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전고문은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 비자금 20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03년 8월 구속돼 항소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 당뇨합병증 등으로 삼성제일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고 다시 수감돼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서울 구치소를 다녀온 내방객과 관계자 등에 따르면 권 전고문은 수감된 이후 면도를 하지 않아 하얀 수염이 목 아래까지 축 늘어진 상태라고. 익명을 요구한 이 내방객은 수염의 숱이 얼굴까지 덮고 있어 갑자기 마주치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권 전고문은 지난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목을 덮는 긴 수의를 입고 생활해 주위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는데, 이것도 모자라 장갑까지 끼고 다녀 주위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바 있다.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권 전고문은 또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칠 때는 부딪히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스럽게 피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측 인사는 “누군가 옆을 지나다 스치기만 해도 흠칫하며 몸을 추스른다”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날 때면 일부러 우회해서 가는 것을 종종 본다”고 전했다.이 인사는 이어 “이것은 대인기피증 때문이 아니라 권 전고문의 결벽증에 가까운 위생관념 때문인 듯하다”고 덧붙였다.권 전고문의 결벽증세는 교도소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일반 수감자들이 마시는 물은 절대로 마시지 않고 대신 뚜껑이 밀봉된 요구르트나 우유 등을 본인이 직접 뜯어 마실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과거 권 전고문의 최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김태랑 전의원은 “그분을 만난 지 오래돼 현재는 어떤지 모른다”고 전하면서도 “지병인 당뇨에 합병증세가 오면서 위생관념이 더욱 철저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의원은 또 “합병증이 오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권 전고문의 측근도 권씨의 모습이 이상하게 변한 것에 대해 “수염을 깎지 않는 것은 피부의 면역력이 약해 세균이 침투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안다”며 “사람들과 접촉을 기피하는 것이나 밀봉된 음료만을 마시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고문은 최근 합병증의 영향으로 몰라보게 수척해졌으며 기력도 많이 쇠약해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료들까지 발길을 끊으면서 섭섭함을 넘어 우울증 증상까지 보이고 있는 `범털`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운용 전의원(민주당)이 꼽힌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구치소, 한림대 성심 병원을 전전한 김 전의원은 비리 혐의로 수감된 이후 정작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서는 조순형 전대표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절망감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천 전의원(한나라당) 역시 현재 소속 정당 인사들이 전혀 면회를 오지 않아 섭섭해 하고 있다. 수감 직후 충격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박 전의원은 현재 몸무게가 8㎏ 정도 빠진 상태지만, 평소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수감 이후에도 불면증에 시달리는`범털`도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는 한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지금은 다소 나아졌다고 안씨의 한 측근이 전했다. 그나마 안씨가 수감생활을 견딜 수 있는 소일거리는 자신의 자서전격인 저서를 집필하는 것이다. 아직 책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포함했다는 게 안씨 관계자의 전언이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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