공개하려면 빨리하라’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하면서 업주들의 기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오히려 ‘초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성매매 전담 ‘스텔스부대’
최근 정부에서 성매매 전담 단속 부대인 ‘스텔스 부대’를 창설하면서 이제 성매매에 대한 지속적이면서도 강력한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경찰은 대낮에 영업을 하는 한 안마 시술소를 급습, 200여 톤에 달하는 각종 집기를 뜯어내고 관련자들을 구속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냈다.
일단 업주들이 현재까지 느끼는 것은 일종의 ‘공포감’이다. 전담 부대까지 생겼다는 말은 들은 그들은 ‘이제는 관망을 할 상황이 아니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성매매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안동에서 단속이 시작될 때만해도 ‘그저 장안동의 일이겠거니’하고 생각했다. 장안동이야 원래부터 유명한 곳이니 당연히 단속이 될 만 했다. 하지만 전담 부대까지 생겼다는 것에서는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경찰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렇게 전담부대가 생기면 이제 그런 것도 상관이 없어질 것이 아닌가. 이제는 업종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일을 완전히 접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일을 하다가 감옥에 갈 수는 없다. 아마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업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장안동의 경우 일종의 ‘폭격’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경찰이 50여일이 넘게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면서 거리를 말 그대로 ‘어둠’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간판의 불빛 때문에 아예 가로등이 필요 없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간판들이 꺼져 가로등만이 길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넓은 풍선 효과’ 우려
그러나 여전히 단속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일단 법적으로는 증거가 확인되어야만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매매에서의 증거란 직접 현장 자체를 포착하거나 혹은 콘돔 등 관련 용품을 증거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콘돔이야 심할 경우 삼켜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황적 확실범’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새로운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황으로 봤을 때 성매매가 확실하다고 봤을 때 처벌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재의 법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법이 제정됐을 경우 다른 여타의 사건들도 ‘정황으로’ 처벌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일대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또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 제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일부 법조인들 역시 ‘정황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단속에서 주의해서 봐야할 것은 단순히 강력한 단속만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풍선 효과로 새롭게 발생한 ‘변종 성매매’, 혹은 ‘포스트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집창촌이 없어진 만큼 집창촌보다는 다른 업소들이 새로운 타깃이 되어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부의 반론이 있다. 일부 페티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업소에 대해서는 단속이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페티시 업소의 경우 일단은 성매매는 물론이고 유사 성행위라는 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힘’만을 사용할 뿐, 여성들은 단지 그런 성욕을 돋울 뿐이다. 또한 전신이 나체가 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고 그저 간단한 스킨십이나 혹은 스타킹을 찢는 정도일 뿐이다. 이것을 성매매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의 범위 자체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러한 페티시 업소에 대한 단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더 넓은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 집창촌을 단속하자 기존의 성매매 여성들이 새로운 변종 업소로 몰려간 것처럼 지금의 대대적인 단속이 또 다른 ‘풍선’을 만들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여기에서의 또 다른 풍선이란 다름 아닌 지방을 의미한다. 이들 업소들이 또 다른 생존처를 찾아 지방으로 찾아갈 경우 이제는 한반도 전역이 집창촌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 경우 실제 경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울의 이같은 대대적인 ‘성전’을 뒷받침해주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을 지방으로 내몰면서 서울만 ‘클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벌써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산이나 분당,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한 성매매의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계속된 단속에 서울만 ‘클린’
“이제는 서울에 못 있겠다고 말하는 여자들이 많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것은 생계문제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못하게 하니 그렇다고 해서 굶어죽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단속이 적은 지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장안동에서 만난 한 성매매업주는 “사실 성매매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그동안은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일까요, 아니면 일부 유사성행위업소나 오피스텔이 가장 성매매를 많이 해서 그곳들을 단속하는 것일까요? 이번에도 역시 힘없는 사람들만 단속을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푸념을 털어 놓았다.
분명히 성매매 단속은 명분과 근거가 있고, 또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막무가내식 단속은 결국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서준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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