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주인공처럼 즐긴다’ 체험업소 연일 문전성시

올 초 결혼한 권모(29·여)씨는 최근 ‘항문섹스’를 조르는 남편 성화에 시달리는 통에 별거를 고민 중이다.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릴 때만도 착실했던 남편이 변한 건 수개월 전. “야동(야한 동영상)에서 봤는데 해보고 싶다”며 갖가지 요구를 해오더니 어느 날부터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의 ‘특이한 취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권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싸움이 잦아졌고 남편은 매일 밤 인터넷 음란물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 됐다. 권씨는 “인터넷 음란물이 부부생활을 망쳤다”며 최근 상담소를 찾아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지던 음란물 중독이 성인들에게도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야동’에 빠져 부부사이에 파경을 맞거나 성범죄자로 전락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성인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파고든 불법 성매매까지 판치는 것도 문제의 한 축을 차지한다. 이른바 ‘오피스텔 업소’로 알려진 불법업소 중 일부는 여 종업원을 통해 음란 동영상을 재연하는 서비스를 내세워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란물 중독에 빠져 고통 받는 성인이 적지 않다는 상담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인 음란물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부부관계의 단절이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음란물에 중독 되면 부부관계를 거부한 채 음란물로만 만족을 찾으려 하거나 배우자에게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요구해 부부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섹스리스 부부’ 늘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가운데 성관계를 갖지 않는(섹스리스) 부부는 10쌍 중 3쌍 달할 정도다. 섹스리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배우자의 음란물 중독으로 이와 관련된 상담사례는 끝없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스와핑이나 관음증, 노출증 등 극단적인 이상행동에 심취하는 것 역시 음란물 중독자의 특징으로 꼽는다.
또 대부분 가족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웹서핑을 하기 때문에 수면부족과 피로누적, 급격한 시력 저하 등 건강상의 적신호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음란물 중독이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위험성은 ‘몰카 촬영’이나 성폭행 같은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어 소장은 “90년대 말부터 급속도로 퍼진 음란물 장르 가운데 강간과 몰카 등이 인기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며 “이 같은 설정에 빠질수록 이런 행위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에 무감각해져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순히 흥미와 자극만을 위해 포장된 포르노 속 비정상적인 행동
이 음란물 중독자들 사이에선 정상으로 인식된다는 얘기다.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음란물에 대한 집착은 일종의 행위중독에 속한다. 행위 중독에 빠지면 통제력을 잃어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다. 또 심한 금단증상과 함께 더 강한 자극을 찾는 내성에 시달리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엄청난 수위의 음란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를 모방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의 욕망을 이용한 신종 서비스도 판치고 있다. 오피스텔을 근거로 암암리에 성업 중인 ‘오피스 업소’ 가운데 일부는 포르노 체험 코스를 만들어 상업화 시킨 것이다.
일명 ‘비디오 이미테이션 섹스’라고 불리는 서비스는 손님이 선택한 포르노와 똑같은 형태로 성매매를 하는 변종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 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업소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무한욕망 파고든 장삿속
이들은 일반 안마시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단 음란물 중독에 빠진 사람들뿐 아니라 포르노에 환상을 가진 일반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 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대부분의 중독과 마찬가지로 음란물 중독 역시 치료가 쉽지 않다. 스스로 중독 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치료를 전담하는 기관을 찾는 것
도 어려운 까닭이다.
가장 손쉬운 치료법은 전화상담이다. 금연 치료와 마찬가지로 인지행동 치료도 동원된다. 음란물을 보고 있을 때 역한 냄새를 풍기거나 전기 자극을 흘려 기분 나쁜 환경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배우자와 함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부가 함께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경우 70~80% 이상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음란물 중독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다음 항목 중 2가지 이상 해당될 경우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상담 시 상세한 체크리스트로 재점검을 받는다.
(자료제공: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http://www.computerlife.org)
1. 음란물을 자주 접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2. 음란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3. 음란물 때문에 자위행위 횟수가 늘었다.
4. 음란물에서 본 장면이 자주 떠오른다.
5. 음란물을 본 뒤 집중력이 떨어졌다.
6. 음란물을 본 뒤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7. 음란물 장면을 모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8. 음란물을 보기 위해 돈을 쓴다.
9. 많은 양의 음란물을 저장하고 있다.
10. 음란물을 본 뒤 주위 이성이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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