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 살롱극에 관한 ‘그때 그 시절’ 애정 공개
[일요서울|이창환기자] 지난 12월 1일 개막된 <플라잉트리 제1회 살롱극페스티벌>이 12월 6일로 막을 내린다. 연출자, 배우, 극작가 예술인들이 살롱극의 보급을 위해 추진한 이번 페스티벌은 “어떤 공간이든 무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관객이 될 수 있다”는 정신으로 관객들과 함께했다.
‘살롱극’이란 극장이 아닌 응접실 또는 아담한 소극장 같은 실내에서 공연되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대를 따로 만들거나 별다른 조명 효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실내극이다.
살롱극은 연극과 뮤지컬을 주기적으로 관람하는 공연 마니아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겨우 무대를 올리기에 적당한 정도의 공간은 학창시절 학예회를 추억하게 만들고, 배우들의 능청이나 진지함을 보게 되면, ‘사실 오늘은 공연이 잡힌 날이 아닌데 특별히 선사한다’는 혜택과도 같은 친근함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카페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형식은, 극장과 달리 앞사람에 따라 배우들이 잘 안보일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운 것으로 만회된다. 특히 직사각형 객석의 획일화를 무의식적으로 지루히 여겼던 사람들은 틀이 없는 것에 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공연 시작 전부터 임시 무대 옆에 앉아있는 배우들을 보는 것도 재미다. 배우들은 테이블 사이를 지나다니거나, 새로 들어오는 카페 손님 혹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기다림과 기대감을 비춘다. 객석의 형태도 배우로 하여금 평가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살롱극에서는 각종 패러디와 유행개그 등을 부담 없이 가미할 수 있다. 물론 극 특성에 어울리는 한해서다. 대학로 상업극에서 자주 시도하는 극중 객석 난입, 관객 참여 유도 또한 더 자유롭다. 한번 휘저으면 어디 어떤 자리로든 옆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진중하고 실험적인 소재를 올릴 때 역시 흥행의 부담이 덜할 수 있다.
평소 ‘극장 위 무대’로 보호됐던 배우의 아우라도 사라지면서 일부 풋풋한 배우들의 자제하는 눈 떨림이나, 목소리 떨림, 열정도 확인된다. 40분~60분정도의 짧은 극이 하나 끝난 후의 다음 무대 설치 또한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진다. 두 번째 공연의 홍일점이던 여배우가 카페 중간 테이블 뒤에 서서 일상적인 외출을 준비 하듯이 화장을 다듬는 모습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유랑극단의 어떤 흔적이 재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2일 오후 8시 합정동 까사갈라 내의 공간과 <당나귀 그림자 재판>, <정의의 사람들> 극에 대한 감상이었다. 이번 살롱극이 참가팀 경쟁을 통한 시상이 있다는 점은, 나중에 더 순진한 살롱극을 보고 싶다는 궁금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살롱극 페스티벌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젊었을 때도 더러 살롱극이 있었다. 극단들이 재정적으로 영세할 때였다. 살롱극의 의미는 직접 소통하면서 역량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으로 발전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플라잉트리 살롱극이 크게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창작단체 플라잉트리는 극장 이외의 대안공간에서 쉽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 2013년부터 <키스>(윤영선 작/허부영 연출), <결혼>(이강백 작, 허부영 연출) 등을 카페 등에서 공연해 왔다. 살롱극 시민참여형 강좌 ‘희곡이 들린다’ 등 다양한 기획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플라잉트리 제1회 살롱극페스티벌’은 기성극단과 신생단체 등이 총 20여 작품을 출품, 총 4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4작품은 <당나귀 그림자 재판>, <우주양, 동이>, <정의의 사람들>, <타이피스트>였으며 합정동 까사갈라, 동교동 딥커피 카페에서 열렸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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