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8일 인터넷 애인대행 사이트에 광고를 낸 뒤 연락해온 남성 수백 명과 돈을 받고 유사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트랜스젠더 홍모(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홍씨는 가슴확대수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상당한 미모로 완벽한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경찰 진술에서 “살기위해 몸을 팔수밖에 없었다. ‘진짜 여자’가 되려면 큰 돈이 필요한데 트랜스젠더가 정상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가 상대한 남성들은 홍씨가 동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계를 맺었다. 이들 가운데 5회 이상 관계를 가진 단골도 적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진술을 통해 자신들이 동성애자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홍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10여 년 전 가슴 확대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의 생식기를 가졌지만 여성복과 화장에 익숙했던 홍씨는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드는 성전환 수술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같은 처지의 트랜스젠더들이 일하는 술집에 취직해 생계를 꾸려 나갔다. 가끔 마음이 맞는 손님과 ‘2차’를 나가면 적잖은 팁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가계 운영이 직격탄을 맞자 그나마도 그만둬야 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홍씨는 아예 본격적인 성매매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터넷에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밝히는 광고를 내고 손님을 기다린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자보다 예쁜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호기심에 손님들의 호출이 끊이지 않았던 것.
2005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확인된 것만 340여명의 남성들이 홍씨를 거쳐 갔다. 20대 후반~50대 초반의 남성 고객들은 의사, 중소기업 대표, 학원장, 방송제작자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자랑했다. 강원도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조모(34)씨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을 때 홍씨를 만나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원룸을 얻어 손님을 받았고 한번에 20여 만원 씩을 화대로 챙겼다. 경찰은 IP추적을 통해 그를 검거했으며 휴대폰에 남성 800여명의 연락처가 있는 것으로 미뤄 불법성매매에 응한 고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홍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2차례의 동일 전과가 있음에도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해 계속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트랜스젠더 술집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관계를 맺어온 단골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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